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샤오린 : 최후의 결전] - 소림 액션과 중국 근대사의 너무 뻔한 만남

쭈니-1 2011. 8. 24. 11:29

 

 

감독 : 진목승

주연 : 유덕화, 성룡, 사정봉, 판빙빙

 

 

'신소림사'였다니...

 

전 중국의 근대사를 배경으로한 무술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황비홍] 류의 영화인데, 제 또래의 남성 관객들이라면 [황비홍]을 보고 열광했었지만 저는 지루함을 참지 못했고, 이후에도 [황비홍 시리즈]는 거의 보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참 이상하죠? 중국 SF 무협 영화도 좋아하고, 중국의 역사 드라마도 좋아하는 편인데, 유독 중국의 근대사를 배경으로한 무협 영화만큼은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제가 [황비홍] 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대륙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그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중국의 근대사. 서구 열강의 위협과 작은 섬나라에 불과했던 일본의 침략.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대부분 중국 근대사를 다룬 무협 영화들은 서양인, 혹은 일본인을 악당으로 설정하고, 중국의 국민들을 괴롭히는 그들에 맞서 중국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영웅이 등장합니다. 결국 제가 재미를 느끼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너무 뻔한 영화의 진행 방식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을 보았습니다. 유덕화, 성룡, 사정봉, 판빙빙이라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에 끌렸던 영화인데, 막상 영화를 보다보니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더군요. 게다가 이 영화의 원제는 [신소림사]. 흠... 만약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이 아닌 [신소림사]로 개봉했다면 제 관람 목록에서 빠졌을 것입니다.

 

중국의 근대사... 그 혼란의 시기에 찾아온 영웅들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은 중국 공화국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당과 공산당이 합동으로 8년 간의 항일 전쟁을 벌인 결과 승리를 거머쥐었고, 이는 곧바로 국민당과 공산당의 중국 대륙을 차지하려는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국민당은 타이완으로 쫓겨가고 공산당이 중국 대륙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침략, 일본과의 항일 전쟁을 거쳐 공산당과 국민당이 벌인 내전까지 겪은 중국의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쳤고,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이 영화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시체는 산처럼 쌓여 있고,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들은 늘어만 갑니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소림사의 스님들만이 피난민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씬에서 시체를 거둬들이고 있는 스님들과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전투로 새로운 시체들이 쌓여만 가는 상황은 그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서 이 영화는 명확해집니다. 소림사의 스님들이 이 영화의 영웅이고, 전쟁을 일삼는 군인들이 악당이라는 사실을...

 

악당... 영웅이 되다.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의 주인공은 백전백승의 장군 호우지에(유덕화)입니다. 그는 소림사에 숨은 정적을 그 어떤 자비심도 없이 처리하고 자신과 함께 한 의형제를 죽이려는 계획까지 세우는 잔인한 악당입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의형제처럼 믿고 있었던 카오만(사정봉)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고 맙니다. 그런 상황에서 몸도, 마음도 망가질대로 망가진 그는 소림사에 오게 되고 수도승 우다오(성룡)와 함께 생활하며 점차 소림사의 가르침을 따르게 됩니다.

일단 이 영화는 소림사의 스님들을 영웅으로 설정하면서도 그 중심에 잔인한 악당이었던 호우지에를 배치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호우지에가 어떻게 자신의 분노와 복수심을 잠재우고 영웅이 되었는가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형제의 배신, 딸의 죽음, 아내의 원망을 겪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겪는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딸을 죽음으로 몬 카오만마저 용서하는 것은 솔직히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부터였을 것입니다.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의 점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도대체 무엇이 카오만을 괴물로 만들었나?

 

호우지에가 소림사에서 과거의 과오를 깨닫고 소림사의 스님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담은 중반부를 지나면 후반부엔 본격적인 진정한 악당 카오만과 호우지에의 결전이 펼쳐집니다.

호우지에를 밀어내고 모든 것을 차지한 카오만. 그의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호우지에처럼 배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는 그 두려움을 광기로 잠재우며 도저히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괴물같은 짓거리를 행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호우지에를 향한 카오만의 행동이 아무리 봐도 도가 지나쳤다는 것입니다. 그가 두려웠다면 지체없이 죽이면 될 것을 카오만은 호우지에를 죽이지도 못하면서 그를 괴롭힙니다. 이것은 두려움이 아닌 호우지에를 향한 그 어떤 분노에 대한 복수심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는데, 이 영화 그 어디에도 카오만이 호우지에에게 그러한 분노를 느낄만한 장면이 나오지 않아 카오만의 호우지에를 향한 괴물같은 짓거리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느와르 같은 무협 영화

 

영화의 마지막엔 카우만의 군대와 소림사의 스님들이 펼치는 대결전이 펼쳐지는데, [황비홍]을 비롯한 다른 무협 영화와는 달리 [샤오린 : 최후의 결전]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영웅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수도 없이 배치함으로서 무협 영화가 아닌 홍콩 느와르 영화의 비극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특히 자신을 죽이려 혈안이 된 카오만에 맞서 끝까지 그를 용사하며 깨우치려 하는 호우지에의 모습은 영웅을 넘어서 신선의 경지로까지 보이더군요.

결국 중국 근대사를 다룬 다른 무협 영화처럼 진정한 악당은 카오만이 아닌 중국의 문화재를 훔치려 했던 서양인 장군이라는 조금은 뜬금없는 설정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마치 중국인끼리 싸우면 중국 대륙을 호시탐탐 노리는 서구 열강에 의해 침략당할 것이라는 은연중의 교훈이 담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결국은 제가 뻔하다고 생각하는 중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무협 영화의 범주를 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재미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소림 무술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고, 유덕화, 성룡을 한 화면에서 보는 것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 취향은 아니네요. [황비홍]에서부터 이어진 이런 뻔한 전개는 조금 지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