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1년 영화이야기

[쿵푸팬더 2] - 가정의 달에 꼭 필요한 영화

쭈니-1 2011. 5. 30. 14:54

 

 

감독 : 여인영

더빙 : 잭 블랙, 안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만, 게리 올드만, 양자경

개봉 : 2011년 5월 26일

관람 : 2011년 5월 28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웅이와 오랜만의 극장 데이트

 

아빠 노릇을 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닌가봅니다. 언제나 무서운 아빠가 아닌 자상하고 잘 놀아주는 아빠가 되자고 다짐하지만, 웅이와 대화를 하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화를 내곤 합니다.

게다가 5월 내내 주말마다 회사 행사가 있어서 웅이와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고, 그렇게 몸이 피곤하다보니 주중에도 웅이보다는 내 몸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언제나 '아빠 최고'를 외치던 웅이도 어느새 제게 삐쳐 있었고, 뒤늦게 웅이와의 관계 회복에 나섰지만 초특급 A형인 웅이의 삐침을 풀어주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제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쿵푸팬더 2]가 개봉한 것입니다. 웅이와 극장 데이트를 한 것은 지난 2월 [라푼젤]이 마지막이었고, [쿵푸팬더 2]는 지난 2008년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보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쿵푸팬더]의 속편이기에 웅이도 기대하고 있더군요.

 

결국 오랜만에 회사 행사가 없는 주말(5월 들어서 처음)이기에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웅이를 위해 그 비싸다는 3D로 예매했고, 극장에 가서도 평소라면 영화관람료보다 비싸서 쳐다도 보지 않던 콤보 세트까지 사들고 [쿵푸팬더 2]를 관람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괜찮았습니다. 특히 웅이가 꽤 좋아하더군요. 전편을 잇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2편에도 출연하며 웃음을 안겨 줬고, 속편의 법칙대로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애초에 웅이와의 관계 회복을 주목적으로 본 영화이기에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죠. 그 만큼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날이 많이 있습니다. [쿵푸팬더 2]를 보며 해맑게 웃은 웅이의 모습을 보며 그런 가정의 달에 오히려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제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기존 캐릭터 + 새로운 캐릭터

 

속편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이지만 속편 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이미 검증된 매력적인 캐릭터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더해지며 가져다주는 영화적 재미입니다. [쿵푸팬더 2]도 그러한 속편의 재미를 영화에 잘 이용합니다. 

[슈렉]이 막을 내린 마당에 드림웍스에서 가장 촉망받고 있는 인기 캐릭터인 포(잭 블랙)는 여전히 그 뚱뚱한 몸매로 두리뭉실하게 영웅행세를 하고 있었으며, 실력만큼은 최강이지만 포를 도와 2인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한 무적의 5인방도 여전합니다. 거기에 포의 까칠한 스승 시푸(더스틴 호프만)도 내면의 평화를 외치며 포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이미 1편에서 각자의 개성을 맘껏 뽐냈던 이들 캐릭터들은 이번 영화에서는 새롭게 등장할 캐릭터를 위해 출연 분량이 최대한 줄어들었지만 등장 자체만으로도 화면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든든했습니다.

 

여기에 어김없이 새로운 캐릭터로 빈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그 중 새로운 악당 캐릭터인 쎈(게리 올드만)은 [쿵푸팬더 2]가 얼마나 영리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실 쎈은 1편의 악당인 타이렁과 비교한다면 예상 외의 캐릭터입니다.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포스가 느껴지는 타이렁과 말랑말랑한 포의 대결은 강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상반된 이미지 속에서 흥미로운 대결을 보여줬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2편의 악당은 타이렁보다 강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제작진에겐 상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인영 감독은 정말 의외의 선택을 합니다. 그가 선택한 새로운 악당인 쎈은 바로 공작새였던 것입니다. 아니, 1편보다 강력한 악당을 내세워도 모자랄 판에 공작새라니... 바로 이 점이 여인영 감독의 가장 탁월한 선택입니다. 타이렁보다 강한 악당을 내세울 수 없다면 타이렁과는 전혀 다른 악당을 내세운 것이죠. 쎈은 각종 철제 무기들로 무장을 했지만 그러한 무기들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포보다 약해 보일 정도로 타이렁과는 전혀 다른 악당이었습니다.

 

 

부모의 부재를 안고 있는 두 캐릭터의 대결

 

그렇다면 과연 쎈을 내세운 [쿵푸팬더 2]는 포와 쎈의 대결에서 어떤 테마를 끌어 냈을까요? 그것은 바로 부모의 부재입니다.

쎈은 공멘시의 후계자였지만 악에 눈을 뜨는 바람에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상처는 쎈을 더욱 악으로 몰아 넣습니다. 결국 쎈은 자신의 방식으로 공멘시를 점령하고, 더 나아가 중국을 점령함으로써 자신의 야망을 채워 나가려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야망의 뒤에는 부모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삐틀어진 욕망이 숨겨져 있습니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것은 포도 마찬가지입니다. 1편에서 팬더의 아버지가 오리임을 의아하게 생각했다면 여인영 감독은 그러한 의아함을 풀어 줌과 동시에 쎈과 포의 공통점을 만들어 그들의 대결에 새로운 테마를 부여하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똑같이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상처에 대처하는 두 캐릭터의 방식은 하나는 악당으로, 하나는 영웅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과 그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은 쎈을 악당으로 만들었지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 냈지만 내면의 평화를 유지한 포는 영웅이 됩니다. 시푸 사부가 영화의 초반에 내면의 평화 운운했던 것은 이 영화의 전체를 감싸는 테마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평탄한 인생을 산 사람이라도 지워지지 않는 내면의 상처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편의 악당 타이렁도 용문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아버지와도 같은 시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상처가 그를 최악의 악당으로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오늘을 즐기고 최선을 다한 포는 언제나처럼 두리뭉실한 유쾌한 영웅이 됩니다. 영화를 보는 어린 아이들에겐 어려운 교훈이겠지만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어른들에겐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교훈입니다.

 

 

진지함은 부족했다.

 

확실히 [쿵푸펜터 2]는 즐길거리가 많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음악인 마을에서 포와 무적의 5인방, 그리고 늑대들의 결투에서부터 시작하여, 공멘시에서 벌어지는 다이나믹한 추격전은 분명 1편보다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보여줍니다.

거기에 게리 올드만의 야비한 목소리가 덧입혀진 쎈과 포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캐릭터인 점쟁이 염소 할멈(양자경), 그리고 장 끌로드 반담의 묵직한 목소리의 악어 사부 크룩까지... 흥미로운 새로운 캐릭터들이 영화의 재미를 주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영화를 100% 만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 영화의 3D 효과는 잘 모르겠더군요. 영화의 마지막에서 쎈의 포탄이 포를 향해 날아오는 장면 정도에서만 3D 효과를 느꼈을 뿐, 자꾸 흘러내리는 3D 안경이 거추장스러워 영화 관람을 자꾸만 방해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바로 진지함의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쿵푸팬더]에서 진지함을 기대했던 것 자체가 웃기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번에 꺼내든 테마가 내면의 평화라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포가 과거의 상처로 흔들리다가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 과정 만큼은 진지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장면이 뭔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만 같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어린 관객을 타킷으로 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내면의 평화라는 어려운 주제를 길게 늘어뜨릴 수 없었던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재미있게 봤을지도 모르고요.

그러나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렇게 포가 내면의 평화를 깨닫는 중요 장면을 대충 처리함으로써 아이들은 열광했지만 함께 영화를 보는 어른들은 '역시 아이들 영화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도 1편은 포가 부드러움의 힘을 깨닫는 장면이 꽤 잘 표현되어 저도 재미있게 봤었는데, [쿵푸팬더 2]는 그러한 조화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웅이가 만족했으면 불만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편은 나도 100% 만족했지만, 이번 2편은 80%만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