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다니엘 반즈
주연 : 알렉스 페티퍼, 바네사 허진스
내 생애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제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애니메이션에 푹 빠지게 된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힘이 컸습니다. 특히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으로 이어지는 90년대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은 20대 시절의 저를 열광시켰고, 지금은 픽사가 그 뒤를 이어 30대인 저를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미녀와 야수]는 제겐 굉장히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미녀와 야수]는 아름다운 음악과 웃음, 사랑이 버무러진 정말 최고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런 [미녀와 야수]가 무려 20년이 지나서 [비스틀리]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다는 젊은 배우인 알렉스 페티퍼와 바네사 허진스가 주연을 맡았고, 새로운 분위기에 맞게 전통적인 '미녀와 야수'가 아닌 외모 지상주의를 비꼬는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아이 엠 넘버 포]의 그 녀석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다.
[비스틀리]가 개봉했을 당시 구피는 [아이 엠 넘버 포]의 잘 생긴 그 배우가 나온다며 보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비스틀리]는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 주 8위에 오르는 부진한 흥행 성적으로 극장 상영이 일찍 끝나 버렸고, 결국 극장 관람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비스틀리]를 보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친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만큼 [비스틀리]는 엉성했고, 재미없었습니다. [아이 엠 넘버 포]의 잘 생긴 그 배우 나온다며 기대하던 구피도 영화를 보는 도중 코를 골며 잠에 빠져 버릴 정도였습니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일단 영화의 구성이 엉성했고, [미녀와 야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고 하지만 새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잘 생긴 외모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뭐랄까 고등학생들의 학예회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았던가?
[미녀와 야수]의 러닝타임은 90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는 벨을 중심으로 벨이 야수의 까칠한 성격을 변화시키고, 결국 야수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비스틀리]의 러닝타임 역시 90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스틀리]는 [미녀와 야수]와는 달리 야수가 되어야 했던 카일(알렉스 페티퍼)에 관심을 더 둡니다. 학교 내 킹카였지만 마녀의 기운이 펄펄 풍기는 켄드라의 저주로 인하여 흉칙한 외모로 변하게 되고, 그는 자신이 누렸던 모든 것이 자신의 잘 생긴 외모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의에 빠집니다.
[미녀와 야수]와 [비스틀리]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렇게 누구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키는가입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영화의 재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야수의 사정을 모두 배제시킨 [미녀와 야수]는 짧은 러닝타임을 잘 활용했고, 야수의 사정에 매달린 [비스틀리]는 가장 중요한 카일과 린디(바네사 허진스)의 사랑마저 효과적으로 표현해내지 못했습니다.
카일보다 린디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은 [비스틀리]의 큰 실수입니다. 왜냐하면 [미녀와 야수]와 [비스틀리]는 어차피 사랑 영화였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야수를 사랑하게 된 미녀라는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야수는 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녀가 야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많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 누구라도 그 흉칙한 외모의 야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녀와 야수]가 벨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은 그러한 이유입니다. 벨의 심정의 변화를 꼼꼼하게 잡아야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디즈니는 알아차린 것이죠. 하지만 [비스틀리]는 어리석게도 카일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다보니 린다가 카일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뜬금 없어지고 덩달아 영화 자체도 구성이 허술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 영화가 학예회처럼 느껴지는 이유
상황이 이러하니 [비스틀리]는 그저 잘생긴 고딩들이 학부모를 모셔놓고 재롱잔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영화에 대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카일이 야수가 되어야 할 정도로 나쁜 놈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느닷없이 피어싱을 잔뜩한 이상한 여학생이 그를 야수로 만들어 버리고, 린다의 아버지는 갑자기 사고치고, 괴한은 '당신의 딸을 죽일거야'라는 어처구니없는 대사를 날려주고 사라집니다.
뭔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들이 그냥 수박 겉핥기처럼 쓰윽 지나가 버립니다. 그런 생략 속에서 영화는 야수 분장을 한 알렉스 페티퍼의 재롱과 바네사 허진스의 젊고 매력적인 모습만 넘쳐납니다. 외모 지상주의를 비꼬겠다더니 정작 영화가 표현해낸 것은 두 젋은 미남, 미녀 배우들의 매력 뿐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할리우드의 예비 스타인 두 배우의 매력이라도 살아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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