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 겁에 질리다.
절 닮아서 유난히 겁이 많은 웅이. 어느날 친구들에게 무서운 괴담을 들었나봅니다. 그날부터 그 무서운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고, 잠을 자면 악몽을 꿔서 잠을 못이루네요. 저와 구피는 그런 무서운 이야기들은 꾸며낸 것이니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웅이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겁에 질린 웅이의 불안함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제가 웅이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주기로 결심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재밌고,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무서운 이야기를 잊어버리게 만드려는 의도였습니다.
온 가족이 오손 도손 모여 앉은 일요일 오후. 웅이와 구피는 편안한 자세로 제 낭독회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삽화가 있는 동화이기에 1시간 정도면 전부 읽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날의 독서 낭독회는 그렇게 시작하여 무려 3시간이 지나서야 책의 3/4 부분이 끝이 났고, 그 다음날 나머지 부분을 읽고나서야 비로서 쭈니의 첫 독서 낭독회는 끝이 났답니다.
잎싹... 꿈을 갖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가진 암탉 잎싹의 이야기입니다. 잎싹은 닭장에 갇혀 달걀을 낳아야 하는 난용종 암탉입니다. 하지만 잎싹는 꿈을 갖게 됩니다. 알을 품고, 귀여운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러나 그것은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이었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납니다. 불가능한 꿈으로 인해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던 잎싹은 병이 들었다는 오해를 받게 되고 주인집 사람들로 인하여 산에 버려집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닭장을 나온 잎싹은 날개를 다친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무시무시한 족제비로부터 도망을 칩니다.하지만 기적은 멈추지 않습니다. 숲 속에 버려진 알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알을 품게 된 잎싹은 초록머리라는 귀여운 자식을 갖게 됩니다.
비록 동화책이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제는 묵직합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겪는 잎싹의 고난의 나날, 그리고 나그네의 눈물겨운 희생과 비록 서로의 종은 다르지만 아들 초록머리를 향한 잎싹의 진정한 모성애.
너무 묵직한 주제로 인하여 웅이의 집중력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 염려했지만 진심을 담은 이야기의 힘은 웅이를 <마당을 나온 암탉>에 푹 빠지게 했습니다. 피곤한 구피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더니 급기야 '그런데 암탉이 마당을 나왔을 뿐인데 무슨 사건 사고가 이렇게 많아?'라고 한마디 던짐으로서 묵직한 주제에 무거워진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키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
잎싹의 사랑, 나그네의 희생.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며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초록머리를 향한 잎싹과 나그네의 사랑은 비록 암탉과 청둥오리로 표현되었지만 이 세상 모든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요?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님의 마음말입니다.
오리지만 닭 어머니를 둔 까닭에 외톨이가 되어야 했던 초록머리는 사춘기 소년처럼 잎싹에서 반항합니다. 하지만 잎싹은 묵묵히 초록머리의 반항은 받아들입니다. 그러한 부분을 읽으며 지금은 제 다리에 찰싹 달라 붙어 있는 웅이도 언젠가는 사춘기 소년이 될테고, 제가 부모님께 그랬던 것처럼 저와 구피에게 반항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잎싹이 그랬던 것처럼 섭섭해하지 않고 웅이가 사춘기의 방황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줘야 겠죠. 그것이 부모니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웅이에게도 재미있는 동화였지만 어른인 제가 읽어도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동화였습니다. 이렇게 세대를 뛰어넘는 우리 동화가 있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흐뭇했고, 다시한번 나의 위치와 내 가족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마당을 나온 암탉>은 조만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된다고 합니다. 제가 영화 [마당을 암탉]을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탄탄한 원작을 가졌다는 것. 우리나라의 동화를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것. 그것은 대단한 일이고, 꼭 성공해서 좀 더 많은 동화들이 우리의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조금 무겁습니다. 잎싹의 모성애와 희생을 다르고 있어서 다른 그 무엇보다 감동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예고편을 보아하니 책에 비해서 많이 밝아진 분위기가 눈에 띄고 감초 캐릭터인 야생 수달 달수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만들어졌더군요. 코믹한 조연 배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박철민이 달수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만큼 달수는 영화의 밝고 코믹한 분위기를 주도할 중요 캐릭터로 보입니다.
책을 다 읽은 웅이는 영화도 보고 싶다고 난리입니다. 아직 영화가 개봉하려면 2주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이것이 원작의 힘이겠죠. 뛰어난 원작은 많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마당을 나온 암탉>이 위대한 첫 걸음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P.S. 책을 읽을 때 책의 앞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은 마지막에 읽으시길... 어느 아이의 꿈에 대한 이야기인데 황선미 작가가 살짝 스포를 써놓았더군요. 덕분에 책의 결말을 알아버린 웅이를 달래주며 책을 읽느라 애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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