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브래드 퍼먼
주연 : 매튜 매커너히, 라이언 필립, 마리사 토메이, 월리엄 H. 메이시
속물 변호사에게도 양심은 있는가?
미키 할러(매튜 매커너히)는 말 그대로 속물 변호사입니다. 돈이 되는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인 링컨 차를 타고 다니고, LA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한편으로는 의뢰인의 돈을 거짓말로 갈취하는 짓도 서슴치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양심이 있는 변호사입니다. 죄 없는 의뢰인을 감옥을 보낼까 늘 두려워하는 그는 자신의 의뢰인의 무죄를 믿지 못해 의뢰인을 무기징역으로 감옥에 보낸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고 괴로워합니다.
문제는 그 사건의 진범인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도 자신의 의뢰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의뢰인의 비밀을 터트리면 변호사 자격을 상실하기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태. 게다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악랄한 루이스 룰레는 미키를 협박하고, 급기야 미키의 조사원이자 오랜 친구인 프랭크 레빈(윌리엄 H. 메이시)마저 죽음으로 몰아 넣습니다.
과연 이 속물 변호사는 그냥 안전하게 루이스를 무죄로 만들어 의뢰비를 챙겨먹고 잘 먹고 잘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변호사 자격증과 가족들의 목숨을 걸고 이 악랄한 의뢰인에 맞서 싸워야 할까요?
선과 악이 서로 충돌하는 캐릭터, 그리고 선의 너무 이른 승리.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속물 변호사와 정의의 변호사라는 서로 상반된 캐릭터를 지닌 어느 변호사의 이야기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미키 할러의 캐릭터 만큼이나 상반된 면을 지니고 있는데, 억울한 이가 억울한 법의 심판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선한 역할과 범죄자를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법의 심판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악한 역할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그런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진 양면성을 스릴러의 도구로 이용한 매우 영리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키 할러의 내적 갈등이 너무 쉽게 봉합된다는 점입니다. 미키 할러는 선한 변호사와 악한 변호사 사이에서 좀 더 갈등을 했어야 했지만 프랭크 레빈의 죽음으로 그의 갈등은 곧 전투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루이스 룰레에게 전면전을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변호사의 양면성이 지닌 매우 영리한 스릴러는 이렇게 양면성의 맛만 보여 주고 곧바로 여느 법정 스릴러와 다름 없는 정의의 변호사의 활약이라는 평범함으로 이어집니다.
법정 스릴러의 진수
미키 할러의 내면에서 진행되는 선과 악의 내적 충돌을 기대하며 영화를 봤지만 할리우드의 상업 영화답게 그런 복잡한 내적 갈등 따위에 영화의 러닝 타임을 길게 내주지 않습니다. 미키 할러의 영웅적인 면모는 너무 빨리 드러나고, 루이스 룰레의 악마적 면모 역시 너무 쉽게 공개됩니다. 서로 상반된 양면성을 지닌 이 두 캐릭터가 좀 더 감춰지고 갈등했으면 좀 더 괜찮을 스릴러 영화가 되었을텐데... 조금 아쉽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루이스 룰레의 재판이 진행되는 중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이 영화는 법정 스릴러의 진수를 맘껏 펼쳐보입니다.
법정에서 증인을 세워 놓고 증인 심문을 통해 배심원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려는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심리 전쟁.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그러한 부분을 잘 표현해내는데, 잔인한 살인마에 불과한 루이스 룰레를 어머니가 성폭행 당하는 것을 어린 시절 목격한 가련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포장하고, 피해자인 여성을 돈을 노리고 루이스 룰레를 함정에 빠뜨리는 꽃뱀으로 만들어 버리는 미키 할러의 신들린 기술은 이 영화가 얼마나 법정 스릴러로서의 매끈한 상업적 재미를 지니고 있는지 증명해 보입니다.
운 좋은 변호사
이제 초점은 미키 할러가 어떻게 루이스 룰레를 변호하며 그가 이전에 저지른 범죄를 밝혀내는 가에 집중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약간 아쉽게도 미키 할러의 운이 작용됩니다. 스릴러 영화가 피해야할 것이 주인공의 운과 우연인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바로 그러한 운과 우연을 이용하여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그 부분은 정말 아쉽네요.
하지만 미키 할러가 정말 운 좋은 변호사라는 것은 영화의 결말에 밝혀집니다. 루이스 룰레와의 싸움에서도 이기고, 또 다른 위험 요소도 총 한방 맞고 깔끔히 제거하고, 변호사 자격증도 지켜내고, 정의의 변호사라는 이미지도 새롭게 얻으며 이혼한 전부인(마리사 토메이)과의 관계도 개선되었으니... 그래도 마약 사범에 대한 그의 따끈따끈한 애정은 변치 않으니 속물 변호사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그는 잃은 것이 없고 얻은 것만 있는 진정한 승리를 거둔 셈입니다. 뭐 이 정도면 속물 변호사 만세를 외칠만 합니다. 물론 언제든지 다시 정의의 변호사로 변신할 준비는 되어 있겠죠. 할리우드의 스릴러 영화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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