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사이몬 웰스
더빙 : 세스 그린, 댄 포글러, 조앤 쿠삭, 엘리자베스 하노이스
로버트 저멕키스의 꿈!
1980년대 이미 흥행의 귀재로 이름을 날리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는 두 명의 수재자가 있었습니다. 한 명은 [그렘린]의 조 단테였고, 또 한 명은 [빽 투 더 퓨쳐]의 로버트 저멕키스였습니다. 하지만 조 단테는 [그렘린]의 성공 이후 주춤했고, [그렘린 2 : 뉴욕 대소동]과 [스몰 솔저]의 흥행 실패로 결국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로버트 저멕키스는 [빽 투더 퓨쳐] 이후에도 승승장구했습니다.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 [왓 라이스 비니스], [캐스트 어웨이]까지... 1985년 [빽 투더 퓨쳐]이후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은 15년 동안 9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빽 투 더 퓨쳐 3], [죽어야 사는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마저 휩쓸며 스승인 스티븐 스필버그를 넘어섰다는 평을 얻기도 했습니다.
영화 감독으로 모든 꿈을 이룬 듯이 보였던 로버트 저멕키스. 하지만 그의 진짜 꿈은 2000년대가 되며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이미지 무버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실사 영화보다 더 실사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몰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 등이 이미지 무버스에서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모션캡쳐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던 그의 꿈은 높은 제작비라는 장벽에 부딪힙니다.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를 벌어들인 [폴라 익스프레스]의 제작비는 1억6천5백만 달러. 결국 [폴라 익스프레스]는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사정은 이미지 무버스의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1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베오울프]의 흥행 실패는 뼈아팠습니다. 미국 흥행 수입은 이미지 무버스가 제작한 영화로는 처음으로 1억달러가 채 되지 않는 8천2백만 달러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미지 무버스의 진정한 재앙은 [베오울프]가 아닙니다.
2011년 최악의 망작.. 하지만 국내 개봉까지 못할줄이야...
이미지 무버스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높은 제작비 때문이었습니다. [폴라 익스프레스]가 1억6천5백만 달러, [베오울프]가 1억5천만 달러, [크리스마스 캐롤]이 2억 달러입니다. 이렇게 제작비가 높으니 왠만큼 흥행을 해서는 본전을 찾지 못한 것이죠. 실제로 [베오울프]만 미국내 흥행 수익이 1억 달러를 넘지 못했을 뿐, [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 캐롤]은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이미지 무버스는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이미지 무버스의 진짜 재앙은 바로 이 마지막 작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미지 무버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모두 그러하듯이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 역시 1억5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미국내 흥행은 고작 2천1백만 달러에 불과합니다.월드와이즈 성적도 3천9백만 달러. 이건 뭐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는 셈이죠. 결국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는 아직 2011년이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도 2011년 최악이 망작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비록 [크리스마스 캐롤]은 보지 못했지만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를 재미있게 본 저는 로버트 저멕키스의 꿈이 담긴 이미지 무버스의 마지막 영화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망작이라고는 하지만 이미지 무버스의 경이로운 애니메이션을 이미 경험한 저로서는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 역시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는 국내 개봉은 하지 못하고 곧바로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래도 1억5천만 달러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인데... 이럴수가...
이번엔 화성이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전략은 분명해보입니다. 이미지 무버스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중에서 그래도 성공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폴라 익스프레스]입니다. 산타를 믿지 않는 한 소년이 산타 마을에서 모험을 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베오울프]는 흥행이 시원치 않았고, 고전을 원작으로 한 [크리스마스 캐롤]은 중간 정도 밖에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흥행에 성공하려면 [폴라 익스프레스]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되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는 외계인이 살고 있는 화성을 무대로 합니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산타 마을처럼 동심이 가득한 가상의 공간에서의 모험이라는 소재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아홉살 소년 마일로(세스 그린)는 잔소리꾼 엄마(조앤 쿠삭)가 귀찮기만 합니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로한 아빠 마저 늦고, 브로콜리를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고 싶은 TV 프로를 못보게 된 마일로는 '엄마가 어디로 사라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화성인이 마일로의 엄마를 납치합니다.
이 영화는 납치된 엄마를 따라 화성에 간 소년 마일로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일로를 도와주는 오래 전 마일로처럼 납치된 엄마를 구하러 화성에 온 그리블(댄 포글러)과 사랑이라고는 없는 화성의 분위기에 반기를 든 화성인 키(엘리자베스 하노이스)의 도움으로 마일로는 엄마 구출 작전에 성공합니다.
당신의 아내가 화성인이 되기를 원하는가? (스포 포함)
사실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는 그다지 새로운 영화가 아닙니다.[폴라 익스프레스를 봤을 때만해도 이미지 무버스의 기술이 놀라웠고, 낯선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한 [베오울프]는 스토리가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는 모든 것이 어정쩡합니다.
스토리 자체도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화성인 캐릭터 역시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을 연상하게 할만큼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에 흥미를 느낀 것은 화성인에게 엄마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애초에 화성인도 지구인처럼 아빠와 엄마가 있었고, 아이들은 부모 밑에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화성의 지도자는 육아의 책임을 여자 혼자 하게 되는 것에 반기를 듭니다. 그녀는 하는 일 없이 춤추고 노는 것이 전부인 남자들을 내쫓고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화성인의 나라를 세웁니다. 그리고 육아 부담은 유모 로봇을 만들어 해결한 것이죠. 지구인 엄마를 납치한 이유는 유모 로봇의 프로그래밍을 위해서입니다. 결국 육아의 어려움이 그녀를 독재자로 만들었고, 남자들을 내쫓았으며, 지구인 엄마를 납치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한 장면을 보며 저는 부담없이 영화를 즐기다가 뜨끔했습니다. 지금은 웅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예전에는 저 역시 아빠의 역할은 돈을 벌어오는 것이라 믿었고, 웅이를 키우는 것은 모두 구피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결혼하신 분이라면 공감하실텐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남자들이 그러 힘든 일을 아내들에게 미루고 나몰라라 한다면 언젠가는 우리의 아내들도 화성의 독재자처럼 변하지 않을까요?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는 극장에서 이미지 무버스의 기술력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전개로 영화를 보는 저를 만족시켰습니다. 비록 국내에서는 개봉도 하지 못할 정도로 2011년 최악의 망작이지만 3D 애니메이션의 뛰어난 기술력을 선보인 이미지 무버스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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