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마셰티] - 이 세상 모든 불법 이민자의 꿈

쭈니-1 2011. 4. 26. 10:05

 

 

감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에단 마니퀴스

주연 : 대니 트레조, 제시카 알바, 로버트 드니로, 미셸 로드리게즈, 스티븐 시걸

 

 

막장 액션의 끝을 보여주다.

 

'막장 액션의 끝을 보여주마!!!'라는 당찬 헤드카피가 인상적인 [마셰티]. 하긴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를 기억한다면 [마셰티]의 막장 액션이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부터가 막장다웠습니다. 주인공이라고 하기 보다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이 더 잘 어울리는 대니 트레조가 처음부터 폼을 잡으며 적의 소굴을 투덜거리는 동료와 함께 막무가내로 처들어갑니다. 처음엔 투덜거렸지만 결국엔 끝까지 함께 하겠다던 동료 경찰은 총알받이가 되고, 마셰티(대니 트레조)가 구하려 했던 알몸의 여인은 킬러가 되고, 마셰티의 부인은 등장하자마자 목이 댕강 잘려 나가는 황당무계의 끝을 보여주며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끝이 납니다.

이러한 [마셰티]의 시작은 이 영화가 앞으로 보여줄 액션이 무엇인지 관객 앞에 펼쳐 보여줍니다. 무지막지한 잔인 액션은 기본이고,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신체 훼손은 애교이며, 늘씬한 미녀들의 섹시함은 보너스라는 [마셰티]의 막장 정신은 영화를 보는 저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불법 이민자의 애환?

 

그런데 멕시코에서 펼쳐진 막장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 오프닝씬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면서 [마세티]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즐길 막장 액션만 펼쳐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고 몰래 미국의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들과 불법 이민자들을 벌레 취급하며 그들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보수 정치인 맥라플린(로버트 드니로)을 보여주며 [마셰티]는 주제의식을 갖춰 나가기 시작합니다.

맥라플린의 떨어진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자작 암살쇼에 말려든 마셰티. 그는 이제 맥라플린과 멕시코의 마약왕 토레조(스티븐 시걸)의 음모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를 불법 이민자들을 은밀히 돕고 있는 여전사 루즈(미셀 로드리게즈)와 섹시한  이민국 직원 사르타나(제시카 알바)가 든든한 후원자로 자처합니다.

영화의 초반엔 마세티의 복수극으로 진행될 것 같았던 이 영화는 중반으로 가면서 온갖 굳은 일을 하며 미국 산업 발전의 기수 역할을 해내지만 미국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제대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의 애환을 잡아냅니다. 예상치 못한 묵직한 주제 의식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마셰티]가 그러한 주제를 위해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던 막장 정신을 버리지는 않습니다.

 

묵직한 주제와 막장의 결합

 

흥미로운 것은 불법 이민자들의 애환과 막장 액션이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불법 이민자들의 네트워크 조직이 마셰티를 도와 국경 수비대의 본(돈 존슨) 일당과 한바탕 혈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러한 조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기대했던 마셰티와 토레조의 마지막 결투가 생각보다 미지근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스티븐 시걸이의 나이가 이미 예순이 넘은 노령임을 감안한다면 어쩔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섹시함이 남성 관객의 마초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섹시한 여전사 미셀 로드리게즈, 귀여운 섹시녀 제시카 알바, 그리고 백치미가 철철 넘치는 금발의 섹시녀 린제이 로한까지. 특히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선 린제이 로한이 수녀 복장으로 총을 쏘고, 섹시한 간호사들도 난장 액션에서 한 몫하는 장면을 보며 남성 관객의 페티즘에 대한 욕망도 잘 건드리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불법 노동자들도 '마셰티'를 꿈꾸지 않을까?

 

한바탕 난장 액션과 섹시함의 물결이 지나고 마셰티는 진짜 영웅이 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선물로 사르타나까지 얻습니다. 이 정도면 험악한 외모에 불법 이민자 신분이었던 마셰티에겐 최고의 보상이 아닐런지...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자신들을 벌레 취급하던 국경 수비대에 맞서 죽기 살기로 싸우던 불법 이민자들의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막장 액션 영화라면 영화를 보고 나서 '재미있다'라는 한마디로 간단히 정리되고 쉽게 잊혀지는데 반에 [마셰티]는 여운이 남은 것입니다.

그것은 역시 불법 이민자의 애환이라는 이 영화의 묵직한 주제 덕분입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수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의 국경을 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수 많은 불법 노동자들이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가끔 불법 노동자들이 불리한 신분으로 인하여 수 많은 차별과 착취를 겪고 있다는 기사를 간혹 보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상황이라면 언젠가 한국판 '마셰티'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와 있다고 해도 그들의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마셰티]는 막장 액션과 함께 불법 이민자, 노동자의 항변을 결코 무겁지 않은 오락 영화로 표현한 흔치 않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