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메카닉] - 블록버스터 감독이 B급 액션배우를 만났을 때.

쭈니-1 2011. 3. 14. 11:19

 

 

감독 : 사이먼 웨스트

주연 : 제이슨 스태덤, 벤 포스터, 도날드 서덜랜드

 

 

[콘 에어], [툼 레이더]의 사이먼 웨스트의 신작이랜다.

 

[메카닉]이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온 인물은 다름아닌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었습니다. 1997년 [콘 에어]로 혜성같이 등장하여 미국에서만 박스오피스 1억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고, 두번째 연출작인 [장군의 딸] 역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으며, 세번째 연출작인 [툼 레이더]는 1억3천만 달러를 벌어 들였습니다.

제작비에 따라서 기준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통상적으로 1억 달러의 흥행 수익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판단한다면 사이먼 웨스트 감독은 감독으로 데뷔하자마자 세 편 연속 1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흥행 감독인 셈입니다.

물론 네번째 연출작인 [낯선 사람에게 전화가 올때]는 4천7백만 달러의 흥행에 멈췄지만 제작비가 1천5백만 달러 밖에 투입이 안된 영화임을 감안하다면 흥행 실패작이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 다섯번째 영화로 [메카닉]을 선택하였습니다.

 

액션영화 전문 배우 제이슨 스태덤의 신작이랜다.

 

예전엔 장 끌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의 영화가 심심치않게 극장에 개봉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영화가 노린 것은 극장 개봉 수익이 아닌 비디오 수익이었죠. 극장 개봉은 일주일 가량 짧게 마무리를 하고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되면 아무래도 B급 액션영화 팬들의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게 된다는 것을 노린 것입니다. 하지만 비디오 시장이 죽어 버림으로써 이젠 B급 액션영화를 극장에서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어져 버렸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제이슨 스태덤 만큼은 자신의 액션 영화를 활발하게 국내 극장가에 개봉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제이슨 스태덤을 반담, 시걸과 동급의 위치에 놓기는 조금 어정쩡합니다. B급 액션영화에만 출연했던 그들과는 달리 제이슨 스태덤의 출연작 리스트는 의외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가 아닌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액션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A급과 B급 사이에 액션 영화 전문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암튼 그러한 제이슨 스태덤이 [메카닉]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사이먼 웨스트 감독과 제이슨 스태덤의 만남.

 

그렇게 블록버스터급 흥행 감독과 A급과 B급 사이의 액션 영화 전문배우 제이슨 스태덤의 만남은 [메카닉]을 색다른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킬러들의 냉정한 세계와 화려한 액션이 공존하는 꽤 매력적인 액션영화와 단조로운 스토리 라인과 단조로운 배우들의 연기 사이에 존재하는 B급 액션영화의 그 어느 사이에 [메카닉]은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객의 반응은? 일단 미국 관객들은 철저하게 이 영화를 외면했습니다. 4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흥행 수입은 3천만 달러를 넘지 못했고, 전세계 흥행 수입까지 플러스시켜도 4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영화 중에선 최악의 흥행 기록인 셈입니다.

지난 2월 24일 국내에서 개봉했지만 개봉 첫주 7위에 올랐고, 시끄럽던 예고편과는 달리 영화 자체는 조용히 극장가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만남이 이렇게 관객에게 외면받은 이유는 뭘까요?

 

[메카닉]은 전형적인 B급 액션 영화이다.

 

제가 B급 액션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B급 액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캐릭터는 너무 평면적이고, 스토리 전개는 너무 뻔합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가 아니다보니 액션의 스케일도 크지 않습니다. 이런 영화들의 경우는 집에서 쇼파에 편안히 누워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에 딱 알맞습니다.

[메카닉]이 그러합니다. 사실 [메카닉]의 주인공인 아서 비숍(제이슨 스태덤)의 캐릭터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스승인 해리(도날드 서덜랜드)를 죽여야 했고, 그의 아들인 스티브(벤 포스터)를 제자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제이슨 스태덤의 연기는 무표정, 무덤덤 뿐입니다. 물론 감정이라고는 없는 아서의 캐릭터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제이슨 스태덤의 무표정한 연기는 영화를 보는 저 역시 이 영화에 그 어떠한 감정을 가질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극장에서 볼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 전개도 마찬가지인데... 아서가 조직에 이용당한 것이라던가, 스티브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아서임을 눈치채는 장면등은 영화가 진행되며 '저렇게 진행되겠구나.'라고 뻔히 보입니다. 아서가 자신을 이용한 조직에 복수하는 장면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스케일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마지막 반전 역시 너무나 쉽게 제게 들켰습니다.

블록버스터급 흥행 성적을 보여줬던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연출력을 믿고 싶었는데 오히려 이 블록버스터 감독은 제이슨 스태덤이라는 B급 액션 배우를 만나며 자신의 영화마저 B급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러다간 앞으로도 제이슨 스태덤 주연의 영화는 극장에서 볼 생각이 안들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