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우디 한
주연 : 류덕환, 곽지민, 김영재, 정찬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모든 감각을 공유하는 그녀의 능력
지난 7월 28일에 개봉했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들([고지전], [퀵])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트랜스포머 3],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 [퍼스트 어벤져스]), 심지어는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들([카 2], [마당을 나온 암탉]) 등에 밀려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링크]라는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주목한 이유는 소재가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수정(곽지민)은 다른 사람의 생각, 감각을 공유하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상대방에겐 마약과도 같은데 그녀와 링크(그녀의 능력을 링크라고 부릅니다.)를 당한 사람들은 그 쾌감을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매달리게 됩니다.
우디 한 감독은 그러한 수정의 능력을 스릴러 장르에 이용했고, 여동생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재현(류덕환)과의 관계를 통해 속고 속이는 진실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캐릭터의 미완성
하지만 [링크]는 독특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햇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심각하게 캐릭터가 부실합니다. 특히 재현과 수정의 캐릭터는 영화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라도 완벽하게 구축을 했어야 했습니다.
재현은 식물인간이었던 여동생이 죽고 실의에 빠져 자살까지 시도합니다. 그러다가 선배인 성우(김영재)의 충고를 받고 학원 선생으로 새 출발을 결심하다가 수정을 만나고, 그녀의 능력이 자신의 슬픔, 아픔을 잊게 해줄만큼 엄청난 쾌락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매달립니다.
그렇다면 재현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현이 여동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녀를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지 설명해야합니다. 그런데 재현과 여동생의 장면은 목마 주변을 도는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로 끝내고, 재현의 슬픔은 자살 시도 한 장면으로 떼웁니다. 이렇게 재현의 캐릭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다보니 수정에게 링크를 해달라고 매달리는 재현이 그저 찌질해 보이기만 합니다. 재현과 관객이 감정이입을 해야 마지막 반전 장면에서의 충격이 컸을텐데 우디 한 감독은 그러한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사춘기 악녀 수정. 그녀를 이해할 수 있나?
영화를 보며 저는 감정이입을 할 대상을 찾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영화 속에 확실히 뻐져들고 영화의 상황을 내가 처한 상황이라 생각하며 더욱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링크]는 감정이입을 할만한 캐릭터가 전혀 없습니다. 재현은 찌질하고, 주인공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비중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이 영화의 비중은 수정과 성우에게 맞춰져 있는데, 비열한 성우는 감정이입을 할만한 대상이 전혀 아니고, 그렇다고 수정에게 감정이입을 하자니 그녀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수정은 사춘기 소녀의 반항처럼 자신의 능력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구 써버립니다. 그 능력으로 인하여 친구가 자살을 했는데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심각한 고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자신의 능력이 먹히지 않는 성우에게 사랑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의 사랑이 애절하게 느껴지지 않다보니 마지막 복수 장면에서도 수정을 동정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찌질한 재현도, 못된 놈 성우도,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춘기 소녀 수정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를 안겨 주기엔 매력이 현저하게 부족했던 캐릭터들이었습니다.
특별한 능력을 불순하게 사용하다.
분명 캐릭터에 의한 영화가 되어야 마땅해야할 [링크]. 하지만 우디 한 감독은 그러한 캐릭터들을 생략을 통해 구축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1시간 4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심혈을 기울인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불순한 볼거리였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수정의 능력. 하지만 그러한 능력은 마약과도 같은 쾌락과 중독을 안겨줍니다. [링크]의 캐릭터들은 그런 수정의 능력을 불순하게 이용하기만 합니다. 수정의 능력을 연구하는 연구원인 영만(정찬)은 성적 쾌락의 도구로, 성우는 사기의 두고로, 재현은 내적 아픔을 잊기위한 도구로 이용하려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수정의 능력은 현대의 소통의 부재를 교묘하게 비꼬는 멋진 소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우디 한 감독은 여고생 캐릭터인 수정의 노출과 굳이 수정의 능력이 없어도 될 법한 성우의 사기 행각에 이용하기에 급급합니다.
특히 수정의 노출은 우디 한 감독의 불순한 의도가 엿보이는데,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여고생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벗기고, 급기야 2:1 섹스, 동성애 장면까지 넣으며 관객들의 말초 신경 자극에만 신경씁니다.(그렇다고 영화가 야했던 것도 아닙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수정의 특별한 능력을 고작 이렇게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재현, 성우, 영만이라는 캐릭터가 한심했고, 캐릭터를 이렇게 밖에 몰고가지 못한 우디 한 감독의 연출력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떠오른 영화는 손수범 감독, 송혜교 주연의 [페티쉬]였습니다. 우디 한 감독도, 손수범 감독도, 뉴욕 독립영화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두 감독이 우리나라 영화를 연출하면서 취한 독특한 소재와 독특한 소재를 살리지 못하고 말초 신경 자극에만 급급한 연출력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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