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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 잭 선장의 이번 항해는 밋밋하다.

쭈니-1 2011. 5. 20. 12:44

 

 

감독 : 롭 마샬

주연 : 조니 뎁, 페넬로페 크루즈, 제프리 러쉬, 이안 맥셰인

개봉 : 2011년 5월 19일

관람 : 2011년 5월 19일

등급 : 12세 이상

 

 

잭 스패로우의 항해는 끝나지 않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를 보고 저는 월 터너( 올랜도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냈으며, 잭 스패로우(조니 뎁)의 새로운 모험을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꼬박 4년이 흐른 후에야 잭 스패로우의 새로운 항해가 우리나라 극장가에 착륙하였습니다.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와 함께 이전 3부작을 감독함으로써 흥행 감독으로 우뚝 선 고어 버빈스키가 빠졌지만, 대신 [시카고]로 200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었으며, [게이샤의 추억], [나인] 등 스케일이 큰 시대극에서 역량을 발휘했던 롭 마샬이 새롭게 감독을 맡아 제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습니다.

게다가 키이라 나이틀리가 빠진 자리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메꾸고 있습니다. 분명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통해 우아하고 고전적인 여성에서 당당한 여전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지만 그녀의 연약한 외모는 거친 해적들의 모험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페넬로페 크루즈는 다르죠. 그녀의 정열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는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에 최적화되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완벽함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를 끝으로 하차한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고어 버빈스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새롭게 투입된 페넬로페 크루즈와 롭 마샬에 대한 기대감으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를 개봉날 봤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제 부풀려진 기대감을 완벽하게는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잭 스패로우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이젠 새롭지는 않았고, 페넬로페 크루즈는 기대했던대로 키이라 나이틀리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꿔줬지만 올랜도 블룸의 빈자리가 아쉬웠으며, 새로운 캐릭터인 검은수염(이안 맥셰인)은 데비 존스에 비한다면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분명 '재미없었다.'라고 평가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 3부작처럼 환호를 지를만한 수준도 되지 못한 채 조금 밋밋하게 진행되더군요. 아직은 이전 3부작과 차별된 새로운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일 뿐이지만, 시리즈의 인기와 잭 스패로우의 명성을 이어나가려면 조금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네요.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

 

우리나라 속담에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없던 사람이 들어왔을 때에는 그 사람이 더해졌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없지만, 있던 사람이 없어지게 되면 그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분명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를 마지막으로 월 터너, 엘리자베스 스완이라는 캐릭터가 빠진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고, 새롭게 투입된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안젤리카의 매력과는 별도로 월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특히 엘리자베스 스완의 빈 자리는 안젤리카가 메꿔줬지만 월 터너의 빈자리는 여전히 허전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해적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교사 필립 스위프트가 월 터너의 빈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상하게 그는 이 영화에서 겉돌 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채 어정쩡하게 퇴장하고 맙니다.

아름다운 인어 시레나와 필립의 러브 라인이 5편에서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필립은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서 가장 낯설고 이상한 캐릭터가 될 것입니다. 

 

사정은 데비 존스의 빈자리를 메꾼 검은수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섬뜩한 외모를 지닌 데비 존스는 유령선인 플라잉 더치맨의 선장으로 바다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을 거둬들이는 섬뜩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실연에 대한 상처로 자신의 심장을 떼어낸 꽤 로맨틱한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은수염은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매력적이지도 못합니다. 그는 좀비로 변한 무시무시한 선원을 부하로 두었고, 배의 밧줄을 자유자재로 조정하여 선장 반란을 간단하게 진압합니다. 하지만 외다리 선장에게 죽음을 당한다는 예언이 두려워 '젊음의 샘'을 찾아 헤매는 늙은이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딸인 안젤리카의 말에는 고분고분해지다가도 마지막에는 비열하게 배신하는 검은수염은 18세기에 실존했던 악명 높은 해적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신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데비 존스과는 달리 죽음을 두려워하는 보통의 사람처럼 비춰질 뿐이었습니다. 애초부터 검은수염은 데비 존스의 빈자리를 메꾸기엔 약했던 것입니다.

 

 

젊음의 샘물? 너무 장난같잖아.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지만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젊음의 샘물'은 이미 4년 전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의 엔딩에 등장합니다. 잭 스패로우의 해적선 블랙펄을 빼앗은 바르보사(제프리 러쉬)는 다음 행선지로 '젊음의 샘물'을 찾는다고 선언하지만 눈치 빠른 잭 스패로우가 이미 그 지도를 빼돌린 후였던 겁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바로 '젊음의 샘물'을 주요 소재로 시작됩니다. 블랙펄을 빼앗긴 잭 스패로우는 자신의 유일한 동료인 조샤미 깁스를 구하기 위해 맹활약을 하지만 결국 영국의 국왕에게 사로잡히고 '젊음의 샘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영국의 국왕과, 검은수염에게 블랙펄을 빼앗겨 복수심에 불타는 바르보사를 만나게 됩니다.

결국 '젊음의 샘물'을 찾으려는 영국과 스페인, 그리고 검은수염과 바르보사 사이에서 잭 스패로우는 언제나 그렇듯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하며 특유의 처세술을 발휘합니다.

 

문제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답지 않게 복잡한 스토리 라인과 얽히고 설킨 캐릭터 관계를 자랑했던 이전 3부작과는 달리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모든 것이 상당히 단순하기만 하다는 점입니다.

'젊음의 샘물'로 가는 길도 단순하고, '젊음의 샘물'에 얽힌 캐릭터들도 단순합니다. '젊음의 샘물'에서의 특별한 의식은 이미 안젤리카가 꿰뚫고 있고, 그러한 특별한 의식에 필요한 것들은 잭 스패로우의 나침반으로 쉽게 찾아집니다.

이전 3부작은 시리즈를 진행시키며 너무 많은 캐릭터들과 너무 복잡하게 꼬인 캐릭터들로 관객들을 혼돈에 빠뜨렸다면,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너무 단순한 스토리 진행과 너무 단순한 캐릭터들로 인하여 오히려 '젊음의 샘물'이라는 소재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젊음의 샘물'을 차지하기 위한 영국군, 스페인군, 검은수염, 바르보사가 한데 뒤엉키는 장면조차도 이 영화를 빠르게 마무리짓겠다는 단순한 의도만이 엿보일 뿐이었습니다.

분명 너무 복잡한 것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단순해도 짜증납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좀 더 복잡했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히든 영상마저 기대를 저버리다니...

 

이 영화의 난 자리는 월 터너, 엘리자베스 스완, 데비 존스 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잭 스페로우와 바르보사, 조사미 깁스를 제외하고는 이전 3부작의 캐릭터들이 모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빈 자리에 새로운 캐릭터가 소폭(절대 대폭은 아님) 메꿔줬고, 이전 3부작의 크라켄 같은 괴물 캐릭터의 빈자리를 위해 인어들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구피는 영화의 초반에 잠시 졸았다고 실토하더군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저보다 더 좋아하는 구피가 잠시 졸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의 단순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구조가 지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 3부작은 잠시 졸았다가는 영화 전체의 스토리 라인을 쫓아가기 힘들었기에 감히 졸수가 없었죠.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있었던 장면은 인어의 습격 정도일 뿐, 거대한 해적선끼리의 전투씬도 없었고, 잭 스패로우에 의한 코믹한 장면도 대폭 줄어들어서 늦은 밤에 영화를 관람한 저 역시 '언제 끝나지?'라고 시계를 쳐다봤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전 3부작처럼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면 히든 영상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활약도 미미했고, 영화 전체와 조금 겉도는 느낌이 강했던 선교사 필립과 인어 시레나에 대한 히든 영상을 저는 기대했습니다. 분명 그들의 사랑에 뭔가 더 있을지도 몰랐기에 영화에서 미처 하지 못한 설명을 히든 영상이 해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그것이 아니라면 무인도에 갇힌 안젤리카가 새로운 모험을 예고하며 무인도를 빠져 나가는 장면을 기대했습니다. 이번 영화가 실망스러웠으니 다음편을 기대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저는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가 빠져 나간 텅 빈 극장에서 족히 5분은 넘어 보이는 기나긴 엔딩 크레딧을 참아낸 끝에 저는 히든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대 실망... 필립과 시레나의 사랑에 대한 히든 영상은 아니었고, 무인도에 갇힌 안젤리카에 대한 히든 영상이었는데 고작 5초 정도로 다음편에 대한 예고라고 하기에도 미미했습니다. 이렇게 히든 영상마저 실망스러우니 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 묻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억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는

충분히 그에 걸맞는 흥행수입을 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영화를 기대한 그 수 억명의 잭 스패로우의 팬들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