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들의 공간/Park

[공원리뷰] 사고친 후에 - 어른들을 위한 성장 로맨스

쭈니-1 2011. 6. 15. 13:52

 

 

 

 

감독 : 주드 애파토우

출연 : 세스 로건, 캐서린 헤이글

 

 

먹을 복이 터지던 날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근무는 저희들 사이에서는 정말 피하고 싶은 근무입니다. 들어오는 사람도 없는데 피곤하기도하고 배까지 고픕니다. 근처에 슈퍼도 닫고 있어도 돈이 없을때는 정말 절망의 한숨만이 저를 휘감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달랐습니다. 그 날 당직이던 다른 직원분들이 야식으로 시킨 막창, 순두부, 김밥을 우수수 나누어 주셨죠. 여기에 알콜까지 겸비되어 있었다면 정말 금상첨화였겠지만 일단 여기에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먹다보니 뭔가 심심하더군요. 얘기 할 거리도 얼마 없고 역시 심심한건 어쩔 수 가 없었습니다. 역시 이렇게 심심할때는 영화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너무 스릴러만 봐온것 같아 달달한 로맨스를 보고자 [사고친 후에]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네?

 

영화의 내용은 대강 이러합니다. 별 볼 일 없는 백수 세스 로건, 연예뉴스 리포터로 일하는 커리어 우먼 캐서린 헤이글은 클럽에서 처음으로 만납니다. 그리고 술에 엄청 취한 나머지 .. 한방에 사고를 치고 말아 버립니다.. 처음 [사고친 후에]를 보기 시작했을때는 로맨틱 코미디물인줄 알았습니다. 일단 세스 로건이라는 배우가 나오니 그런 생각을 지울 수 가 없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 웃긴 멜로라기 보다는.. 정통 멜로에 가까운것도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진지합니다. 웃긴 장면으로 내용을 채운다기보다는 다 큰 어른들이 "임신"과 "출산"이라는걸 준비하면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주 과정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아직 아이도 없고 부인도 없고 애인도 없는 비루한 군인의 입장에서 이런걸 쉽게 이해 할 수는 없겠지만 준비가 안되있던 어른들이 갑작스런일이 닥쳐왔을때 "나는 저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 앞날에 대하여 조금을 생각해볼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이를 갖는 다는것에 대해서 굉장히 좋은 생각을 가지게 해줍니다. 요즘 청소년들이나 미혼의 여성들이 심심치 않게 아이를 지운다거나 결국 아이를 낳았지만 주변 환경에 대한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버린다거나 낳자마자 아이를 죽을 위기에 놓이게 한다거나 해서 아이를 가진다, 즉 "임신"에 대한 이미지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리 행복하거나 축복 받을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자체만으로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서 알려줍니다.  

 

 

정말 저런 대처가 가능한 것인가?!

 제가 정말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세스 로건이 아버지가 됬다는 통보는 받는 장면에서 생각보다 너무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캐릭터여서 그런건지 상대가 괜찮으니 그런건지 결혼도 안하고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의 사이에서 만든 아이를 통장 잔고가 900달러 남은 남자 입장에서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이는 그가 너무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만약에 있어서는 안됄일이겠지만.. 경험한 일이었다면 "저건 말도 안돼는 일이야!" 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입장이니 그저 궁금하게 의문점을 가질 뿐 이었습니다. 그 후로 벤과 알리슨은 서로 알아가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리 봐도 상대방은 자기 타입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 둘은 노력합니다. 그 사이 엄청난 갈등들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지만 관계가 관계인지라 역시 두손 꼭 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건?

 

영화는 알리슨이 건강한 딸 아이를 낳는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이 합니다. 모두 다 같이 그 기쁨을 함께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또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된다는건 어떤 기분일까요. 결혼을 하고 나의 가정을 가진다. 한 가정의 기둥이 된다. 이런 생각들만 머릿속에 가져도 "대체 저런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라고 온갖 상상을 다 해봅니다만 그래도 정말 궁금한건 '나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라는 겁니다. 나로 인해서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것 그로 인해서 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것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사고친 후에] 이 영화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