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실시간 영화검색 1위 [라스트 갓파더]... 도대체 왜?

쭈니-1 2011. 4. 4. 11:18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는 [나탈리]가 실시간 영화검색 1위에 올라 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데 오늘 또 다시 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라스트 갓파더]가 월요일 아침 실시간 영화검색 1위에 오른 것이죠.

쭈니의 '도대체 왜?' 시리즈 2탄... 오늘은 [라스트 갓파더]가 실시간 영화검색 1위에 오른 사건에 대해서 파헤쳐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라스트 갓파더]를 잠깐 소개하자면 이 영화는 작년 12월 29일에 개봉하였고, 개봉하자마자 2주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심형래 감독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라스트 갓파더]은 개봉 3주차에 들어서며 급속도로 관객이 빠져 나갔고, 결국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누적관객 2백 5십만명으로 최종 흥행이 마무리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2백 5십만명의 관객... 분명 결코 적은 관객수라고 할 수 없지만 심형래 감독의 전작인 [디 워]와 비교해서도 초라한 성적이었고, 할리우드 스타 하비 케이틀을 캐스팅한 범세계적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결국 [라스트 갓파더]가 이렇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것은 심형래 감독의 영화에 언제나 따라 붙는 영화의 완성도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디 워]는 부실한 완성도를 화려한 특수효과와 '100분 토론'의 주제로 등장할 만큼 풍부했던 화제성으로 만회했지만 [라스트 갓파더]는 그러한 것들이 부족했던 것이죠,

그렇게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점점 잊혀져 갔던 [라스트 갓파더]는 4월 1일 미국 개봉에 맞춰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발 맞춰 [디 워]를 통해 심형래 킬러로 등장했던 진중권 교수의 독설이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진중권 교수의 독설 내용을 살펴보면... 괜찮은 영화감독, 가난과 질병으로 독방에서 죽어갈 때, 그 허접한 영화에 콘텐츠 지원 12억, 대출보증 40억 들어갔다며 언론과 영화 배급사인 CJ를 비난하였습니다.

그는 "기사와 광고를 믿고 그 영화에 돈과 시간을 낭비한 사람들의 피해는 누가 배상해야 하나요?"라며 관객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디 워] 논란 당시 대표적인 '심까'로 맹활약을 했던 진중권 교수였기에 심형래 감독도 [라스트 갓파더]를 개봉시키며 진중권 교수를 상당히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에 진중권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난 한 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는 봐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응수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관심없다던 그가 갑자기 [라스트 갓파더]에 독설을 퍼부으며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서려 했던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가 4월 1일 미국에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 성적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스오피스 사이트인 모조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58개 개봉관에서 개봉되어서 개봉 첫주 1십만 달러가 조금 넘는 부진한 성적으로 29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디 워]가 2천개가 넘는 개봉관에서 개봉하여 개봉 첫 주 5백만 달러가 조금 넘는 흥행 성적으로 5위에 랭크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라스트 갓파더]의 성적은 상당히 초라할 따름입니다.(물론 [디 워]의 성적도 개봉관 수를 감안한다면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진중권 교수도 그러한 초라한 성적을 의식했는지 "[라스트 갓파더]. 북미 대개봉. 50개관이랍니다. 그것도 교민밀집지역에. 거기에 콘텐츠 지원 CJ,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미국 간다고 국내에서 실컷 장사해먹고. 정작 미국에서 개봉관은 달랑 50개? 이 정도면 대국민 사기죠"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국 진중권 교수는 정작 [라스트 갓파더]가 국내 개봉할 때에는 마치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다가 미국 개봉이 실패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대국민 사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라스트 갓파더]가 미국 개봉에 성공했다면 그의 독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바로 진중권 교수의 독설이 씁쓸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진정 [라스트 갓파더]에 독설을 배설하고 싶다면 [라스트 갓파더]가 국내 관객을 만나는 2010년 12월 29일에 내뱉어야 했습니다.

그가 정말 [라스트 갓파더]로 인하여 시간과 돈을 빼앗긴 관객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 미국 개봉 시점이 아닌 국내 개봉 시점에서 이 독설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마치 미국 개봉이 성공할 때를 대비해서 애써 관심 없는 척 하다가 미국 개봉이 실패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독설을 퍼붓고 있는 것이죠. 전 그것이 씁쓸합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 진중권 교수는 우리나라 영화 관객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평론가들에겐 심형래 감독의 영화가 허접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비평을 하는 것이 평론가들의 의무입니다.

그러나 관객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관객은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영화를 골라 봅니다. 어떤 분은 영화의 작품성을 볼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단순한 영화적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눈 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라스트 갓파더]는 허접한 영화이며 그로인해 관객들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라스트 갓파더]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은 뭔가요?  

관객들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스스로 비평을 하고, 만족스러우면 입소문을 내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디 워]때도 그랬고, [라스트 갓파더]때도 진중권 교수는 우리나라 관객들을 어린애 취급하며 자신과 같은 지식인이 어린애 수준의 관객들을 위해서 길잡이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진중권 교수에게 바라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가 독설을 내뱉는 것은 그의 자유입니다. 비록 지식인이라는 분의 손에서 눈쌀을 찌푸릴만한 자극적인 글이 쏟아져 나와, 보는 제가 짜증나지만 까짓거 그냥 안보면 됩니다. 하지만 제발 그의 자극적인 글은 자신의 주관에 머물기를 바랄 뿐입니다. 난 심형래 감독에게 피해를 본 적이 없는데 왜 자신의 주관에 입각하여 '관객들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중권 교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글만 쓰잘데기 없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기왕이면 [라스트 갓파더]가 미국 흥행 돌풍이라는 이슈로 실시간 영화검색 1위에 올랐으면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겠지만... 지식인의 독설로 화제가 되어 씁쓸하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