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수상한 고객들] - 그래도 희망은 가족이다.

쭈니-1 2011. 6. 30. 11:47

 

 

감독 : 조진모

주연 : 류승범, 성동일, 박철민, 정선경, 서지혜, 윤하, 임주환

 

 

냉혈한 보험왕, 인간이 되다.

 

연봉 10억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보험회사 직원이 있었습니다. 한때 야구왕을 꿈꿨지만 망할 놈의 제구력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정글과도 같은 사회에 나와 야구 선수로 이루지 못한 연봉 10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 남자의 이름은 배병우(류승범).

하지만 그의 고객이 보험금을 노리고 만취한 상태에서 자살을 하며 병우의 인생은 꼬이고 맙니다. 고객의 가족들은 병우가 자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고발하고, 회사 내사팀도 병우를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병우가 2년 전 보험왕을 노리며 가입시킨 자살 경력이 있는 3인의 고객들입니다. 만약 그들이 보험금을 타기위해 자살을 할 경우 병우의 인생은 크나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죠.

이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병우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방황하는 고객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면서 냉혈한 인간 배병우는 점차 가슴이 따뜻한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죠.

 

류승범, 홀로 열심히 달린다.

 

[수상한 고객들]의 장르를 굳이 정하자면 휴먼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웃기지는 않습니다. 물론 류승범 혼자 웃기기 위해서 몸 개그, 표정 개그, 애드리브 등을 마구 날려줍니다. 어찌보면 홀로 웃기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류승범이 안쓰러울 정도로 이 영화는 웃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수상한 고객들]은 애초부터 웃길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여 돌아가며 영화를 우울하게 만드는데 그러한 그들을 보며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까요.

주인공 캐릭터는 홀로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데 영화 자체는 전혀 웃기지 않는 이 어색한 상황이 오히려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캐릭터 속에서 혼자 전혀 동떨어진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류승범 덕분에 영화는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적당히 무게 중심을 잡으며 휴먼 코미디의 적절한 재미를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음악 좋고, 연기 좋고...

 

[수상한 고객들]이 데뷔작인 조진모 감독은 신인답지 않게 적절하게 감동 코드, 웃음 코드, 흥행 코드를 삽입시켜 놓았습니다.

복순(정선경)의 어린 아이들의 귀여운 아역 연기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시키고, 틱 장애가 있는 영탁(임주환)을 통해 자연스러운 욕 코드를 삽입시켰으며, 클럽 가수 소연역을 맡은 윤하를 통해 분위기 있는 음악들을 배경으로 깔아 놓습니다.

저는 특히 윤하의 노래가 참 좋았는데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김성호의 '회상' 박영미의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성시경의 '두 사람' 등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들더군요. 아쉽게도 이 영화의 OST가 다음 뮤직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대신 박영미의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을 올려봅니다.

 

그래도 희망은 가족이다. (스포 포함)

 

아무리 밑바닥 인생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라 할지라도 [수상한 고객들]은 코미디 영화인 만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런 면에서 [수상한 고객들]의 마무리는 '그래도 희망은 가족이다'라는 조금은 진부한 결말로 끝을 맺지만 류승범 혼자 고군분투한 이 영화의 코미디에 적합한 결말이었습니다.

사기를 당한 기러기 아빠 오상열(박철민)에게 걸려온 딸의 전화, 우울증에 자살을 결심한 복순에게 달려운 사춘기 딸의 사과,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동생의 신들린 기타 실력을 보게된 소연의 미소,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조카에게 찾은 영탁의 희망까지...

오해로 인하여 결별한 병우와 혜인(서지혜)을 이어주는 새로운 가족의 등장까지 곁들이고 나면 이 영화의 가족 제일 주의는 완성됩니다. 너무 진부하지만 그래서 코미디 영화의 결말로 알맞아 보이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늦은 밤 영화 보기에 몰두하는 남편을 뒤로 하고 새근새근 잠이 든 구피와 웅이의 모습이 절 미소짓습니다. 너무 진부하다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인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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