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타임코드] - 이제부터 당신은 추억의 특수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쭈니-1 2011. 7. 12. 10:38

 

 

감독 : 피터 하이암스

주연 : 에드워드 번즈, 벤 킹슬리

 

 

난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가 좋다.

 

저는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가 너무 좋습니다. 어렸을 적에 [빽 투 더 퓨쳐] 시리즈를 보며 처음으로 시간 여행이라는 것의 매력을 느꼈었습니다. 제가 이토록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에 열광을 하게 된 것은 현재의 사람이 과거로 가서 한 일이 다시 현재에 영향을 끼친다는 기본 설정이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드라마를 안보는 편이지만 영국 드라마인 '닥터 후' 시리즈는 꼬박 꼬박 챙겨보고 있으며, 지금은 '프라이미벌'의 새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제게 [타임코드]라는 영화가 메력적으로 느껴지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이 영화의 예고편은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2055년을 배경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로 인하여 인류가 멸망하게 될지도 모를 위기가 닥치자 주인공들이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 마지막 시간 여행을 시도한다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피터 하이암스 감독... B급 영화로 돌아가다.

 

제가 [타임코드]에 바란 것은 딱 두가지입니다. 공룡과 각종 괴물들이 튀어 나오는 예고편처럼 SF 액션의 볼거리를 제공해 줄 것과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것이니만큼 과거와 현재의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 줄 것입니다. 하지만 [타임코드]는 그러한 제 기대를 채워주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인 영화였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감독은 피터 하이암스입니다. 90년대 중반 장 끌로드 반담과 함께 [타임캅], [서든 데쓰]를 만들며 B급 액션 영화로서는 흥행성을 인정 받았던 그는 1999년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주연으로 하여 [엔드 오브 데이즈]라는 블록버스터를 연출했습니다. 주로 B급 액션 영화를 만들던 그에게 찾아온 첫번째 기회였던 셈입니다.

1999년 세기말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했던 [엔드 오브 데이즈]는 그러나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해 버렸고, 곧 이어 '삼총사'를 소재로한 [머스킷티어]의 감독을 맡았지만 역시 흥행 실패라는 결과만을 안게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피터 하이암스에게 주어진 기회는... [타임코드]를 보니 그래도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스타인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거느리고 세기말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던 감독의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난잡한 특수효과... 이 영화가 정녕 2000년대 영화라는 말인가?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이 영화는 지극히 저예산 B급 영화의 티를 팍팍 난다는 것입니다. 저예산으로 찍어도 요즘은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정교한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타임코드]는 마치 추억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보면 주인공 일행이 공룡시대로 여행을 가서 공룡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 장면이 그러한데... 거대한 육식 공룡이 등장하자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은 가짜 나무가 맥없이 옆으로 쓰러지는 것이 티가 팍 났으며, 공룡 역시 예전 '용가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결코 [용가리]를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미래 도시의 풍경도 마찬가지인데... 미니어쳐도 만든 도시에서 장난감 기차, 자동차가 왔다 갔다하고, 주인공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는 배경 사진이 차 창 밖으로 지나가는 것이 보일 정도입니다.

이건 뭐 70년대 추억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찌보면 정겹기까지 합니다. 요즘 워낙 정교한 특수효과를 보다보니 이런 어리숙한 특수효과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라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시간 여행의 새로운 개념... 시간파...  

 

뭐 좋습니다. 특수효과가 난잡한 것은 참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런 추억의 특수효과가 정겹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더 큰 문제점은 영화의 스토리 라인에 있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백악기 시절로 여행을 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잘 못하는 바람에 현재의 진화가 엉키고 맙니다. 공룡과 원숭이를 합성한 듯한 새로운 종족이 등장하여 인류를 위협하고, 나무들은 독 가시로 사람을 공격하며, 박쥐도, 물고기도 거대한 괴물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과거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들에서는 과거의 잘못이 곧바로 현재에 영향을 끼칩니다. 다시말해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현재가 바뀌어 있는 것이죠. 하지만 [타임코드]는 시간파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합니다. 마치 우물에 돌을 던지듯이 시간 여행을 통한 과거의 잘못이 곧바로 현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파장이 차츰 차츰 진행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첫 시간파에서는 곤충과 식물의 진화가 바뀌고, 두번째 시간파에서는 동물들이... 마지막 시간파에서는 인류의 진화가 바뀐다는 설정입니다. 이러한 설정으로 인하여 주인공들은 인류의 진화를 바꿀 마지막 시간파가 오기 전에 과거로 돌아가 잘못을 고쳐놔야 합니다.

 

나비효과??? 그래, 정녕 나비효과더라. (스포포함) 

 

그런데 지구상의 모든 진화가 바뀐 그 커다란 잘못이라는 것이 고작 시간 여행의 고객 하나가 백악기 시대의 나비 한마리를 잡아 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왜 문제이냐 하면... 백악기의 나비를 가져온 것은 과거를 바꿀만한 것이 아닌 현재를 바꿀만한 사건입니다. 백악기 시대의 나비 한마리가 없어졌다고 해서 과거의 진화가 모두 뒤엉킨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대신 백악기의 나비로 인하여 현재의 생태계가 뒤엉켰어야 그나마 말이 됩니다. 결국 그들의 잘못으로 과거의 진화가 바뀌는 것이 아닌 현재의 몇 년 후의 괴물이 출연했었어야 하는 것이죠.  

도대체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엄청난 재앙이 몰려온 것일까? 라는 궁금중으로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그것이 고작 나비 한마리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저는 맥이 팍 풀렸습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 영화의 과거와 현재의 상관관계는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가 없더군요.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에서 논리의 부재라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남은 것은 이 말도 안되는 스토리에 대한 허탈함과 난잡한 특수효과로 인한 헛웃음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