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안 쓰는 파란 블로그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책 감상평을 옮기다보니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책 리뷰가 있길래 역시 다음 블로그로 이전시켰습니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2002년 읽었던 책으로 당시는 제가 2년간 사귀었던 여친에게 채이고 홀로 궁상떨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남녀간의 이별과 만남을 그린 이 책을 인상깊게 읽었을지도...
[냉정과 열정사이]는 일본의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공동 집필한 소설입니다.
10년전 오해로 인하여 헤어져야 했던 쥰세이와 아오이가 10년후 아오이의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잊지않고 결국 다시 재회한다는 어찌보면 평범한 연애소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남성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는 남성 주인공인 쥰세이를... 여성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는 여성 주인공인 아오이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똑같은 약속을 기억하며 결국 기나긴 여정속에서 다시 재회하게되는 이 두 주인공... 쥰세이와 아오이의 모습을 남녀 작가가 각자 섬세하게 잡아낸 겁니다.
전 우선 츠지 히토나리가 쓴 'BLU'를 먼저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오이를 잊지못하고 길고 긴 방황을 하는 쥰세이의 그 마음이 가슴깊이 느껴져서 이 쓸쓸한 가을에 한참이나 청승을 떨며 우울해 했었습니다. 그리고 기대에 부풀어 에쿠니 가오리가 쓴 'ROSSO'를 읽었습니다. 쥰세이가 과거를 잊지못하고 그렇게 길고도 긴 방황을 하는 동안 아오이는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너무나도 궁금했었죠.
하지만 제가 남자라서 그런걸까요? 아오이의 이야기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시종일관 아오이에 대한 추억에 삶을 지탱하던 쥰세이에 비해 아오이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완벽하게 구축해 나가며 쥰세이를 완전히 추억의 한 일부로 치부해 버립니다. 그가 쥰세이에 대한 미련을 깨닫게 되는 것은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입니다. 쥰세이가 소설의 첫 장부터 아오이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죠.
어쩌면 그것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일지도... 누군가 그러더군요. 남자는 과거속에 살고 여자는 현재에 산다고... 이 소설을 읽으니 그것이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전 'ROSSO'를 읽는 동안 아오이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더군요. 쥰세이는 아오이를 잊지 못했기에 현재의 애인인 메미와 메몰차게 헤어져야 했지만... 아오이는 쥰세이를 그리워 하는 것도 아니면서 현재의 애인인 마빈에게 매몰차게 굴었던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암튼 여자란... ^^;
'ROSSO'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여성은 아오이 외에도 또 한명이 있습니다. 'ROSSO'의 번역가인 김난주씨입니다. 제가 감히 김난주씨의 번역에 대해 평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ROSSO'를 읽으면서 번역가가 이 소설을 번역하는데에 자신이 별로 없었던가 아니면 너무 자만에 차서 자신만만하게 번역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난주씨의 번역은 이런 식입니다.
"멋있었어(Fabulous). 가본적 있어?"
이렇게 번역한 것에 원어를 같이 써 놓은 겁니다. 물론 전부 그러지는 않았지만 이런식의 번역은 꽤 많은 곳에서 발견됩니다.
전 이런 식의 번역을 볼때마다 김난주씨가 번역에 자신이 없어서 원어도 같이 써놓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완벽하게 번역한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인지 헷갈리더군요.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제 생각엔 그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하는 작업은 어찌보면 새로운 창조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번역가라도 원작과 똑같이 번역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언어가 다르니... 그런데 김난주씨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번역한 것과 원어를 같이 써놓음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창조를 포기하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순전히 그것은 제 느낌이지만...
암튼... 이 사랑의 계절인 가을... 10년전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쥰세이와 아오이를 만난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2002년 10월 9일
'그외이야기들 > BOOK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남자친구보다 주식이 좋다> - 이보다 친절한 주식투자 입문서는 없었다. (0) | 2011.06.22 |
---|---|
<대한민국 맛집 여행 700> - 여전히 배고픈 나를 위해... (0) | 2011.05.16 |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책은 시간을 초월하여 달린다. (0) | 2010.11.12 |
<폰더씨의 나비효과> -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 더 기쁜 법이다. (0) | 2010.11.05 |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 다음 블로그가 연결해준 아주 특별한 인연. (0) | 2010.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