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제가 블로그를 오픈한지 1년하고 6개월이 되어 갑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블로그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참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대부분 10년동안 운영했던 개인 홈페이지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블로그이기에 가능했던 유쾌한 일들이었지만 가끔은 황당했던 일들도 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당시엔 황당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되어 버린 일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고작 10만원에 낚여 내 양심을 팔았던 사연.
감사하게도 블로그를 시작하자마자 Daum에서 우수 블로그로 선정해 주셨고, 그 덕분에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에 방문하시며 여러가지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BMW 홍보를 담당한 어느 회사에서 제안한 BMW 홍보 영화에 대한 리뷰 건이었습니다.
처음 제안은 홍보 영화라고는 하지만 상업성을 자제한 영상물이며, 그저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는 것처럼 자유롭게 리뷰를 블로그에 올려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영화의 리뷰를 올리는 것이 제 블로그의 존재 이유였고, 상업성을 자제한 홍보 영화라고 하니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안을 수락하고나니 태도가 틀려지는 겁니다.
[그린호넷]이라는 영화 리뷰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BMW 홍보 영화에 대한 리뷰로 넘어가라는 둥, [그린호넷]의 자동차 추격씬과 BMW 홍보 영화의 자동차 추격씬을 비교하며 부각시켜달라는 둥, 제 글을 아예 통제하려고 하더군요.
저는 기분이 나빠서 리뷰는 제가 쓰고 싶은대로 쓰겠다고 통보하고 제가 느낀 그대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제 글에 언급된 BMW 홍보사의 제안으로 글을 썼다고 밝힌 부분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그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블로그에 올린 제 글을 삭제하라고 압박하더군요.
제가 그럴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자 리뷰 원고료 10만원을 줄테니 글을 수정해달라며 이번엔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앞으로도 꾸준히 BMW 홍보 영화가 새롭게 나올 것이며 그럴때마다 원고료를 주며 리뷰를 부탁할테니 이번만 자기네가 하라는대로 수정해달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10만원이 탐났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제가 쓴 리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도 제 리뷰로 돈을 버는 프로 리뷰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제 영화 리뷰를 가지고 그 어떤 상업적 타협도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BMW 홍보 영화는 상업적인 영화였고,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상업적인 타협을 봐도 되지 않을까? 라며 자기 합리화를 했습니다.
결국 저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 들였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제 글을 남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 통장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팩스로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원고료는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게 저는 고작 10만원에 낚여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회사로 전화해서 왜 원고료 안주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제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했기에 상업적 타협에 현혹된 제 자신을 꾸짖으며 결국 10만원을 포기했습니다.
당시엔 사기를 당한 것처럼 억울하고, 10만원에 현혹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초심을 잃고 돈에 현혹되어 제 양심을 팔면 그 결과가 결코 좋지 않음을 깨닫게 된, 오히려 좋은 교훈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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