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베이직] - 진정한 반전은 단 한번만으로도 족하다.

쭈니-1 2009. 12. 8. 16:36

 



감독 : 존 맥티어넌
주연 : 존 트라볼타, 사무엘 L. 잭슨, 코니 닐슨
개봉 : 2004년 2월 6일
관람 : 2004년 1월 6일


[베이직]의 영화 이야기를 쓰려면 3주전의 기억을 더듬어야 합니다. 다짜고짜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보낸지 정확히 6일째되던 날. 전 이곳 저곳 영화 시사회 신청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구피는 빨리 일자리는 구하지 않고 영화 볼 궁리만 한다며 구박을 해댔지만 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공짜 영화만 찾아 다녔었죠. 그러다가 바로 6일날 세편의 영화 시사회에 한꺼번에 몰려 버린 겁니다. [베이직]은 게릴라 시사회 당첨이었고, [말죽거리 잔혹사]는 SBS 접속 무비월드가 운영하는 접시꽃의 첫번째 정기 시사회였으며, [아웃 포 킬]은 어떤 분이 시사회를 양도해주겠다며 제의를 해왔습니다. 그야말로 공짜 영화 운이 박터진 날이었죠.
결국 [아웃 포 킬]의 시사회는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베이직]과 [말죽거리 잔혹사]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잘만하면 이 두편의 영화를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결국 저는 무리한 강행군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베이직]은 영화 보는 도중에 나와야만 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사회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죠. 전 분명 거의 다 보았다고 결론 짓고 구피를 이끌고 평소 제가 가장 싫어하는 영화 도중 자리를 뜨는 행위를 하고말았던 겁니다. 그렇게 조금은 아쉽지만 두편의 영화를 무사히 보았다고 단정지었건만... 저는 [베이직]이 제가 본 것이 끝이 아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 부분까지만 해도 반전이 최소한 3차례나 나왔기에 설마 더이상의 반전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마지막에 한번의 반전이 더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그 순간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던지...
그날 저는 깨달았답니다. 영화라는 것은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날 두편의 영화를 봤지만 결국 [베이직]은 마지막 반전조차 보지 못하고 뛰어나와야 했고, [말죽거리 잔혹사]는 [베이직]에 대한 미련때문에 여유롭고 편안하게 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베이직]은 파나마의 한 정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거센 허리케인 속에서 훈련에 여념이 없는 특수부대 대원들... 하지만 그들은 한참이 지나도 복귀하지 않고 부대에선 수색에 나섭니다. 수색도중 대원중 한명인 던바가 부상당한 켄달을 들쳐업은채 동료인 뮬러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 목격되고 던바는 즉각 본부로 소환됩니다. 하지만 던바는 굳게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하디(존 트라볼타)가 투입됩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도입부는 흥미진진하지만 그리 새롭지는 않습니다.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수사관,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멀리 갈 것도 없이 [장군의 딸]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정확히 이 영화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고보니 [장군의 딸]에서도 존 트라볼타가 주인공이 었군요.
존 맥티어넌 감독은 결코 새로울 것이 없는 이 영화에게 서로 상반되는 주장과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이라는 새로운 미로를 만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멕 라이언 주연의 전쟁 스릴러 [커리지 언더 파이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전혀 새로운 영화라는 것이 존재 할 수 없으며 조금씩 이전의 영화를 베껴야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베이직]이 [장군의 딸]과 [커리지 언더 파이어]를 반씩 섞었다고해서 이 영화에게 대놓고 욕을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런다면 이 세상에 욕 안 얻어먹을 영화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전혀 새로움이 없는 스토리 라인이 아니라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억지스럽게 만들어 놓은 그 수많은 반전들입니다.
마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다가 스텝이 엉킨 듯이 자멸해버린 [와일드 씽]처럼 [베이직] 역시 한두번이면 족할 반전을 여러번 반복하다가 결국엔 억지스럽게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두번째 반전 정도에서 맘췄다면 [커리지 언더 파이어]처럼 '재미는 없지만 볼만 했다'라는 평가라도 받았을텐데... 아니 세번째 반전 정도에서 멈췄다면 [장군의 딸]처럼 '그럭저럭 재미있었다'라는 평가를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오랜 침체기에 놓인 존 맥티어넌 감독과 존 트라볼타는 너무 욕심을 냈고 그 욕심은 반전의 남발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결국은 반전이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최고로 꼽는 반전 영화(反戰이 아니라 反轉입니다. ^^;)인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 혹은 [디 아더스]만 보더라도 반전 영화가 가져야할 미덕은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것은 간결한 스토리 라인과 단 한번의 강도높은 반전입니다.
[식스센스]만 보더라도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이 복잡하다며 투덜거리는 사람을 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다는 마지막 반전을 본 후 '무슨 소리야! 브루스 윌리스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을 봤는데...'라고 우기다가 다시 영화를 본 후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말입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경우는 아주 영특하게 관객을 속인 영화였습니다. 별다른 반전이 없는 범죄 스릴러 영화처럼 보이더니만 갑자기 마지막 순간 관객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을 날림으로써 관객들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었죠. 결국 관객의 방심을 노린 반전 영화였습니다. [디 아더스]의 경우는 [식스센스]에서 한단계 발전시킨 반전의 묘미를 보여줍니다. 관객의 시선을 의문 투성이인 세명의 하인들에게 묶어두고 마지막엔 '사실은 니콜 키드먼도 귀신이었어'라며 관객의 뒷통수를 친 이 영화는 [식스센스]와 [유주얼 서스펙트]의 반전을 적절히 섞은 기막힌 영화였습니다.
이들 영화의 특징은 한결같이 결코 어려운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반전의 묘미는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들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또다른 특징은 반전을 결코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전을 숨겨두었다가 마지막 순간에 단한번 반전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것보다 휠씬 효과가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단 한번의 반전이라도 그 반전의 짜임새가 얼마나 좋은가입니다. 그 단한번의 반전으로 인하여 관객들은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극장에서 나올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베이직]은 그러지 못합니다. 애초에 반전 영화와는 거리가 먼 존 맥티어넌 감독은 차라리 이 영화를 스펙타클한 액션 영화로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도 못한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듭니다. 어쩌면 존 맥티어넌 감독의 이러한 시도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반전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관객만큼이나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도 많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본 후 한참을 설명을 들은 후에야 끄덕이는 반전은 이미 반전의 묘미를 놓친 것임을 존 맥티어넌 감독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베이직]은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은 영화입니다. [다이하드], [붉은 10월]로 제겐 최고의 액션 감독이었던 존 맥티어넌 감독이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13번째 전사], [롤러볼]로 연속 실망시키더니 [베이직]으로 완전히 절 KO시키고 말았습니다. 조만간 [다이하드 4]로 최고 액션 감독으로의 재기를 넘본다는데 이러다가는 [다이하드 4]마저도 전혀 기대할 것이 없는 평범한 액션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군요.
[베이직]에서 자신의 장기인 액션씬 하나 제대로 연출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스릴러에 대한 새로운 능력마저 보여주지 못한채 반전만 남발하면 반전 영화가 될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결국 [다이하드 4]를 과연 기대해도 될런지 의문스럽게 만듭니다.
이 영화를 위해 살을 뺐다는 존 트라볼타는 여전히 뚱뚱해서 둔해보이고, 조연으로 잠시 얼굴을 비춘 사무엘 L. 잭슨은 아마도 제가 기억하는 한 그의 출연 영화중 가장 평범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새로운 얼굴의 발견이라는 코니 닐슨 역시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으니 [베이직]을 보며 즐길 것이라고는 도대체 이 영화의 반전이 언제쯤 멈춰질 것인지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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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그것봐...끝이 좀 애매하다구 했쟎어...다음부턴 제발 여유롭게 영화보자....시사회 대신 주말 조조를 보면 되쟎아...눈꺼풀은 좀 무겁겠지만 머니가 가볍게 드니 얼마나 좋아 또 요새 유행하는 아침형 인간이 주말에도 될 수 있으니 더 좋구...  2004/01/28   
쭈니 시러 주말엔 늦잠 잘꺼얌~ -.,-  200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