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게리 위닉
주연 : 아만다 세이프리드, 크리스토퍼 에건
게리 위닉 감독을 추모하며...
지난 3월 4일, 저는 포털 사이트에서 '게리 위닉 감독 사망'이라는 기사의 제목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실제 그의 사망 일자는 2월 27일이라네요.) 제게 게리 위닉이라는 이름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을 살펴보니 2002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발에서 15만 달러짜리 저예산 독립영화 [올챙이]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으로 할리우드에 진출, [샬롯의 거미줄], [신부들의 전쟁] 등을 연출하였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레터스 투 줄리엣]입니다. 작년에 개봉한 최근 개봉작이며 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매력 때문에 꼭 보려고 생각했던 영화였거든요. 결국 게리 위닉 감독을 추모할겸해서 수요일 저녁에 영화를 봤습니다.
50년 전의 첫사랑을 찾아라.
[레터스 투 줄리엣]은 약혼자와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 소피(아만다 세이프리드)가 관광 명소로 유명한 베로나의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사연을 남기는 사람들과 그 사연에 답장을 써주는 줄리엣의 비서들을 보게 됩니다.
작가를 꿈꾸는 그녀는 호기심에 줄리엣의 비서들에 합류하게 되고 우연히 숨겨진 50년 전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50년 전 어느 소녀의 편지를 읽은 그녀는 답장을 쓰게 되고, 이제는 60세 노인이 된 당시 소녀였던 클레어가 손자인 찰리(크리스토퍼 에건)과 함께 답장을 써준 소피를 찾아 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클레어의 50년 전 첫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레터스 투 줄리엣]은 멜로 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50년 전 첫사랑을 찾아 떠난 여정 끝에 소피와 찰리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과정까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훈훈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쭈니의 딴소리... 빅토 이야기
[레터스 투 줄리엣]은 기본적으로는 클레어가 50년 전의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하고자 했던 결말은 소피와 찰리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로맨틱 코미디가 언제나 그렇듯 처음엔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고, 오해로 인한 이별의 과정을 겪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러한 소피와 찰리의 사랑 이야기로 인하여 소외된 다른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소피의 약혼자였던 빅토입니다. 뉴욕 중심가에 음식점 개업을 앞두고 있는 그는 열정적인 요리사로 이탈리아에 와서도 이탈리아의 맛에 흠뻑 빠져버립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처음부터 이탈리아에서의 빅토와 소피의 관심이 서로 틀렸던 것입니다. 빅토는 포도농장, 치즈창고와 같은 음식에 관련된 것에 관심을 가졌고, 소피는 작가적인 호기심과 이탈리아의 풍경에 더 끌립니다. 결국 그러한 서로 다른 관심사가 이들을 이별로 이끕니다.
왠지 저는 빅토가 이해되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졌고, 그로인한 서로의 관심사도 틀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들이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빅토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1년이라는 긴 약혼 기간동안 서로의 관심사가 서로에 대한 열정을 뛰어 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죠. 빅토... 당신도 곧 당신의 음식에 대한 열정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쭈니의 딴소리 두번째... 만약 50년 전 클레어의 사랑이 이루어 졌다면...
[레터스 투 줄리엣]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어지지 않은 슬픈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클레어의 50년 전의 사랑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슬픈 사랑이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만난 첫사랑의 설렘, 어렸기에 두려웠던 클레어는 결국 도망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은 그녀의 아픈 기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 클레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15살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과 부모님의 기대를 버린 클레어가 이탈리아라는 낯선 나라에서 첫눈에 반한 남자와 과연 행복했을까요?
물론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았을까요? 클레어가 첫사랑을 찾아 떠난 여정에서 '제발 내 남편좀 데려가라며'며 애원하는 어느 부부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들도 처음엔 처음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결혼을 했을테지만 세월의 흔적 속에 사랑은 퇴색하고 서로에 대한 미운 정만 남은 것은 아닐까요? 클레어에게는 5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훌쩍 건너 뛰었기 때문에 첫사랑에 대한 간절한 마음에 퇴색되지 않고 남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지닌 게리 위닉 감독... 천국에서도 행복하세요.
[레터스 투 줄리엣]을 보니 게리 위닉 감독의 사랑에 대한 따뜻한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게리 위닉의 나이는 이제 겨우 49세라고 합니다. 제가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부디 천국에서도 그러한 따뜻한 감성으로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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