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뤽 베송
주연 : 루이즈 보르고앙, 질스 렐로체
모두가 지쳐버린 일요일 저녁
지난 일요일은 저희 집에서 어머니 생신상을 차렸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의 첫 생신이었기에 나름 신경써서 준비를 하다보니 구피도 저도 녹초가 되어 버렸네요.
성공적으로 어머니의 생신 잔치를 마치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일요일 오후, 구피는 그대로 쇼파로 쓰러졌습니다. 저 역시 설겆이와 집안 정리를 마치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쫘악 빠지더군요. 구피와 함께 그냥 멍하니 TV에서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를 보다가 '우리 부담없이 즐길 만한 영화보자.'라는 구피의 한마디에 부랴부랴 고른 영화가 바로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이었습니다.
뤽 베송의 영화이기에...
제가 여러번 언급했지만 저는 국내 미개봉작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닙니다. 게다가 유명 배우가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도 아니고 프랑스 영화라니... 당연히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은 제겐 별 관심을 끌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딱 한가지... 감독이 뤽 베송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상업 영화 대표 감독인 뤽 베송 감독의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갖추고 있었기에 저는 그의 이름을 믿고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을 선택한 것입니다.
익룡이 날아다니고, 미이라가 걸어다니는...
뤽 베송 감독의 이름 말고도 제가 굳이 녹초가 된 그날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구피도 저도 좋아하는 판타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를 이렇습니다. 자신의 실수로 뇌사 상태에 빠진 쌍둥이 동생을 살리기 위해 아델(루이즈 보르고앙)은 이집트 람세스의 주치의인 파트모리스 미이라를 찾아냅니다. 하지만 사후 세계의 생명을 살려내는 능력을 지닌 에스페란듀 교수가 익룡을 되살려내 파리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선 에스페란듀 교수가 꼭 필요한 상황, 아델은 에스페란듀 교수가 살려낸 익룡을 타고 사형집행 직전에 그를 구해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면 재미없겠죠. 이 영화는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점점 사건이 커지고 결국 에스페란듀 교수로 인하여 박물관의 미이라가 모두 깨어나는 상황에 처합니다.
만화적 상상력과 프랑스적 유머의 결합
알고보니 이 영화의 원작은 유명한 프랑스 만화라고 하네요. 마치 [아스테릭스]처럼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은 유쾌한 만화적 상상력과 프랑스 특유의 유머로 잘 버무러져 있습니다.
단, 자신의 동생을 구하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이집트의 중요 문화재를 훼손하고 미이라를 탈취하는 장면은 중요 문화재를 외국에 빼앗긴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국민으로써 조금 불편했습니다. 이집트의 문화재를 지키려는 자를 악당으로 설정한 부분도 그렇고요.
뭐 웃자고 보는 상업 영화에서 그런 부분을 트집잡는 것은 어쩌면 불필요한 일일지도... 그저 당돌한 아델의 황당한 모험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특히 마지막 아델이 타이타닉호를 타는 장면에서는 2편을 은근히 기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암튼 지쳐버린 일요일의 선택으로는 딱 알맞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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