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걸리버 여행기] - 잭 블랙의 값 비싼 장난

쭈니-1 2011. 2. 12. 00:36

 

 

감독 : 롭 레터맨

주연 : 잭 블랙, 제이슨 세걸, 에밀리 블런트, 아만다 피트

 

 

1월 27일 기대작 중 마지막 남은 한 편.

 

지난 1월 27일은 정말 풍성한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개봉했던 날입니다.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만 [그린 호넷],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비롯하여 무려 여섯 편이었으니 '와우!'라는 소리가 나올만 했습니다.

결국 저는 부지런히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친구와 연인사이]를 보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하여 마침내 [걸리버 여행기]를 보며 여섯 편 모두 보고야 말았습니다. 이렇게해서 1월의 기대작도 [원터스 본]을 제외하고 모두 봤으니 2011년은 시작이 아주 좋은 셈입니다.

 

잭 블랙을 믿었었다.

 

사실 [걸리버 여행기]가 기대작이 되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잭 블랙 때문입니다. 그는 참 독특한 개성을 가진 배우입니다. 잘 생기지도 않았고, 몸짱도 아닙니다. 하지만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모를 자신감과 여유가 풍겨 나옵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가 대표적인데, 기네스 팰트로우를 뚱녀로 특수분장 시켜놓고 잭 블랙과 짝을 맺어준 이 영화는 잭 블랙이라는 배우가 생소했던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그의 이름을 알린 영화는 [스쿨 오브 락]입니다.이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락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데 작고 뚱뚱한 그가 굉장히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었습니다.

 

잭 블랙의, 잭 블랙에 의한, 잭 블랙을 위한 영화

 

[걸리버 여행기]에서도 그러한 잭 블랙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뉴욕 신문사의 보잘것 없는 우편 배달 사원인 걸리버(잭 블랙)가 우연히 버뮤다 삼각지대를 통해 소인국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토대로 영웅이 됩니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동명의 소설을 토대로한 이 영화에서 잭 블랙을 그야말로 혼자 날뜁니다. 기존의 이미지대로 보잘것 없지만 허세로 인한 자신감에 충만해 있고, 영화의 후반부엔 멋진 락 음악까지 선보입니다. 이건 뭐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기보다는 '잭 블랙의 종합서물세트'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러나 영화는 잭 블랙만의 것이어서는 안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잭 블랙에게 딱 맞는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를 해나가다보니 모든 것이 잭 블랙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물론 잭 블랙이 주인공이니 당연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건 뭐 잭 블랙이 친구들을 모아놓고 자기의 장기 자랑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더군요.

다시말해 영화가 장난같아도 너무 장난같다는 점입니다. 물론 코미디 영화이다보니 영화 자체가 과장되고 장난끼 가득한 것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모든 사건이 대충 대충이고, 캐릭터 구축은 제 멋대로이며, 영화의 주제 표현은 촌스럽기만 합니다. 이만하면 정말 잭 블랙의 원맨쇼 이외에 영화를 즐길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잭 블랙의 1억1천만 달러짜리 장난

 

[걸리버 여행기]의 제작비는 무려 1억1천2백만 달러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 개봉에서 첫주 박스오피스 순위가 8위에 머물렀고, 토탈 성적은 고작 4천만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잭 블랙에 대한 미국 관객들의 사랑이 절대적임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입니다. 미국에 비해 잭 블랙의 티켓 파워가 그리 크지 않는 국내에서 [걸리버 여행기]는 구정 연휴를 맞아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흥행 순위 2위를 차지하며 깜짝 놀랄 흥행 성공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은 거의 최악 수준입니다. 제작비가 1억 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 라고는 하지만 장난끼 가득하게 대충 만든 듯한 인상이 깊은 이 영화에 만족하는 관객보다는 만족하지 못하는 관객이 더 많다는 것이죠. 이 값 비싼 장난 때문에 잭 블랙 주연의 영화는 한동안 선입견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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