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분노의 역류(Backdraft) ★★★★★

쭈니-1 2011. 8. 9. 13:28

 

 

감독 : 론 하워드

주연 : 커트 러셀, 월리엄 볼드윈, 로버트 드니로, 제니퍼 제이슨 리, 레베카 드 모네이

 

 

* 해설

 

[분노의 역류]는 91년 개봉 당시 우리 관객에게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 UIP직배로 시내 주요 개봉관에서 상영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관객들에게 론 하워드라는 새로운 거장을 인식시켰고 론 하워드 감독은 곧바로 92년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부부를 주연으로한 [파 앤드 어웨이]로 또 한번 관객을 열광시켰다. 최근 그가 우리 관객에게 선보인 영화는 톰 행크스 주연의 [아폴로 13].

그의 주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분노의 역류]는 이러한 론 하워드 감독의 주제를 잘 나타내 주는 영화로 소방관들의 삶의 애환과 '방화범 찾기'라는 미스터리를 잘 배합시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패트릭 스웨이지와 닮은 커트 러셀. 그가 실베스타 스탤론과 공연한 [탱고와 캐쉬]라는 영화 때문인지 그에겐 액션 영화배우라는 이미지가 늘 그를 괴롭혔다. 그가 그러한 이미지를 과감히 벗은 영화가 바로 [분노의 역류]이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동생을 돌보며 그가 훌륭한 소방관이 되도록 도와주는 스티브라는 캐릭터이다. 스티브는 소방대원들 중에서도 알아주는 베테랑이지만 가정의 불화로 갈등하는 이 영화의 진짜 영웅이다. 커트 러셀의 최신작은 [스타 게이트]. 그는 [스타 게이트]에서 다시 액션 영화배우로 귀환함으로서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볼드윈가의 삼형제중 가장 미남으로 손꼽히는 둘째 월리엄 볼드윈. 그는 이 영화에서 반항아적인 동생 브라이언역을 맡아 그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샤론 스톤과 공연한 [슬리버], 신디 크로포드와 공연한 [페어 게임] 등에서 그의 매력적인 눈빛을 만날 수 있다.

설명이 필요없는 할리우드의 대배우 로버트 드니로. 그가 맡은 역은 빈틈없는 화재조사관 림 게일. [대부 2]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그의 연기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외에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위험한 독신녀], [허드서커 대리인] 등에 출연했던 할리우드의 성격파 여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와 [요람을 흔드는 손]에서 섬찟한 악녀역을 맡은 레베카 드 모네이, 그리고 최근작 [에어리언 마스터]에서 만날 수 있는 도날드 서덜랜드의 조연 연기도 일품이다.

 

* 줄거리

 

1971년 시카고. 중년의 소방관 데니스 맥가프리는 어느날 아들과 함께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다. 용맹스럽게 불에 대항해 싸우는 데니스 맥가프리. 그를 지켜보는 아들 브라이언의 가슴은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벅차오른다. 그러나 진화 작업 중 갑작스런 가스 폭발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고 이를 본 아들 브라이언의 눈에는 슬픔과 안타까움의 눈물이 흘러 내린다.

그로부터 20년 후, 첫째 아들인 스티브(커트 러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둘째 브라이언(윌리엄 볼드윈)은 수 없이 직업을 바꾸다 결국 소방학교를 졸업, 형과 함께 소방서에서 근무하게 된다.

소방관으로 첫 출근하는 날부터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키는 형제. 결국 브라이언은 소방관을 그만두고 화재 조사관 림 게일(로버트 드니로)과 함께 일하게 된다.

림 게일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역류로 인한 방화사건을 조사 중이었다. 방화사건으로 살해된 인물이 모두 소방대 예산을 삭감하여 문화원을 지으려하는 시의원 스웨이잭의 동업자임을 알아낸 림 게일과 브라이언은 스웨이잭을 의심하고 스웨이잭의 비서이며 브라이언의 옛 애인인 제니퍼(제니퍼 제이슨 리)의 도움으로 스웨이잭이 유령회사를 세워 문화원 공사를 따내 엄청난 이익을 얻은 사실을 알아낸다. 림 게일과 브라이언은 스웨이잭을 찾아가지만 그곳에서 방화범의 습격을 받고 집이 폭파하기 직전 림 게일과 브라이언은 스웨이잭을 구출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방화범에 대한 수사. 브라이언은 6년 전 방화범으로 체포된 도날드(도날드 서덜랜드)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범인은 불에 대해 잘 알지만 불을 싫어하는 인물 즉 소방관임을 알게 된다.

브라이언은 형인 스티브를 의심하게 되지만 곧 방화범은 스티브의 동료 액스(스콧 글렌)임을 알게 된다. 액스는 20년 전 데니스 맥가프리에게 구출되었던 인물로 소방대의 예산 삭감으로 소방대원들이 불길 속에서 죽자 앙심을 품고 스웨이잭과 그의 동료들을 죽이려 한 것이다.

화재 현장에서 논쟁을 하던 스티브와 브라이언 그리고 액스. 그러나 너무 거센 불길에 이들은 위기에 처하고 액스는 불길 속에 떨어져 죽고 만다. 스티브 역시 병원으로 운송도중 범인이 액스라는 것을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스티브의 장례식은 그의 동료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성대하게 치뤄지고 부당이득을 챙긴 스웨이잭은 경찰에 송환된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형 스티브의 뒤를 이어 다시 소방관이 된다.

 

* 감상평

 

이 영화가 개봉되자 많은 매스컴들은 열광을 보냈다. 카메라를 들고 불길 속에 뛰어든 이 영화의 스탭진들. 안타깝게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은 거액이 투자된 [터미네이터 2]에게도 돌아갔지만 이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사실적 영상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론 하워드 감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방관들의 삶의 애완을 진솔하게 영화에 담아냈다. '우리는 영웅이 아니다. 단지 맡은 일을 할 뿐이다.'이 대사에 론 하워드 감독이 느끼고 있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함축되어 있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폴리스 무비를 제작하며 경찰들을 영웅으로 묘사했지만 화재와 외롭게 싸우는 송방관들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직업 때문에 아내와 별거하고 괴로워하고 외로워하는 그들의 모습.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영웅 만들기가 아닌 진솔한 소방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은 재미를 위해 미스터리 기법을 도입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서툰듯 하다. '과연 방화점은 누구일까?' 하지만 답이 이미 영화 중반에 나와 버린다. '불에 대해 잘 알지만 불을 싫어하는 인물'이라는 영화 중반 림 게일의 대사에서 범인은 소방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영화 진행상 별로 중요하지 않은 액스라는 인물이 너무 자주 화면에 등장하므로서 스릴러 영화광들은 범인이 액스라는 것을 금방 알아낸다.

하지만 각본은 잘 짜여져있다. 범인이 액스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화면에 눈을 뗄수 없는 긴박한 스토리 전개와 명배우들의 연기.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감동의 영화로 내게 기억될 것이다.

 

 

1996년 3월 11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1996년 3월에 본 영화로 첫 번째로 제게 다섯개의 별점을 받은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의 영화노트보다 좀 기네요.(평소 영화 노트는 대학 노트 2쪽 분량이지만 이번 [분노의 역류]는 3쪽 분량입니다.)

소방관들의 애환과 활약을 그린 영화로 꽤 잘만들어진 오락 영화입니다. 이후  [래더 49], 우리 영화인 [싸이렌], [리베라 메]에 많은 영향을 준 영화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바로 이 영화의 배급 방식 때문인데, 1985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영화도 우리나라의 배급사를 통해서만 배급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85년 영화법이 개정되며 다국적 영화배급사인 UIP가 우리나라에 미국 영화를 직접 배급이 가능해 졌습니다.

1988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 UIP는 그해 9월 [위험한 정사]를 직접 배급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UIP 직배 시대가 열렸습니다. 당시 영화인들은 우리나라 영화 시장의 존립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UIP 영화가 상영하는 극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1990년 12월에는 서울 중심부 극장인 단성사, 서울 극장에서 UIP 직배 영화가 상영되며 국내 영화인들의 큰 반발을 일으켰는데, [분노의 역류]가 서울 중심 상영관에서 상영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그러한 반발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20년 전의 일입니다. UIP가 미국 영화를 직접 배급하면 한국 영화 시장이 전부 죽어버릴 것이라 울부짖으며 UIP 직배 상영 극장에 불을 지르고, 뱀을 풀어 놓았던 영화인들. 한때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참 씁쓸한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