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피터 팬] - 이것이 진짜 '피터 팬'이다.

쭈니-1 2009. 12. 8. 16:34

 



감독 : P.J. 호건
주연 : 제레미 섬프터, 레이첼 허드우드, 제이슨 아이삭스
개봉 : 2004년 1월 16일
관람 : 2004년 1월 5일


2004년 쭈니의 영화 프로젝트는 '영화 무조건 공짜로 보기'입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라스트 사무라이]는 컴퓨터로 다운받아 보았고, [피터 팬]은 맥스무비의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어제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방금 전 씨네통에서 게릴라 시사회에 당첨된 존 맥티어넌 감독, 존 트라볼타, 사무엘 L. 잭슨 주연의 [베이직]과 SBS 접속 무비월드의 접시꽃 첫 시사회인 [말죽거리 잔혹사], 두 편의 시사회가 연달아 계획되어 있으며, KTF 카드를 이용해서 매주 금요일마다 공짜 영화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구피를 먼저 꼬셔야 겠지만...) 지금도 수많은 시사회 신청과 공짜 영화를 찾아다니느라 쭈니는 바쁘답니다.
제가 개봉 영화 90%는 본다는 글에 어떤 분이 리플을 달아놓았었습니다. '시간과 돈이 많으신가 보군요'라고... 하지만 전 그 분께 이렇게 대답을 해줬답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시간과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답니다'라고...
돈이라면 지금의 제 방법처럼 공짜 영화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카드를 이용한 각종 할인과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영화 관람비는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보기전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고, 간식거리도 왠만하면 집에서 미리 준비해 간다면 영화를 관람하며 드는 부대 비용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시간이라면 영화가 아무리 길어봤자 평균 2시간이니 하루 24시간중 2시간을 영화를 위해 소비한다고해도 그것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 공짜 영화를 찾는 것은 일과 시간중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틈틈이 알아보면 될 일이고 말입니다. 문제는 영화에 대한 애정입니다. 얼마나 영화를 보겠다는 집념이 강하냐가 바로 관건이라는 겁니다. ^^;


 


  
'피터 팬'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제작된 블럭버스터 [피터 팬]은 정말 굉장한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인하여 네버랜드에서의 신나는 모험담으로 왜곡되었던 '피터 팬'을 원작에 충실하게 복원시킨 것도 대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재미를 전혀 잃지 않고 오히려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 변모시킨 것도 대단합니다. [뮤리엘의 웨딩],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이 두편의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던 P.J. 호건 감독은 신작인 [피터 팬]에서 단순한 모험담이 아닌 어른의 기로에 선 웬디의 심적 갈등을 중점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원작의 묘미를 살려냈고, 환상적인 비주얼로 네버랜드를 창조해 냄으로써 블럭버스터적인 재미도 살려냈습니다. 만약 J.M. 배리 원작의 진짜 '피터 팬'을 만나고 싶다면 P.J. 호건 감독의 [피터 팬]이 바로 정답인 셈입니다.

1. [후크]보다 재미있다.

199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진 [후크]는 피터 팬를 소재로 한 영화중에서 가장 독창적이며 성공적인 영화로 평가되는 영화입니다. 피터 팬이 예전의 기억을 잃고 어른이 되어 버렸다는 설정아래 로빈 윌리암스가 어른이 된 피터 팬을 맡았으며, 줄리아 로버츠가 팅커벨을, 더스틴 호프먼이 후크 선장을 맡아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의 전형을 이룬 초대형 블럭버스터였습니다. (이 영화에 기네스 팰트로우가 나왔다는 군요. 도대체 기네스 팰트로우가 어떤 역활로 나왔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
하지만 [후크]는 J.M. 배리 원작의 '피터 팬'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단지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유아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상한 나라의 피터 팬'일 뿐입니다. 게다가 스필버그의 상상력이라는 것이 [후크]에서는 이상하게도 잘 발휘되지 못해서 원작의 상상력을 전혀 뛰어넘지 못하고 그 안에 안주하며 상황만 색다르게 각색하는 스필버그 감독 답지 않은 진부함을 보여줬습니다.
그에 반에 P.J. 호건 감독의 [피터 팬]은 원작에 충실함으로써 원작에서 얻은 색다른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기회를 획득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에 충실한 이 영화는 오히려 지금까지 만들어진 '피터 팬'중에서 가장 색다른 영화의 위치에 올라선 겁니다. 그런 면에서 '피터 팬'을 단순한 모험담으로 왜곡시킨 디즈니에게 P.J. 호건 감독은 감사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그에게 원작에 충실한 최초의 '피터 팬'을 만들 기회를 부여했으니 말입니다.


 


  
2. [더 캣]보다 재미있다.

보 웰치 감독의 영화인 [더 캣]은 어린이 관객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영화중에서도 가장 비주얼이 독특했던 영화입니다. 파스텔톤의 환상적인 색체와 마이크 마이어스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 그리고 다코타 패닝과 스펜서 브레슬린이라는 어린 배우들을 내세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캐스팅과 닥터 수스의 전설에 가까운 원작 동화까지... [더 캣]은 정말 모든 것이 전부 갖추어진 듯한 어린이를 위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단순한 스토리 라인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영화의 교훈 때문이었습니다.
그에 반에 [피터 팬]은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영화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피터 팬]을 실증나도록 본 전 이 영화의 개봉 소식에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왜 거액을 들여 영화로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으로 이 영화를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자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환상'이라는 광고 문구가 전혀 거짓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지금까지 우리가 모르고 있던 '피터 팬'의 진정한 재미를 갖춘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더 캣]에 전혀 뒤지지않는 화려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피터 팬(제레미 섬프터)의 모험 보다는 웬디(레이첼 허드우드)라는 아이와 어른의 기로에 선 한 소녀의 내적 갈등을 충실히 잡아냅니다. 동생들에게 지어낸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언젠가는 멋진 모험을 할 것이라는 어린아이적인 꿈에 젖어 있는 웬디가 냉혹한 현실의 세계에 부딪혀야 하는 어른의 관문앞에서 그러한 현실을 도망치고 싶은 욕망을 네버랜드의 모험으로 축약합니다. 그러나 결국 현실로의 도피인 네버랜드에서의 신나는 삶이 아닌 어른으로의 도전인 현실로 돌아오는 웬디를 그려냄으로써 어른들까지 동감할 만한 작은 감동을 전해줍니다. (저 역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철없는 어른이기에 마지막 웬디의 선택에 따른 용기에 마음속으로 힘찬 박수를 보냈답니다.) 그러한 이 영화의 교훈은 [더 캣]처럼 노골적이지 않습니다. 영화에 빠져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교훈인 겁니다.
P.J. 호건 감독이 만들어낸 네버랜드의 비주얼 역시 [더 캣]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P.J. 호건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능력을 발휘했을뿐 블럭버스터 영화를 전혀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 팬과 작은 요정이 살고 있는 환상적인 공간과 더불어 무자비한 해적과 무시무시한 악어, 그리고 음흉한 인어가 살고 있는 음침한 공간이 공존하는 네버랜드는 아마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간간히 터지는 유머 감각까지... [피터 팬]의 유머 감각은 [더 캣]의 마이크 마이어스의 원맨쇼에는 솔직히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영화의 윤활유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기도 합니다.


 



3. 문제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다.

[피터 팬]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칭할만합니다. 요즘과 같이 경제 사정이 어려운 때에 어렸을적 꿈꿔왔던 환상의 세계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자신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직장에서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돈을 벌기위해 하루하루를 스트레스속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불쌍한 어른들은 이제 어렸을적 꿈이 무엇인지 어렸을적 꿈꾸었던 환상이 무엇인지 조차 잊은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어른들을 위해 이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아빠야 말로 가장 큰 용기의 소유자이란다'
평생 어린 아이로 머물며 자유로운 모험을 할 수 있는 네버랜드의 생활을 포기하고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웬디의 결심은 어쩌면 어린이들보다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어쩔수없이 극장에 들어선 어른들을 위한 교훈일지도 모릅니다. 성장이 멈추었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피터 팬이 웬디의 키스를 받고 비로서 남성으로써 성장하여 힘을 발휘하는 장면은 현실 세계의 어려운 역경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라는 숨은 메세지인지도 모릅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한다면...) 결국 어른들은(저를 포함한...) 이 영화를 보며 어렸을적의 환상을 동경하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현실을 버리지 말라는 성숙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제 앞에서 쉴새없이 과자 봉지를 부스락거리더니만 결국 깊은 잠속에 빠지시던 아이들과 함께 오신 중년 아저씨... 영화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린 몇명의 청년들... 시사회장에 심심치않게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서 아이들이 시끄럽게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제게 오히려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영화를 보는데 더욱 방해가 되더군요. 그 분들에겐 [피터 팬]의 어른들을 위한 교훈보다는 극장에서의 예절 교육이 더 필요한것 같습니다. 결국 문제는 순진한 아이들이 아닌 사회 생황에 찌들어 기본적인 극장 예절조차 잊어버린 어른들인 겁니다. 그 분들을 잠시라도 네버랜드로 여행을 보내서 어렸을적의 꿈을 되새겨 줄수는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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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원작에 가장 가깝게 만든 영화라고 했던가?
웬디가 어린 피터보다 악당 후크에게 훨씬 매력을 느낀다라는 자막이 나왔을때 섬짓(?)한 느낌을 받았는데 원작을 안읽어봐서 궁금하네...금성출판사에서 나온 동화책 피터팬밖에 읽은게 없어서...
 2004/01/14   
쭈니 원작한번 읽어볼까? 나도 궁금해졌어.  2004/01/14   
이브
이번에는 영화를 보기전에 왔답니다.. 쭈니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 하고 있을까.......하고 궁금해져서 ㅎㅎ
내일 조조할인에 티티엘카드 할인에 50%의 가격에 아침 영화를 예매 했답니다.. 후훗.. 어른이 보는 동화.... 자알 보고 올께요 ^^ 구피님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04/01/17   
쭈니 이브님도 동화같은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전 이런 영화 무지 좋아합니다. ^^
암튼 재미있게 자알 보세요.
 200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