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세 얼간이] - 영화 속 임페리얼 공대는 인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쭈니-1 2011. 8. 8. 06:00

 

 

감독 : 라쿠마르 히라니

주연 : 아미르 칸, 마드하반, 셔먼 조쉬

 

 

요즘 인도 영화가 뜨고 있다.

 

지난 3월 [내 이름은 칸]이라는 인도 영화가 개봉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개봉 첫 주에는 예상대로 박스오피스 순위 9위에 그치더니 입소문을 타면서 2주차에는 7위, 3주차에는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입니다. 

 이 영화의 이러한 흥행이 놀라운 것은 인도 영화는 우리 관객에겐 낯선 영화에 불과하며, 네티즌 사이에선 개봉 전부터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이미 영화를 봤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내 이름은 칸]은 국내에서 4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 모은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한편의 인도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는 8월 18일에 개봉하는 [세 얼간이]는 [내 이름은 칸]처럼 개봉 전부터 이미 걸작이라는 입소문이 난 상태이고,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많은 이들이 봤다는 점까지 비슷합니다. 하지만 [내 이름은 칸]의 사례처럼 그러한 화제성이 뜻밖의 흥행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존 교육 체제에 반기를 든 엉뚱한 천재

 

[세 얼간이]는 인도 최고의 대학인 임페리얼 공대에 나타난 엉뚱한 천재 란초(아미르 칸)의 이야기입니다. 1등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스타르타식 교육 시스템 안에서 공부하는 기계로 변해가는 임페리얼 공대의 학생들. 하지만 란초는 공부하는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여 원칙주의자인 비루 총장과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영화는 꽤 유쾌합니다. 마치 청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천재가 이끌어내는 에피소드들과 신나는 음악은 2시간 4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저를 영화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발리우드라 불리우는 인도 영화의 흥겨움이 [세 얼간이]에 제대로 발휘된 셈입니다.

하지만 [내 이름은 칸]도 그랬듯이 [세 얼간이]도 유쾌함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가지 않습니다. 1등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비판도 서슴치않는데 공부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살을 선택하는 어느 학생의 모습과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좋은 곳으로 취업을 해야 하는 라주(셔먼 조쉬)가 친구인 란초를 배신할 수 없어 총장실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 등에서 뜨거운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임페리얼 공대는 인도에만 있는 것일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세 얼간이]를 보며 '인도라는 나라의 교육 현실은 참 열악하군.'이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우리나라 최고의 공대인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999년 방영했던 '카이스트'라는 TV 시리즈를 통해 제겐 최고의 천재들만 모이는 학교라는 인식을 품고 있었던 카이스트. 하지만 비인간적인 무한 경쟁 속에서 2011년에만 이 학교의 학생이 무려 4명이나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최고의 공대생을 모아놓고 연봉이 높은 미국의 은행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을 시키는 [세 얼간이]의 임페리얼 공대. 과연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임페리얼 공대의 교육 현실을 비웃을 자격이 있는걸까요? 이렇게 엄연히 우리나라의 최고 공대라는 카이스트에서는 임페리얼 공대보다 더 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학점을 따기 위해, 취업을 위해, 당신은 억지로 공부를 하지 않았나?

  

란초는 친구들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 공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높은 점수를 받아 성적 순위를 높이기 위해? 좋은 곳에 취업을 하기 위해? 저는 그 질문에 떳떳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를 했으니까요.

란초는 왜 공부 그 자체를 스스로 즐기지 못하냐고 묻습니다. 그는 공학이 너무 좋았고, 그러한 공학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임페리얼 대학을 선택한 것입니다. 성공을 쫓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다보면 성공이 자기 자신을 쫓아올 것이라 강변합니다.

[세 얼간이]는 영화적 재미, 그리고 메시지 모두가 근래 보기 드문 높은 수준의 영화입니다. 발리우드 특유의 흥겨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숙연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마지막 란초의 놀라운 비밀이 벗겨지는 부분에서는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8월 18일 국내 개봉판이 조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고작 141분이라고 표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2시간 40분이 넘는 이 영화에서 40분이나 잘려 개봉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분명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보다는 2시간으로 줄인 러닝타임이 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40분이라는 상당 부분을 잘라내고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유지할수 있을런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