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들의 공간/Park

[공원리뷰] 리미트리스 - <향수> 최고로 끓어오르는 소유욕!

쭈니-1 2011. 6. 14. 18:24

 

 

 

감독 : 닐 버거

출연 : 브래들리 쿠퍼, 애비 코니쉬, 로버트 드 니로

 

 

 

고민에 빠진 군인

 

요새 큰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약간 다혈질인 친구가 있는데 감정의 기복이 상당히 심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조울증이라고까지 의심이 들게하는 정도지요.여자라서 더 그런것 일 수도 있지만 장난을 쳐도 장난으로 안받아들이고 잔소리 조금만 하면 "그래 그래! 내가 다 잘못했지!" 라며 화를 내버립니다. 그런데 요즘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이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저랑만 말이죠. 툭하면 연락하지 말라는 친구기에 평소엔 걱정을 별로 안했지만저는 일방적으로 싸이월드 일촌까지 끈겨버리고 메신저에서도 반대쪽에서 먼저 삭제를 했더군요. 최근엔 영화얘기 밖에 한게 없는데.. 이렇게 걱정이 심할땐 스트레스 해소를 해야합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저는 한숨 쉬는 시간을 1초만이라도 줄여보고자 뭔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영화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리미트리스]라는 영화가 제 눈을 사로 잡았습니다.

 


 

이거 한알만 잡줘바! 머리가 좋아진다구?!

 

 

[리미트리스]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영화였습니다. 흔하게 상상하는 일 중 하나이지만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똑똑해 지는 약> 을 주제로 영화를 쭉쭉 풀어나갑니다. 돈 없고 능력없고 여자친구에게 까지 차인 소설가로 나오는 브래들리 쿠퍼는 우연찮게 예전 처남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고 그 처남에게 알약하나를 받습니다. 쿠퍼는 그 알약의 무한한 능력에 감탄합니다. 평생 인간이 쓰는 뇌를 % 로 표현하자면 상당히 힘들지만 이 알약을 먹은 쿠퍼는 아주 어린시절 기억까지 세세하게 기억해 냅니다. 머릿속 깊숙히 잠들어 있던 기억까지 끄집어 내고 그 기억을 어떻게 사용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그리고 어떤 기억이 유용하게 쓰일지까지 쿠퍼는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계산해내고 현실에서 실천하기에 이릅니다. 보통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중의 하나가 <대리만족>에 있다면 이 영화는 그 이유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보다보면 "왠지 이럴수도 있을것 같은데..", "나도 저 생각해봤는데.." 라는 생각들이 듭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보는사람의 욕구를 채워줌으로써 이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오프닝 장면입니다. 오프닝 장면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 <집중> 입니다. 무한하게 화면 중앙으로 포커스가 잡히면서 뭔가에 다가간다, 집중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점은 알약의 효능을 말하는것 같습니다. 알약은 효능은 크게 뇌를 100% 활성화 시켜서 기억력, 집중력, 사고력을 극대화 시킨다는 겁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나오지만 오프닝 같은 포커스 장면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가벼운 이미지의 쿠퍼


이 영화 [리미트리스]의 원래 주연은 샤이아 라보프 였답니다. 하지만 샤이아가 팔에 부상을 입은 바람에 브래들리 쿠퍼가 주연을 맡게 된거죠. 저에게 쿠퍼의 이미지는 상당히 가벼웠습니다. 재미있게본 [더 행오버] 에서도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에서도 쿠퍼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벼운 배우라는 느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맨 처음 [리미트리스]를 보는게 살짝 꺼려졌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가 제이슨 스타뎀이나 스티븐 시걸, 장 끌로드 반담의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것 처럼 배우에게 뭔가 사람을 밀어내는 느낌이 있었달까요. 하지만 [리미트리스]를 보고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의 가벼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약의 효능으로 한때는 스마트하게 한때는 고통받는 소설가를 연기의 문외한인 제가 봐도 "기본기가 튼튼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게감 있는 배우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샤이아의 부상이 쿠퍼에게는 인생에서 최고의 알약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로버트 드 니로까지 나와서 호연을 보여주지만 역시 이 영화의 중심은 쿠퍼였습니다. (샤이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원작소설의 탄탄한 기본배경과, 쿠퍼의 호연, 상황연출이나 전조와 암시를 적절하게 사용한 내용전개가 이 영화의 성공을 이끌었고 영화시장에서 브래들리 쿠퍼의 위치를 조금 더 높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향수]가 떠오른다.

 

 

이 영화를 보던 초반 저는 [향수]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주인공에 대한 영화죠. [향수]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남은 향수의 마지막 한방으로 병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장면으로 막을 내리는데 그 순간 "아앜 저 향기를 한번만 맡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끝없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 [리미트리스]도 내용면에선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없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기분은 같습니다. 나도 먹어봤으면.. 나도 맡아봤으면.. 이런 기분이 정말 끝없이 듭니다. 대리만족으로 즐거움을 주는 영화이지만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엄청난 소유욕을 느낍니다. 저 알약 한알이면 모든 일이든 척척 해나갈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온몸을 휘감는데 가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영화로 하여금 보는 사람에게 강한 느낌이나 욕구를 심어준다면 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미트리스]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마땅한 작품이겠지요.

 

 

나쁘지 않은 마무리

 

스포일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엔딩을 직접적으로 언급 할 수는 없겠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예로 들겠습니다. [분노의 질주]의 주인공들은 분명 현실적인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쁜사람들 입니다. 하지만 도적적 교훈 따위는 쿨하게 던져버려야 영화의 재미를 좀 더 쉽게 뽑아 올 수 있습니다. [리미트리스]의 마무리 또한 비슷한 절차를 따릅니다. 원작과는 다른 엔딩 확실한 영화같은 엔딩을 보여주고 보는 사람에 입에서 "장난아니다!"라는 말을 저절로 뱉게 만듭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스릴러였고 흥미로운 마무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