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해피 피트] - 그들에게 인간은 재앙이었을 것이다.

쭈니-1 2011. 2. 28. 15:24

 

 

감독 : 조지 밀러

더빙 : 일라이저 우드, 브리트니 머피, 로빈 윌리암스, 휴 잭맨, 니콜 키드먼

 

 

[아바타] DVD를 사니 사은품으로 따라오더라.

 

지난 2006년 12월 [해피 피트]가 개봉했을 때 저는 [중천], [007 카지노 로얄], [박물관이 살아있다]까지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 [해피 피트]를 극장에서 놓쳤었습니다. 2007년 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될 당시에는 더빙이 아닌 자막이 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비디오 대여점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극장에서 못봤고, 비디오로도 더빙 버전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저는 서서히 [해피 피트]를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연말, 구피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바타] DVD 세트를 구매하며 [해피 피트]가 다시 제 기억속 밖으로 튀어 나왔습니다. [아바타] DVD 세트를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영화 비디오 2개를 보내주는데 구피가 제게 어떤 영화 비디오를 받을지 선택하라고 한 것입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액션 영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선택한 영화는 [해피 피트]와 [폴라 익스프레스]입니다. 물론 자막 버전이죠. 2007년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해피 피트] 자막버전을 저는 이렇게 우연히 얻게 된 것입니다.

 

2월의 마지막주 일요일 비는 오고...

 

'세상의 모든 영화를 보고 말테닷!'이라고 선언한 제겐 한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본 영화를 또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직 보지 못했던 영화가 넘치고 넘치는 상황에서 이미 본 영화를 또 본다는 것은 제겐 사치와도 같은 일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원래는 웅이와 극장으로 [알파 앤 오메가]를 보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동네 멀티플렉스에선 [라푼젤]로 인하여 [알파 앤 오메가]는 오전에만 상영을 했고, 전날 아인스월드에서 사계절 썰매를 타며 실컷 뛰어 놀았던 웅이와 저는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비마저 오니 꼼짝없이 집에 갇히고 말았죠.

그때 문득 생각난 영화가 있었습니다. 웅이가 5살 되던 해에 집에서 더빙 버전으로 함께 봤던 [해피 피트]였습니다. 5살 때에도 웅이는 이 영화를 좋아했는데 9살이 된 지금은 어떨까? 과연 웅이가 더빙이 아닌 자막 버전의 애니메이션을 잘 볼까?라는 의문이 더해져 비 오는 일요일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때 아닌 [해피 피트] 상영회가 벌어진 것입니다.

 

귀여운 펭귄, 흥겨운 노래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5살 때 웅이는 영화에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딴 짓하느라 바빴고, 그런 웅이 때문에 저 역시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아직도 흠뻑 빠져 있는 저와는 달리 구피는 요즘 들어서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며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웅이도, 구피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해피 피트]만큼은 정말 재미있게 봤답니다.

하트송을 잘 불러 짝짓기를 잘 하는 것이 미덕인 펭귄 마을에서 사상 최악의 음치 멈블(일라이저 우드)가 태어납니다. 하지만 그는 음치이긴 하지만 타고난 춤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펭귄 사회의 질서를 강조하는 펭귄 지도부는 멈블이 질서를 해쳐 바다에 물고기가 사라졌다고 억지를 부리며 멈블을 추방해 버립니다. 이에 멈블은 물고기들이 사라진 원인을 찾아서 돌아오겠다며 모험을 떠납니다.

[해피 피트]의 첫번째 재미는 귀여운 펭귄들입니다. 그 짧은 다리로 탭댄스를 추는 멈블과 감미로운 하트송을 부르는 글로리아(브리트니 머피), 그리고 엉뚱한 땅딸보 아델리 펭귄인 라몬과 러브레이스(모두... 로빈 윌리암스) 일당 등 [해피 피트]는 귀여운 펭귄 캐릭터와 흥겨운 음악으로 영화의 초반 재미를 이끌어 나갑니다.

 

그들에게 인간은 재앙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멈블이 물고기가 사라진 원인을 찾아 모험을 떠나며 갑자기 이야기의 흐름이 바뀝니다. 흥겨움으로 시작했던 이 영화는 인간들의 남극에서의 대규모 물고기 포획으로 남극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멈블의 탭댄스로 인간들이 남극의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정은 너무 낙천적인 생각일 뿐이지만(인간들은 그렇게 간단히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종족이 아니다.) 그래도 지구의 자연 생태계에 인간의 욕심이 어떠한 재앙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역설하는 이 영화의 목소리가 꽤나 묵직하게 들렸습니다.

요즘 극장에 가면 'e편한세상'의 광고가 나오는데 '차가운 지구를 돌려주세요.'라는 주제로 펼쳐집니다. 이 광고와 [해피 피트]가 맞닿아 있는 느낌입니다.

2009년 12월 32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요절한 브리트니 머피의 목소리와 일라이저 우드, 로빈 윌리암스, 휴 잭맨(멈블의 아빠 펭귄), 니콜 키드먼(멈블의 엄마 펭귄) 등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그것이 자막 버전의 묘미겠죠. 

올해 [해피 피트 2]가 개봉한다고 하니 [해피 피트 2]가 개봉하기 전, [해피 피트]를 미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피 피트 2]에서는 브리트니가 맡았던 글로리아의 목소리는 가수 핑크가 맡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