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굿모닝 에브리원] - 열정은 사람을 아름답게 한다.

쭈니-1 2011. 4. 19. 10:29

 

 

감독 : 로저 미첼

주연 : 레이첼 맥아덤스, 해리슨 포드, 다이안 키튼, 패트릭 윌슨

 

 

당신의 열정은 어디로 향해 있는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전 참 열정이 부족한 아이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난 커서 무엇이 될꺼야.'라는 장래 희망도 없었고, 학창 시절에도 공부에 대한 열정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공부를 제껴두고 무언가에 푹 빠졌던 적도 없었습니다. 그냥 물이 흐르는대로 그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웅이는 저를 안 닮았는지 공룡박사가 되겠다며 영어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공룡박사가 되려면 유학을 가야 하기 때문에... ^^) 공룡박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웅이가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것에 상당히 흡족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영화에 대한 뒤늦은 열정이 발동하여 이렇게 열심히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를 운영하고 있지만, 영화에 대한 제 열정이 조금 일찍 발동했다면 지금쯤 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저도 영화판에서 죽도록 제 열정을 불사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나요? 혹시 아직도 그 무엇에 대해서도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 무엇에 열정을 느낀다는 것은 삶을 더욱 다채롭고 재미있게 하거든요.

 

방송국 PD라는 직업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 베키

 

[굿모닝 에브리원]은 바로 방송국 PD라는 자신의 직업에 푹 빠져 있는 베키(레이첼 맥아덤스)가 주인공입니다. 비록 지방 방송국 PD였고, 그나마도 해고된 신세이지만 베키는 자신의 열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열정은 메이저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 PD로 발탁되는 결과를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녀의 열정은 다시금 시험대에 오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베키라는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열정을 지켜 내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하게 만듭니다. 비록 시청률 최악의 모닝 프로이며, 모든 이들이 그녀를 힘들게 하지만 그녀는 열정을 잊지 않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영화의 여주인공보다도 아름답고, 신선했습니다. 자신이 PD를 맡고 있는 '데이 브레이크'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리포터를 롤러 코스터에 태우고, 뜬금없이 랩퍼인 '50센트'를 무대에 세우며 흔히 말하는 '막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도 그녀가 밉지 않는 것은 그녀의 열정 때문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NO!

 

저는 [굿모닝 에브리원]을 여성 워커홀릭이 주인공인 흔하디 흔한 로맨틱 코미디일 것이라고 오해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애초부터 베키의 열정은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닌 방송국 PD라는 자신의 직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아담(패트릭 윌슨)이라는 잘 생기고, 집안 좋고, 매너까지 좋은 매력남이 베키에게 대쉬를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베키는 아담을 잃더라도 자신의 일은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아담 역시 그러한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을 인정합니다.

가끔 '일과 사랑 중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라고 주장하는 영화를 만나곤 합니다. 뭐 그러한 그 영화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열정이 일이 아닌 사랑에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이 가끔 저를 짜증나게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일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놓치는 것도 바보같은 일이지만, 사랑을 위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놓치는 것도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신의 열정이 진정으로 향하고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에 우선 순위를 두는 베키의 모습은 신선했고, 멋졌습니다.

 

열정은 주위 사람들도 변하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베키의 열정이 바이러스처럼 주위 사람들을 감연시킨다는 사실입니다. '데이 브레이크'의 진행을 맡고 있지만 그다지 열정은 없어 보이던 콜린(다이안 키튼)이 베키의 열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베테랑 기자이며, '데이 브레이크'가 권위있는 뉴스 프로가 아닌 유치한 막장쇼라며 삐딱한 시선을 보내던 마이크(해리슨 포드)도 결국 앞치마를 두르고 카메라 앞에서 요리를 하며 유치한 막장쇼에 동참합니다. 이 모든 것이 베키의 열정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결국 베키는 성공보다는 즐거움을 택합니다. 거대 방송국의 인기 모닝쇼 PD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박차고 자신의 열정에 감염된 동료들과 함께 '데이 브레이크'에 남는 것을 택합니다.

가끔 일에 대한 열정을 성공에 대한 집착이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열정과 집착은 분명 다르죠. 베키의 마지막 선택은 집착을 버리고 열정을 선택한 것이며, 이러한 베키의 열정 덕분에 저는 [굿모닝 에브리원]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