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고백] - 진정 잔인한 복수를 만나다.

쭈니-1 2011. 5. 2. 08:50

 

 

감독 : 나카시마 테츠야

주연 : 마츠 다카코, 니시 유키토, 후지와라 카오루

 

 

미성년자에 의한 범죄는 처벌되어야 할까?

 

봄방학을 맞이한 어느 중학교 교실. 담임인 유코(마츠 다카코)가 앞에 있지만 학생들은 담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관심조차 없습니다. 유코는 오늘 교직을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아이들은 그런 유코의 선언에 오히려 환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코는 결코 화를 내지 않습니다. 최대한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유코. 그녀는 자신의 4살난 딸이 살해 당했고, 그 범인은 이 교실 안에 있으며, 자신이 그 학생의 우유에 에이즈에 감염된 피를 넣었다고 고백합니다.

영화 [고백]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유코의 고백이 담겨진 30분 간의 시간은 영화를 보는 제 숨을 턱 막히게 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그녀는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처벌 당하지 않는 그 범인들을 자신의 방법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조용하지만 섬뜩하게 선언하고 일순간 아이들은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분명 [고백]은 화제가 될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범죄, 그리고 그것에 대한 여교사의 복수. 이 영화는 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해 그들의 보호자인 부모의 책임을 묻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의 범죄에 지금처럼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고 강렬하게 주장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복수란 육체적 복수가 아닌 심리적 복수이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이슈보다는 유코가 벌이는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봤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과도 같았던 어린 딸의 죽음. 그리고 그러한 죽음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어린 범인들. 만약 제가 유코였다면 어떻게 그들에게 복수를 할까요?

만약 겉은 잔인한 척 포장하지만 속은 순진무구한 [악마를 보았다]같은 영화라면 범인인 슈야(니시 유키토)와 나오키(후지와라 카오루)에게 칼을 드리밀며 신체를 훼손하려 들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해서 그들을 죽인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복수일까요? 아닙니다. [고백]은 그 따위 순진한 복수를 그려내지 않습니다. 살면서 느끼는 지옥. [고백]은 바로 육체적 복수보다는 심리적 복수를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관심을 갖다.

 

죽으면 그 순간 끝인 육체적 복수가 아닌 살면서 두고 두고 지옥을 느끼게 될 심리적 복수를 위해 이 영화가 택한 방법은 가해자에 대한 관심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코는 초반 30분의 충격적인 고백 이후 거의 후반부에나 나올 정도로 영화 전반적인 부분은 가해자인 슈야와 나오키에 초점을 맞춥니다.

유코의 충격적 고백에 심리적으로 약한 나오키는 심리적 타격을 입습니다. 하지만 유코의 복수는 거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나오키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그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나오키의 어머니에게 마저 무서운 복수의 손길을 뻗칩니다.

문제는 나오키에 비해 심리적으로 강한 슈야입니다. 반 아이들의 따돌림을 극복한 슈야를 향한 복수를 위해 유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조금씩 올가미를 조여 나갑니다. 마지막 슈야에 대한 복수가 완성되는 장면은 그러한 유코의 치밀함이 있었기에 영화를 보는 제게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뜩했습니다. 

유코의 고백 뿐만 아니라 나오키의 고백과 슈야의 고백에도 관심을 가지며 그들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를 설명함과 동시에 유코의 복수를 완성시키는 방식은 이 영화를 진정한 복수 영화의 레젼드로 인정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끔찍한 상황, 그런데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너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끔찍한 미성년자 범죄와 그에 대한 여교사의 복수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청춘 멜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화면이 튀어 나오기도 하고, 음악은 시종일관 은은하게 퍼져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에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바로 그 유명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테츠야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영화 속의 주인공인 마츠코의 일생은 혐오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혐오스런 그녀의 일생을 표현한 영화는 아름답고 흥겹기까지 했습니다.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그러한 상황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천연덕스럽게 만들어 냈고, 그러한 그의 마법과도 같은 연출력은 [고백]에서도 그대로 재현됩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그러한 마법과도 같은 연출력은 [고백]의 마지막 장면을 더욱 충격적으로 만듭니다. 슈야에 대한 복수가 완성되는 폭파 장면마저 아름답게 꾸며지며, 어머니를 향한 슈야의 그리움과 그것을 파고든 유코의 복수가 어우러져 그 충격은 배가 된 셈이죠.

이것이 바로 [악마를 보았다]와 [고백]의 차이입니다. 똑같은 복수를 그렸지만 시덥지 않은 육체적 복수에 매달리던 [악마를 보았다]와 달리 [고백]은 심리적 복수가 육체적 복수보다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