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들의 공간/Park

[공원리뷰] 소스코드 - 다른 현실에서 또 다른 현실을 재구성하다.

쭈니-1 2011. 6. 13. 10:12



감독 : 던칸 존스

출연 : 제이크 질렌할, 미쉘 모나한, 베라 파미가



가혹한 주말..


제가 평소 출동이 없을때 하는 근무는 보통 육군의 초소근무 처럼 경찰서의 정문을 지키고 서있는 수문장 역할입니다. 보통 평일에는 공익근무들이 나와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를 서고 저희가 오후 6시부터다음날 아침 9시까지 근무를 서죠. 그런데 주말에는 속세와 다르게 상당히 가혹해 집니다.. 공익근무들이 출근을 안하는 관계로 24시간 근무가 돌아가는 가혹한 환경이죠. 분대원들이 많다면 모를까 총원 7명에 가끔씩 빠지는 외박, 외출인원 빼버리면 6명이서 돌아가는 근무환경입니다. 하루에 8시간씩 즐거운 정문 지키기가 시작 되는거죠. 휴가를 보내고 온 저에게 이런 주말근무는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주말을 즐길 수 없는 이 아픔을 저는 쉬는 시간 짬짬이 영화로 달래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구원해준 고마운 영화, 오늘은 [소스코드] 되겠습니다. 



여... 여긴 어디?!


영화는 뜬금없이 통근열차 안에서 제이크 질렌할 그러니까 스티븐스가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당황스러웠습니다. 저에게 아무런 힌트나 스토리의 제공없이 본론부터 시작하니 말이죠. 깨어난 콜터의 앞자리의 블랙홀 눈빛을 가진 여성이 콜터에게 뭔가 계속 말을 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콜터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무런 인지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리저리 헤매이다 결국 열차폭발에 휘말립니다. 그러더니 왠 캡슐안에서 갑작스레 깨어납니다. 그 후에 콜터는 자신이 [소스코드]라는 프로그램에 있다는걸 알게됩니다. 이미 현실에서 없는 다른 사람의 과거의 기억속으로 들어가서 열차를 폭파 시킨 테러범을 찾아야 한다는거였죠. 이 영화 [소스코드]는 뜬금없이 시작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고 천천히 한가닥 한가닥 영화를 풀어나갑니다. 모든 상황이 주어지고 내용을 유추하면서 보게되는 여타 영화와는 다르게 보는 사람을 콜터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들고 스스로 의문점을 만들어 이 영화의 핀포인트를 찾아가게 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영화를 넋놓고 보게 되면 흔하디 흔한 SF액션이 되어 버릴 수 도 있지만 잠깐만 곰곰히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 놓는다면 상당히 신선하고 매력적인 영화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 해답이 흔하디 흔한 결말이라면 곤란..> 이 영화의 핀포인트인 소스코드를 두고 여러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는데 기억조작, 시간여행, 그리고 대부분 생각하게 될 평행우주 코드가 바로 그것이죠.



첫번째 : 기억조작 <스포>


영화 중반부에 소스코드의 개발자인 박사가 나와서 콜터에게 열차 안에서의 그는 열차테러로 죽은 한 남자의 기억의 일부라는 말을 합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고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영화 를 여기까지 봤을때만 해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허나 실상을 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기억이라는게 자신의 두뇌에 각인된 경험과 시각적, 후각적, 청각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항상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1분 1초 막대한 양의 경험과 자료들이 기억이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모이게 되지만 이 영화속 콜터가 기억속에 있다기엔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콜터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앞자리의 크리스티나도 몰라보고 그저 "콜터 스티븐스" 라는 것입니다. 이미 죽어버린 남자의 기억속이라면 그 모든 정보가 콜터의 머릿속에도 남아있어야 하는데 콜터의 머릿속엔 "내가 있는곳이 열차구나"라는 정보 밖에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개발자나 굿윈까지도 눈치채지 못한 부분이지만 콜터는 이미 열차안에서 새로운 경험들과 자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넣어가고 있는 셈이었죠. 이런 부분은 이 영화의 단순한 펀치페이크에 불과합니다. 이런 요소요소들이 보는 사람이 생각하는 추론이 아닌 영화 곳곳에서 보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어줍니다.



두번째 : 시간여행 <스포>

 


여타 많은 시간여행을 주제로 다룬 영화를 보면 과거에서 겪은 경험을 미래에 이용하거나 미래의 경험을 과거를 바꾸는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소스코드] 또한 그렇습니다. 콜터가 소스코드에 들어오기전의 기억 그리고 소스코드 속에서의 기억들은 소스코드에서건 캡슐 속 현실에서건 유용하게 쓰입니다. 과거또한 여러번 바꿉니다. 크리스티나를 열차에서 나오게해 살린다던가, 열차사고가 아닌 총격사고로 죽는다던가 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중요한건 만약에 시간여행이라면 과거가 바뀌었다면 미래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겁니다. 자신이 열차에 치기 직전 살아있는 크리스티나를 본 콜턴은 크리스티나가 살아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사망자명단에 올라와있었죠. 소스코드 속에서의 크리스티나를 살려봤자 또 다른 현실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던거죠. 이미 그려져 있는 선 중앙에서 다른 방향으로 다른 선을 그려봤자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선의 방향은 바꿀 수 가 없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소스코드]의 재미뭉치 중 하나입니다.



세번째 : 평행우주 <스포>


쉽게 말하자만 동전의 앞뒷면에 서로 같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죠. 쭈니님이 [소스코드] 리뷰에서 언급하신것처럼 이연걸의 [더 원]이라는 영화에서 사용되기도 했던 소재입니다. 어찌보면 정말 가장 신빙성있고 믿음이 가는 주제입니다. 기존의 기억이나 시간에 관련된 예상들을 갈아 엎으면서 앞뒤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주제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도 상당히 애매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이건 쭈니님의 리뷰를 보면서 알게된건데 콜터가 원래의 현실과 다른 현실에서 역사교사의 몸으로 콜터로써 살아간다면 대체 원래 몸의 주인인 역사교사는 어디로 증발한걸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 해봤습니다. 평행우주라곤 하지만 역사교사가 사라진 부분에서 왠지 그 부분은 찝찝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그럴싸해집니다. 소스코드 속의 현실과 캡슐 속에서의 현실의 교차점이 바로 그 열차테러 부분이라는 겁니다. 평행을 유지하던 두개의 우주가 아닌 다른 한쪽과 서로 교차하는 이미지의 X자형 우주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와 미래는 다를 수 있지만 현재는 분명 같을 수 있습니다. 평행우주라는 것이 말 그대로 평행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소스코드에선 테러를 막았지만 다른 현실에선 그러지 못했습니다. 평행으로 이루어져야 할 선들이 이탈해 버린거죠. 하지만 X자형 우주라는 가설 아래 상황을 대입시키면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옵니다. 열차안에서의 일은 서로 다른 현실의 교차적인 부분이라고 보는겁니다. 그 후의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스코드의 개입을 빼놓아서는 안돼겠죠. 소스코드의 개입으로 다른 현실에 영향을 준 부분은 역사교사의 삶 입니다.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거의 증발 시켜버린 셈인데 서로 다른 우주에서 콜터는 분명 살고 있었지만 어느 한쪽의 개입으로 한 현실에 콜터가 두명이 되어버립니다. 분명히 <다른 현실에서 또 다른 현실을 재구성 했다> 라고도 말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이 다가오길 원하는 영화

 

 

[소스코드]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구성면에서도 탄탄한 내용면에서도 배우들의 호연도 그걸 증명해 줍니다. 허나 약간은 다른점이 관객이 스스로 다가가야 영화의 참맛을 알 수 있다는것입니다. 이 영화가 던져주는 힌트만으로 그저 맘놓고 보기만 한다면 그저그런 헐리우드 액션물에 지나지 않을 것 입니다. 이 영화의 결론을 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왠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소스코드]의 결론은 아직도 진행형을 것 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이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미쉘 모나한 입니다. [소스코드]를 보면서 확실하게 눈에 들어온 배우였는데 이전작들은 보니 [이글아이], [미션임파서블3] 같은 그래도 꾀나 육중한 영화에 출현했었더군요. 단역도 아니고 주연급으로 말이죠. 그동안 이런 배우가 왜 눈에 띄지 않았던건지.. 영화 보는 내내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갈뻔 했는데요.. 뭔가 사람을 홀리는듯한 눈빛이 정말 매력적인것 같더군요.. ㅠㅠ좋은 배우도 알게되고 곰곰히 생각 할 수 있던 영화 [소스코드] 못보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보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