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블로그생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겪은 황당했던 추억들 (두번째 이야기)

쭈니-1 2011. 5. 31. 15:59

이제 겨우 1년 6개월 동안 블로그를 운영한 걸음마 단계 블로거인 주제에 '블로그를 운영하며 겪은 황당한 추억들'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새내기 블로거들이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개인 홈페이지 운영 10년, 블로그 운영 1년 6개월 동안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으로 기억될 '고작 10만원에 낚여 내 양심을 팔았던 사연'을 창피함을 무릅쓰고 올린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글을 올리고 나니 속이 후련하네요.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을 땐 그때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열 받고, 부끄러웠는데... 막상 글로 써서 만천하에 공개하고 나니 그냥 별 것 아닌 해프닝처럼 느껴집니다.

부디 다른 새내기 블로거들도 저처럼 전업 블로거라는 신기루같은 환상에 빠져 상업성과 타협하지 말기를...

진정한 전업 블로거가 되려면 좀 더 실력을 키워 프로의 면모를 갖춘 후에 도전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번엔 '블로그를 운영하며 겪은 황당한 추억들' 그 두번째 이야기를 해봅니다.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친 사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참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도 자신감만 넘쳐나는 놈입니다.

대입 시험을 보기 위해 어느 여고에 갔다가 어느 여학생이 장난으로 '와! 장동건이다.'라고 외친 한마디 농담을 가지고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난 장동건 닮았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개인 일기와도 같은 제 허접한 영화 리뷰를 읽어주시는 몇몇 분들 덕분에 영화 리뷰계의 대단한 천재라는 심각한 착각을 할 정도로 제 자신감은 가끔 도가 지나치기도 합니다.

문제는 실 생활에서는 그러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제어가 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제어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때 제 영화 이야기가 베스트가 되지 않으면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고 Daum view를 원망하기도 했었습니다.(지금은 스스로 억제 중)

그런 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블로그를 운영한지 1년 만에 저는 큰 사고를 치고 맙니다.

바로 어느 영화사에서 제안한 시사회 이벤트를 제 블로그에서 직접 공지를 한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제 블로그는 방문자가 하루에 600~700명에 불과했고, 몇몇 친한 블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눈팅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자신했었습니다.

시사회 이벤트를 공지하면 몇 백명에 달하는 눈팅족들이 마구 댓글을 달아 주고, 그것을 계기로 블친이 될 줄 알았습니다.

전 제 블로그의 힘을 과신한거죠.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제게 배당된 시사회 티켓은 50장.

하지만 정작 시사회에 응모한 인원은 6명 뿐이었습니다.

결국 제 블친인 소연님, 404page님은 물론 제 회사 동료들까지 동원했지만 제가 소모한 시사회 티켓은 고작 22장 뿐이었습니다.

제게 배당된 50장의 시사회 티켓의 절반도 채되지 않는 치욕스러운 결과였죠.

그나마 시사회에 오기로한 몇몇 분들이 안오는 바람에 실제로 제가 소모한 시사회 티켓은 16장이었습니다.

제게 시사회 이벤트를 제안한 담당자에게 시사회 합격자 명단을 보내줬는데... 굉장히 당황해 하시더군요.

저는 '[러브 & 드럭스]라는 영화가 인기가 없어서일거야.'라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왠걸... 막상 시사회 장에서는 다른 사이트에서 당첨된 분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만약 제가 주제 넘게 시사회 이벤트를 하겠다고 제안을 덥석 물지만 않았어도 [러브 & 드럭스]를 시사회로 보고 싶어했던 30여 명의 관객들이 시사회에 더 참가하실 수 있었을텐데... 제가 그만 민폐를 끼친 것이죠.

그 이후로 저는 제 블로그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덜어냈고,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이벤트 제안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