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크 디사
더빙 : 이시영, 김수미, 노홍철, 박영진
1편은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지난 2006년 4월... 저는 구피와 손을 잡고 [빨간모자의 진실]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 형제의 동화 '빨간 모자'를 새롭게 각색한 이 영화는 숲속 마을의 요리 비법이 담긴 책들이 사라지고 범인을 잡기 위해 폴짝이(임하룡)가 빨간모자(강혜정), 빨간 모자의 엽기 할머니(김수미), 늑대(시영준), 그리고 도끼맨을 용의 선상에 올려 놓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네 명의 용의자들은 사건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하나의 사건을 두고 네 명의 용의자가 각자 다른 시각으로 하는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감추어졌던 진범을 잡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솔직히 동화 뒤집기 측면에서는 드림웍스의 [슈렉]을 넘지 못했고,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 역시 마지막 반전의 뜨끈미지근함으로 치밀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와 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노홍철이 참여한 국내 더빙이 영화와 너무 잘 어울려 즐겁게 영화를 감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5년후... 빨간모자가 특수요원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나 [빨간모자의 진실 2]가 개봉하였습니다. 1편은 월드와이드 성적으로 1억1천만 달러가 넘어서며 그래도 체면치레를 했지만 5년 만에 공개된 2편은 월드와이드 성적이 1천7백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 대망신을 당했고,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 역시 1편은 좋은 성적을 내며 장기간 극장 상영을 했지만, 2편은 개봉 첫주 5위, 2주째에 9위를 기록하며 대부분 개봉 3주차에서는 상영하는 극장을 찾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저 역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웅이와 열심히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보기에 몰두했지만 [빨간모자의 진실 2]만큼은 결국 극장에서 놓치고, 발 빠르게 다운로드 시장에 나온 것을 집에서 가족들과 오손도손보며 [빨간모자의 진실 2]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일단 [빨간모자의 진실 2]에서 특이했던 부분은 빨간모자(이시영), 할머니(김수미), 늑대, 날다람쥐(노홍철), 폴짝이(박영진)를 해피엔딩 수사대라는 특수요원으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특수요원이 된 전 편의 캐릭터들... 덕분에 이 영화는 속 편도 아니고, 프리퀼도 아니며, 리부트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전 편의 캐릭터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
[빨간모자의 진실]과 [빨간모자의 진실 2]의 관계는 참 미묘합니다. 일단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거의 일치합니다. 1편에서 맹활약을 했던 빨간모자, 늑대, 할머니, 다람쥐, 폴짝이에 도끼맨, 토끼, 염소까지... 아예 작정하고 전 편의 캐릭터들을 모아 놓습니다. 이런 정성만 놓고 본다면 영락없는 속 편입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모습은 전 편과 동일한데 그들의 역할은 전 편과의 연계성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숲속 요리 비법이 사라진 초유의 사건의 용의자였던 그들은 난데없이 특수요원이 되어 있었고, 헨젤과 그레텔 납치 사건에 뛰어듭니다.
분명 [빨간모자의 진실]은 속 편이 나오기 힘든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그림 형제의 동화 '빨간 모자'를 패러디하겠다고 선언했던 이 영화가 속 편이 나온다면 다시 '빨간 모자'를 패러디할 수도 없을 노릇이었을테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 디사 감독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전 편의 캐릭터를 가지고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는 결국 흥행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편과 전혀 연계성이 없이 속 편임을 내세우며 전 편의 캐릭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이 영화에 관객들은 등을 돌린 셈입니다.
첩보 애니메이션의 재미라도 제대로 구축했다면...
전 편은 수사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첩보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장르의 길에 나섰습니다. 문제는 스토리의 진행 방식입니다. 전 편은 네 명의 용의자들이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시선으로 진술하며 진범을 찾아 나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를 진행시키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마지막 반전 역시 비록 제겐 들켰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라고 박수를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빨간모자의 진실 2]는 새로움을 내세우지 못하고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스토리 진행 방식을 내세웁니다. 만년 2등의 복수, 피해자가 악당이 되는 상황, 독불장군이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깨닫는 후반부 등등... 이건 뭐 수 많은 첩보, 액션 영화들을 짜집기해낸 듯한 장면들의 연속입니다.
그 와중에서 전 편이 가지고 있었던 동화 뒤집기(재크와 콩나무, 돼지 삼형제 등)는 물론 영화 패러디(양들의 침묵)까지 해내려 몸부림칩니다. 하지만 기본 적인 스토리 라인이 부실하다보니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빨간모자의 진실 2]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면서 새로운 캐릭터 창조나, 새로운 스토리 라인 구축 등 중요한 사항들은 뒤로 밀어두고, 적당히 성공했던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의 캐릭터를 차용해서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첩보 영화들을 짜잡기해낸 참 불성실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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