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그랜트 헤슬로브
주연 :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제프 브리지스, 케빈 스페이시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믿으며 살아갑니다. 어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린 오세훈 서울 시장은 무상급식이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저는 채식이 몸에 좋다고 아무리 TV에서 떠들어대도 내 몸에는 육식이 더 좋다는 믿음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타인이 볼 때는 '말도 안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자기 자신이 한 번 믿기 시작한다면 그 믿음을 깨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자신이 굳게 진실이라 믿는 것에 대한 믿음을 깨기 어려운 만큼 우리는 중요한 자리의 누군가를 선임할 때 그가 무엇을 믿고 있으며, 그 믿음은 보편타당한가를 판가름해야 합니다. 느닷없는 오세훈 서울 시장의 눈물을 보며 더욱 뼈저리게 그러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앗! 제 글이 자칫 정치적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제가 각자의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초(민망한)능력자들]을 봤기 때문입니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제가 앞서 설명한 믿음의 대한 이야기이며, 그 믿음이 한 사람의 인생을, 아니 전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능력을 믿는 사람들
[초(민망한)능력자들]는 신지구군이라는 미군이 창설해낸 초능력자 부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슨 SF영화도 아니고, [엑스맨]과 같은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황당하지만 실화라고 하네요.
신지구군의 일원이었다며 자신을 소개한 린(조지 클루니)은 적의 생각을 읽기, 투시하기, 실종된 대상을 찾기, 노려보는 것만으로 염소를 죽이기 등 신지구군의 초능력을 태연스럽게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린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정신병자의 헛소리처럼 느껴집니다.
특종을 찾아 전쟁이 한창 진행중인 이라크까지 건너온 기자 밥(이완 맥그리거)도 린의 이야기를 반신반의합니다. 사실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내를 빼앗기고, '욱'하는 성격에 종군 기자로 지원해서 이라크에 왔지만 그곳에서도 그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가 린과의 동행을 선택한 것은 바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초능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진 린으로 인해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던 밥이 점차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입니다. 그 만큼 확고한 믿음은 다른 이들을 동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며 곽노현을 서울시 교육감으로 찍었던 대다수의 서울 시민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굳건한 믿음에 점차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초능력으로 평화가 올 수 있다는 믿음.
그렇기에 무엇을 믿는가가 중요합니다. 무상급식을 하지 않으면 서울의 복지가 굉장히 좋아질 것이라 믿는 오세훈 서울 시장과 같은 달콤하지만 위험한 믿음이 있는 반면, 린은 신지구군의 활동으로 전쟁을 끝내고 평화가 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기에 허황되지만 그의 믿음을 지지하고 싶어집니다.
사실 빌(제프 브리지스)이 창조해낸 신지구군은 '히피+군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합이 탄생시킨 우스꽝스러운 조직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폭력을 통한 전투보다는 초능력을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적을 무릎 꿇게 만들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구촌이 온갖 분쟁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정작 희생당하는 것은 군인이 아닌 일반인이고, 힘 없는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입니다. 만약 빌과 린의 믿음처럼 초능력으로 이 모든 분쟁과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빌과 린의 믿음이 허황되어 보이지만 매력적인 것은 그 믿음의 선한 동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들의 믿음이 민망하지 않다.
그런 선한 빌과 린의 믿음은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던 밥을 동화시키고 감복시킵니다. 마지막에 빌과 린의 초능력을 이용하여 그들의 선한 의도를 악한 의도로 사용하려는 래리(케빈 스페이시)의 부대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소동은 신지구군이 표방한 선한 의도가 결코 현실의 세계에선 펼쳐질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밥의 기사가 현실의 세계에서 무시되고, 우스갯거리가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의 잔인함을 겪었기에 그러한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던 빌과 린. 그들의 초능력은 결국 현실의 세계에서 발휘되지 못했지만 저는 그들의 초능력이 결코 민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난한 자가 현실에서 받는 차별을 이해하지 못하고 초등학교때부터 그러한 차별을 심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하는 오세훈 서울 시장의 믿음이 더 민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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