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제롬 살레
주연 : 토머 시슬리, 샤론 스톤
라르고 윈치의 활약을 더 이상 극장에서 볼 수 없는가?
2년 전 저는 [라르고 윈치]라는 프랑스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기 위해 회사에서 평일 땡땡이라는 위험한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2009년 8월 20일 개봉한 [라르고 윈치]는 개봉 첫 주 국내 박스오피스 10위에 머무르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결국 개봉 2주차에는 거의 대부분의 극장에서 그 모습을 감추어 버렸습니다.
제가 [라르고 윈치]를 본 것은 어쩌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기 하루 전인 수요일이었습니다. 회사 근처 극장에서 이 영화가 상영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저는 외근을 핑계로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땡땡이를 쳐서 결국 영화를 보고야말았습니다.
사실 [라르고 윈치]는 그런 위험한 모험을 감행해도 될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할리우드 액션 영화만 보던 제게 이 서투룬 프랑스 액션 영화는 그런대로 새로운 재미를 안겨줬고, 4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이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라르고 윈치 2]를 만난 것은 극장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라르고 윈치]는 전 편의 국내 흥행 부진으로 국내 개봉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라르고 윈치(토머 시슬리)의 활약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는데 그럴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네요.
세계적인 거대 기업의 후계자, 그의 또 다른 모험
아마 [라르고 윈치]를 본 분보다는 안 본 분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기에 [라르고 윈치 2]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에 [라르고 윈치]의 줄거리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라르고 윈치]는 세계 5위의 다국적 기업 윈치 그룹의 창업자 네리오 윈치가 암살당하고 후계자로 네리오 윈치의 숨겨진 아들 라르고 윈치가 윈치 그룹을 물려 받으며 벌어지는 음모와 복수를 담고 있습니다. 보스니아 고아원에서 입양된 후 네리오 윈치의 친구 집에 맡겨진 라르고 윈치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세계를 떠돌다 네리오 윈치의 죽음으로 윈치 그룹을 떠맡게 되고, 아버지를 죽인 자들과 윈치 그룹을 노리는 자들에게 복수를 해냅니다.
[라르고 윈치 2]는 그러한 처절한 복수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대기업 총수를 맡기에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라르고 윈치는 결국 윈치 그룹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 자선 사업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원대한 계획을 방해하는 자들과 아직 윈치가에 윈한이 남아 있는 자들로 인하여 라르고 윈치는 위기를 맞이합니다. 미얀마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의 배후 인물로 네리오 윈치와 함께 지목당하고 다이안 프란켄(샤론 스톤) 검사의 끈질긴 추궁을 당한 것입니다.
과연 라르고 윈치는 아버지와 자신의 누명을 벗기고 윈치 그룹을 매각하여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자선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캐릭터 구축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이 영화의 무한 질주
2년 전 [라르고 윈치]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솔직히 [라르고 윈치]는 객관적으로 볼 때 그다지 성공적인 액션 스릴러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분명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재미가 있었지만 캐릭터 구축에 실패한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일 뿐이었죠.
하지만 [라르고 윈치 2]는 캐릭터 구축이라는 가장 어려운 숙제를 벗어던진 까닭에 처음부터 무한 질주를 시작합니다. 물론 1편을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라르고 윈치라는 캐릭터가 조금 이해가 어렵겠지만, 1편을 보았고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라르고 윈치라는 캐릭터를 이해하신 분이라면 액션 영화 특유의 재미를 선보이며 때리고 부수고 터지는 이 영화의 재미에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르고 윈치]가 너무 방대한 원작을 효과적으로 1편의 영화의 꾸겨 넣기 위해 수박 겉핥기식의 스토리 전개를 보여줬다면 [라르고 윈치 2]는 아예 맘 놓고 액션 스릴러 영화로서의 재미를 과시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우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게 때리고 부수는데...'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관객을 위한 깜짝 선물 샤론 스톤, 라르고 윈치를 위한 깜짝 선물은?
사실 [라르고 윈치 2]는 전 편과이어지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전 편에서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선보였던 이중 첩보원 레아(멜라니 티에리)는 2편에서 라르고 윈치와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놀랍게도 왕년의 섹시 스타 샤론 스톤입니다.
[라르고 윈치 2]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접하지 않고 무작정 본 까닭에 이 영화에 샤론 스톤이 등장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다이안 프란켄 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어! 저 배우 샤론 스톤 닮았다. 그런데 설마 진짜 샤론 스톤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이안 프란켄 검사는 샤론 스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다리 꼬고 앉기 스킬을 자꾸 사용하더군요. 그때서야 '아! 샤론 스톤이구나'라고 알아차렸습니다. 프랑스 영화에서 샤론 스톤이라니... 이건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었습니다.
샤론 스톤이 [라르고 윈치 2]를 잊지 않고 봐주는 관객을 위한 깜짝 선물이라면 라르고 윈치를 위한 선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아들입니다. 전 편에서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아들었던 라르고 윈치는 어느새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버지가 된 반항아. 그래서인지 라르고 윈치가 자신의 아들의 존재를 알게되는 후반부에는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지유분방한 그의 캐릭터가 살짝 변하더군요. 이것 역시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라르고 윈치 3]도 극장에서 볼 수 없겠지?
[라르고 윈치]에게 별점을 매긴다면 아무리 좋게 준다고 해도 별 세개 반 정도입니다. 하지만 [라르고 윈치 2]는 별 네개는 주고 싶을 정도로 저는 만족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를 극장에서 제대로 봤다면 어쩌면 별 다섯개는 주고 환호를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만큼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라르고 윈치]는 총 4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편이 이렇게 국내 극장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한 만큼 어쩌면 3편, 4편도 2편과 같은 운명일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너무 산만했던 1편과는 달리 2편은 국내 관객들도 충분히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만큼 그 아쉬움은 더욱 큽니다.
3편에서 라르고 윈치의 활약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그에겐 자신이 지켜야할 아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고아였고, 자신을 입양한 네리오 윈치에게도 아버지의 정을 받지 못했던 라르고 윈치는 자신의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모험은 더욱 처절해질 것입니다. 아무것도 지키고 싶은 것이 없었던 이전의 자유분방한 그와는 달리 이제는 지켜야할 중한 사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라르고 윈치 3]가 기대되는데... [라르고 윈치 3]도 극장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기만 하네요.
'아주짧은영화평 > 2011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링크] - 특별한 능력을 불순하게 사용하다. (0) | 2011.08.09 |
---|---|
[세 얼간이] - 영화 속 임페리얼 공대는 인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0) | 2011.08.08 |
[헤드] - 너 정말 제 정신이 아니구나! (0) | 2011.07.28 |
[웨이 백] - 그들의 여정은 험난했지만 영화는 평온했다. (0) | 2011.07.18 |
[타임코드] - 이제부터 당신은 추억의 특수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0) | 2011.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