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말죽거리 잔혹사] -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

쭈니-1 2009. 12. 8. 16:34

 



감독 : 유하
주연 :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개봉 : 2004년 1월 16일
관람 : 2004년 1월 6일


1월 6일은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시사회가 하루에 두번이 겹치던 날이었습니다. 저와 구피는 두 편의 시사회를 모두 보기 위해 뛰고 또 뛰었었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합니다. 1월 6일, 씨네통이라는 사이트에서 1월 7일 [안녕! 유에프오]의 게릴라 시사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게릴라 시사회는 선착순이기에 먼저 신청하는 사람이 시사회에 초대됩니다. 이은주의 열혈팬인 저는 공짜로 이은주 주연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집착 하나만으로 [안녕! 유에프오]의 시사회 신청을 하기위해 하루종일 씨네통에 죽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준비중'이라는 시사회 신청란은 '신청 가능'이라는 메세지로 바뀔 생각을 않고, 이제 슬슬 [안녕! 유에프오]의 게릴라 시사회를 포기할때쯤 [베이직]이라는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게릴라 시사회가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얼떨결에 신청을 하고 시사회 초대를 받은 것까진 좋았는데 하필 [베이직]의 게릴라 시사회 날이 이미 SBS 접속 무비월드의 접시꽃 첫 시사회인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사회 일정이 잡혀있던 1월 6일인 겁니다. 다행히도 두 편의 영화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두 신사역에 있는 브로드웨이와 시네마 오즈에서 열리는데다가 [베이직]의 시사회는 오후 6시 50분, [말죽거리 잔혹사] 시사회는 오후 8시 30분이기에 두 편의 시사회를 모두 참가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결국 구피에게 한소리 들으며 우린 일찌감치 신사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6시 50분에 시작한다는 [베이직]이 7시가 넘어서야 시작하고 예상외로 영화도 꽤 긴 편이었습니다. 반전에 반전이 계속되는 동안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사회 시간은 다가오고 결국 영화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던 8시 25분 저는 구피와 함께 [베이직]의 시사회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불과 하루전만 해도 영화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들을 예의도 모른다고 욕했던 제가 말입니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희가 봤던 부분이 끝이 아니라는 군요. 마지막 반전이 또 있다는... 허걱~)
신나게 뛰어서 시네마 오즈에 도착. 그런데 8시 30분에 시작한다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사회가 8시 50분이 넘어서야 시작하더군요. 그때의 허탈함이란... 시사회를 개최하시는 분들, 제발 시사회 시간에 정확히 맞춰 영화를 시작해 주세요. ^^;
순서상 [베이직]의 '영화 이야기'를 먼저 쓰는 것이 옳으나, 아직 개봉 일자도 확정되지 않은 이 생소한 영화의 '영화 이야기'를 써봤자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것 같기에 먼저 [말죽거리 잔혹사] 쓰고 [베이직]은 개봉 일정이 확정되는 날에 써서 올리겠습니다. (아참! [안녕! 유에프오]의 게릴라 시사회는 어떻게 되어냐고요? 그것이 글쎄 제가 깜박 졸았던 틈을 타서 게릴라 시사회 신청이 마감되고 말았답니다. 결국 [안녕! 유에프오]의 시사회에 참가하려다가 뜻하지도 않게 [베이직]의 시사회에만 참가한 꼴이 되고 말았답니다. ^^;)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8년을 배경으로 한참 개발중이던 강남 말죽거리의 정문고에 전학을 오게된 현수(권상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학생에 대한 선생의 무차별한 폭력이 난무하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짱이 되기위한 싸움이 일상화된 그곳에서 현수는 학교짱인 우진(이정진)과 우정을 쌓게 되고, 은주(한가인)라는 여고생과 가슴아픈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수는 결국은 부조리한 학교의 폭력에 대항하여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를 외치며 결국 학교를 뛰쳐나오고 맙니다. 70년대 말 군사 독재 시절 학교에서 벌어졌던 학원 폭력을 다룬 이 영화는 근래 보기드문 진지한 청춘 영화이기도 합니다.

1. 이 영화를 둘러싼 몇가지 오해들.

먼저 이 영화는 절대 코미디가 아닙니다.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코미디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제목에서 '말죽거리'라는 지명의 어감 자체가 코미디적입니다. 게다가 주연 배우인 권상우는 [화산고], [일단 뛰어],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같은 학원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을 해왔으며, 결정적으로 [말죽거리 잔혹사]와 1980년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한 학원 코미디 [품행제로]와 곧잘 비교되면서 이 영화가 코미디일 것이라는 추측은 거의 확정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제목에서 '말죽거리'라는 앞부분이 코미디적이었다면 '잔혹사'라는 제목의 뒷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유하 감독은 1970년대 후반 유신정권의 고등학교에서 선생들이 어떻게 나이어린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그들에게 폭력에 대한 내성을 키워줬는지 끔찍하리만큼 리얼하게 표현합니다. 유하 감독은 어른들의 폭력이야말로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잔혹사라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말죽거리는 단지 영화의 무대일 뿐입니다.
권상우에 대한 선입견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산고], [일단 뛰어],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코미디 영화였을런지는 모르지만 그 영화들에서 권상우는 코미디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화산고]에서 그 위풍당당한 송학림의 자태를 생각해 본다면 제 주장이 쉽게 수긍이 되실 겁니다. 2003년을 강타한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조차 그는 웃기지 않았습니다. 단지 김하늘이 웃겼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말죽거리 잔혹사]는 어쩌면 그의 이전 영화들의 연기와 맥을 같이 하는 영화일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눈가의 반항기와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뺌으로써 어른들의 폭력에 시들어가는 10대 청춘의 연기를 제대로 해냅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를 통해 권상우는 진정한 연기자로써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겁니다.
[품행제로]를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교함으로써 생긴 오해는 이 영화가 앉고 있는 가장 억울한 오해입니다. [품행제로]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품행제로]가 만화적 상상력과 배우들의 오버 연기로 1980년대를 정겹게 회상했다면,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0년대 후반의 학교 풍경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배우들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를 통해서 그 당시의 폭력에 대한 부조리함을 고발합니다. 한마디로 [품행제로]와 [말죽거리 잔혹사]는 비슷한 시대배경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른 느낌으로 회상하는 영화인 겁니다.
이렇듯 코미디 영화를 기대하며 [말죽거리 잔혹사]를 본다면 분명 당혹스러울 겁니다. 물론 이 영화속 캐릭터들의 순진난만함과 70년대의 촌스러운 풍경으로 인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웃음은 코미디적이라기 보다는 마지막에 폭력에 의해서 처참하게 짓밟히는 우진과 상우의 모습에 더욱 애틋함을 더해줄뿐입니다.


 



2. 유하 감독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 딴지걸기.

설마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로맨틱 코미디 혹은 흔하디 흔한 멜로 영화로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제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가장 도발적으로 결혼 제도의 허와 실을 꼬집은 영화입니다.
결혼 제도... 어쩌면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원초적이며, 가장 오래된 풍습일지도 모릅니다. 자손번식이라는 동물적인 본능에 의한 결혼 제도는 결국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변함이 없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유하 감독은 [결혼는 미친 짓이다]에서 바로 이 오래된 전통에 딴지를 걸은 겁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서로간의 사랑이 아닌 돈과 능력에 의해서 정해지는 요즘 연희(엄정화)의 이중생활은 자본주의 사회의 새로운 결혼관을 통쾌하게 비웃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바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입니다. 결혼 제도에 딴지를 걸었던 유하 감독은 이제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에 딴지를 걸기 시작한 겁니다.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군사 독재 시절의 폭력이 난무했던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그 당시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젊은 관객들에겐 '설마'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잔혹합니다.
제 경우는 198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닌, 이 영화속 배경과 무려 10년의 차이가 있는 세대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학교 풍경에 동조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학원 폭력은 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이 학교 주변 폭력배나 불량 학생들에 의한 것이 아닌 바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선생들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바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결국 선생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속에서 강자이며 학생들은 약자입니다. 약자는 강자가 휘두르는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고 그러한 학교에서의 경험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여 군대에 가고, 사회에 진출하면서도 이어집니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은 오랜 기간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시켜왔던 겁니다.
요즘은 학교 체벌이 법으로 금지되어 이 영화처럼 무차별한 폭력은 난무하지 않겠지만 아직도 체벌이 '사랑의 매'라고 주장하는 몇몇 선생들은 이 영화를 꼭 봐야만 합니다. 그들이 행하여 왔던 폭력이 얼마나 어린 학생들을 병들이게 했는지... 폭력이라는 것이 그 어떤 명분에서도 결코 옳지 않음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 오히려 폭력의 정당성을 가르쳐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유하 감독은 바로 그러한 잘못된 교육에 딴지를 걸고 있는 겁니다.


 



3.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현수와 우식 그리고 은주의 삼각관계도 아니며, 권상우의 멋진 액션씬도 아닙니다. 영화 후반부에 피투성이가 된 현수가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고 외치던 장면입니다.
폭력은 싫다며 싸움을 거부하던 현수가 우식과의 우정을 쌓아가고 그로인하여 원치 않는 폭력에 노출되며 점차 변해가는 모습은 바로 학교 폭력에 피멍이 들은 나의 모습이며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현수가 선생들의 폭력과 선도부장인 종훈의 폭력을 묵묵히 참아가는 동안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먹을 불끈 쥡니다. 그리고 현수가 그들의 폭력에 분연히 일어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에서는 모두들 쾌감의 환성을 지릅니다. 그것이 바로 폭력이 주는 내성입니다. 폭력을 당하다 보면 자신이 남에게 하는 폭력도 정당하게 느껴집니다.
현수가 선도부원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쾌감을 느낀 관객들은 결국 유하 감독이 쳐놓은 함정에 빠진 겁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폭력에 내성이 생기고 폭력에 대한 죄책감을 잃어 간다는 것을 유하 감독은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동안 잊혀졌던 학창시절에 당한 폭력들을 회상하며 이 영화의 리얼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머리카락이 눈썹밑으로 내려왔다고 운동장에 서서 야구 방망이로 죽도록 맞았던 그 시절, 등수가 떨어진 그 수만큼 강목으로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들도록 맞았던 그 시절,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팬티속에 손을 집어넣어 그곳의 털을 한움큼 뽑아내던 선생이 버젓이 존재하던 그 시절, 체육 시간에 교련 시간에 의례 기합을 받고 뭉둥이로 얻어맞는 것이 당연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저도 영화속 현수처럼 외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
비록 현수처럼 멋지게 폭력을 폭력으로 복수하고 학교를 때려 치우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 당했던 학원 폭력의 기억은 학교라는 공간을 아련하게 그리운 공간임과 동시에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공간으로 회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폭력을 '사랑의 매'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선생님... 당신들이 행하였던 그 '사랑의 매'가 낳은 결과를 부디 보아주십시오."


 



  

IP Address : 218.39.53.247 
구피의꿈
매력동자 권상우의 모습에 푹빠진 여인네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시사회였지^^
아마 나도 그중 절대 빠질수 없는 열열한 매력동자 상우씨의 왕팬이 되버렸지용...
 2004/01/14   
쭈니 흥! 그래봤자 내 매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  2004/01/14   
김동명
대한민국학교 족구하라그래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던....  2005/12/09   
쭈니 족구하라그래...의 압박... ^^;  200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