감독 : 이동승
주연 : 원영의, 유청운
* 해설
몇년 전만해도 시내 주요 극장의 절반이 홍콩 영화를 상영했을 정도로 홍콩 영화의 인기는 높았다. 주윤발이 판을 치던 느와르 영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유덕화를 스타로 만든 도박 영화, 임청하의 매력이 담긴 SF무협 영화 등 홍콩 영화는 끊임없이 변신을 하며 우리 관객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수 많은 아류작 때문에 관객들은 홍콩 영화에 식상해 버렸고 홍콩 영화는 침체에 빠졌다. 이러한 침체 속에서 놀랍게도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동사서독], [타락천사]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상업 영화로만 인식되던 홍콩 영화가 우리 관객에게 새롭게 인식되었으며, 영화 수입업자들은 홍콩의 예술 지향파 영화를 긴급 입수 극장가에 선보였다.
그 덕분에 우리에게 선보인 영화가 [신불료정]이다. 허안화, 왕가위, 관금봉 등과 함께 홍콩의 예술 지향파 감독으로 손꼽히는 이동승 감독. 그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처럼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관객을 사로 잡지는 않지만 감미로운 영상미와 충실한 스토리 전개로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신불료정]은 94년 홍콩 금상장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94년 중국 금사장에선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3개 부문을 수상하며, 94년 홍콩 감독협회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쥔 걸작으로 인장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원영의는 최근 성룡 주연의 [썬더볼트]에서 잘 알려진 인물. 그녀는 홍콩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홍콩에선 꽤 유명한 여배우이다. [신불료정]으로 홍콩 금상장과 중국 금사장 여우주연상을 휩쓸은 그녀는 95년엔 장국영과 공연한 [금지옥엽]으로 홍콩 금상장을 2연패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 영화에서 밝고 순수하지만 결국 암으로 죽어가는 아민 역을 훌륭하게 해내 이 영화의 멜로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공헌했다.
* 줄거리
작곡가이자 섹스폰 연주자인 임정(유청운)은 대중젃인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고집하는 순수한 청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그러한 고집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비아냥거릴 뿐이다. 임정에게는 유명한 가수이자 약혼녀인 트레이시가 있다. 그러나 그의 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던 트레이시마저 자신을 이해 못하자 임정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결국 음악계를 잠시 떠나 작은 마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임정은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밝고 순수한 소녀 아민(원영의)을 만나게 된다. 아민의 가족은 비록 가난한 삶이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을 고집하며 거리의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임정은 아민을 통해 그들과 가까워지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천진난만한 소녀 아민을 사랑하게 된다. 대중들이 좋아해야 좋은 음악이라는 아민의 충고에 임정은 잃어버렸던 음악에의 열정을 되찾고 아민에게 사랑을 담은 아름다운 곡을 지어 선물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잦아지고 그 사랑도 깊어만 간다. 그러나 이때 완치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아민의 암이 재발되고 어려움 속에서 두 사람은 괴로워한다. 희망을 잃지 않는 두 사람에게 결국 아민의 죽음은 다가오고, 임정이 아민을 위해 작곡한 곡은 트레이시가 노래를 불러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다.
* 감상평
홍콩판 [러브 스토리]. 내용만을 볼땐 평범하다 못해 진부함마저 느껴질 정도이지만 이 영화는 묘한 매력으로 관객을 잡아 끈다. 바로 감각적 영상미이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만 같은 이 영화의 영상미는 진부한 스토리 속에서도 관객을 눈물짓게 한다.
어두운 계단 밑 첫 키스. 호숫가에서 둘이 하께 먹던 국수. 그리고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두 남녀. 이 영화는 장면 하나 하나에 관객들은 빨려 들어가고 만다.
원영의의 연기력도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암이라는 치명적인 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낙천적이고 천진난만한 아민이라는 캐릭터를 그녀는 무리없이 해냈다. 어떨땐 귀여운 말괄량이처럼, 어떨땐 병에 지친 가여운 소녀처럼, 원영의의 탁월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이동승 감독은 스타보다는 연기자를 영화에 기용하여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같은 영상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1996년 3월 14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신불료정]. 사실 제겐 꽤 생소한 제목의 영화입니다. 15년 전만해도 이 영화를 극찬했는데, 이 영화 노트를 쓰기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것은 아마 이동승 감독과 원영의, 유청운 등이 이 영화 이후에 제게 인상깊은 영화를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동승 감독은 [신불료정]이후 14년이 지난 2010년 [무간도 4 : 문도]에 와서야 자신의 영화를 우리나라에 개봉시켰습니다. 한마디로 [신불료정]이후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잊혀진 감독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영의도 마찬가지인데... [신불료정]이후 그녀의 출연 영화 중 눈에 띄는 영화는 [금지옥엽], [대삼원], [친니 친니] 정도입니다.(그나마도 제겐 그다지 인상깊었던 영화들이 아닙니다.) 유청운도 [대삼원]외에는 그리 눈에 띄는 영화가 없네요.
사정이 이러하니 1996년 당시에는 극찬을 하며 봤던 [신불료정]이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제 기억 속에서 지워진 것이죠. 이 글을 쓰고나니 [신불료정]이라는 영화를 다시한번 보고 싶어집니다. 이 글처럼 정말 그렇게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인지...
'추억의 영화노트 > 1996년 영화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을 갖고 튀어라 ★★★★ (0) | 2011.08.19 |
---|---|
제인 에어(Jane Eyre) ★★★1/2 (0) | 2011.08.17 |
분노의 역류(Backdraft) ★★★★★ (0) | 2011.08.09 |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The Cook , The Thief, His Wife & Her Lover) ★★★★1/2 (0) | 2011.08.06 |
모탈 컴뱃(Mortal Kombat) ★★★1/2 (0) | 2011.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