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웨이 백] - 그들의 여정은 험난했지만 영화는 평온했다.

쭈니-1 2011. 7. 18. 09:01

 

 

감독 : 피터 위어

주연 : 짐 스터져스, 에드 해리스, 콜린 파렐, 시얼샤 로넌

 

 

피터 위어의 영화라면 무조건 봐야한다?

 

2003년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의 거대한 실패 이후 피터 위어 감독은 무려 7년간 영화를 연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억 5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마스터 앤드 커멘더 : 위대한 정복자]는 미국에선 1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채우지도 못했고,  월드 와이드 성적도 고작 2억 달러를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제작비가 1억 5천만 달러라면 최소한 3억 달러 이상은 벌어야 본전입니다.)

저 역시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를 보며 연신 하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터 위어 감독의 영화에 기대감을 접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엔 그의 초기작인 [위트니스], [죽은 시인의 사회], 그리고 그의 최고 걸작이라는 [투루먼 쇼]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피터 위어 감독이 [웨이 백]이라는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3천만 달러의 제작비([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에 비한다면 새발의 피)를 들였지만 미국에선 고작 2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이럴수가!!!)을 올렸고, 월드 와이드 성적 또한 2천만 달러가 조금 넘는 역시 흥행 실패작인 [웨이 백]은 어쩌면 피터 위어 감독의 연출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슴 아픈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인도까지 6,500Km의 험난한 여정

 

사실 [웨이 백]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40년. 역사상 최악이라는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7명의 수감자가 탈출을 합니다. 그들은 살인적인 추위를 이겨야 하고, 무자비한 자연과 맞서 싸워야 하며, 지옥보다도 더 고통스럽다는 고비 사막의 폭염을 넘어야 합니다. 과연 그들은 살아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기본 스토리 라인을 본 저는 '그래, 바로 이 영화다. 이 영화라면 피터 위어 감독의 연출력이 맘껏 발휘될 수 있을거야.'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하지만 전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만큼이나 [웨이 백]을 지루하게 봤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는 분명 모든 요소가 완벽했습니다. 아무 죄 없이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힌 주인공들. 그들은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하고 그들의 앞에 놓인 것은 시베리아의 강 추위. 뒤에는 소련군이 뒤쫓고, 마을 사람들은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그들을 밀고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노동 수용소 안에서 도박 빚 때문에 그들의 여정에 동참한 위험인물 발카(콜린 파렐)까지 있으니 내부의 적도 완벽하게 구비된 셈입니다. 이제 그들의 여정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험난하고 위험할 것입니다.

 

놀랍도록 평온하다.

 

하지만 그러한 제 예상을 비웃듯이 [웨이 백]은 오히려 평온하게 진행됩니다. 물론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고비 사막의 폭염과 목마름에 사투를 다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뒤쫓는 소련군은 애초부터 없었고,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밀고 따위도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발카로 인한 내부의 갈등은? 우습게도 발카는 야누스(짐 스터져스)에게 영화의 초반에 아예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럼으로서 이 영화는 모든 위험 요소가 말끔하게 제거되어 버립니다.

결국 야누스 일행은 무자비한 자연과 맞서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이 자연이라는 것이 언제나 무자비하지만은 않아서 가끔 축복을 내려 주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들의 여정이 오히려 평온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라서 그럴 것이라 이해는 하지만 어차피 상업 영화라면 허구를 조금 넣어서라도 관객의 흥미를 잡아 끌어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기본적인 소재 자체가 관객의 흥미를 자극할만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요. 하지만 이 노장 감독은 관객의 흥미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장인 정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험난한 여정을 이렇게 하품을 하며 긴장감 없이 평온하게 감상을 한다는 것은 관객으로서는 분명 아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