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박진표
주연 : 김명민, 하지원
연휴 후유증
5일 간의 연휴 탓일까요? 평소엔 베개에 머리만 대면 최소 5분 안에 잠이 들던 제가 요즘 밤에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하긴 그럴만도 한 것이 요 며칠동안 오전 10시~11시까지 늦잠을 잤더니 밤엔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 지더군요.
다음날엔 아침 일찍 [상하이]를 보려고 예매까지 했던 토요일 밤, 하지만 제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기만 했습니다. 웅이를 재우느라 10시쯤 잠자리에 들었지만 웅이가 잠든 이후에도 한참을 뒤척이다가(평소라면 웅이보다 제가 먼저 잠이 듭니다.)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거실로 나와 TV를 켰습니다.
TV에선 설 특선 영화로 [내 사랑 내 곁에]가 하더군요. 2009년 추석 극장가를 평정했던 이 영화는 하지만 '눈물 덤벅' 슬픈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는 소신 탓에 당시엔 제 외면을 받아야 했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잠이 안와서 TV를 켜니 이 영화가 시작을 하고 있더라고요. 만약 중간 부분이었다면 안 봤겠지만 이렇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알맞게 시작을 해주니 저도 모르게 영화를 전부 보고 말았습니다.
하지원의 귀여운 연기는 언제봐도 참...
[내 사랑 내 곁에]는 누가 뭐래도 배우들의 영화입니다. 살인적인 감량을 해내며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를 연기한 김명민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였고, 여자의 몸으로 장례지도사를 하고 있는 당찬 여성을 연기한 하지원의 연기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사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물론 최고는 김명민이었습니다. 그의 몰입 연기는 실제 루게릭병의 환자를 캐스팅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김명민의 연기는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면 하지원의 연기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기에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솔직히 이지수라는 캐릭터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단지 직업이 장례지도사라는 것만 조금 눈에 띌뿐, 이런 최루성 멜로 영화에서 의례 있는 남편을 정성껏 간호하는 착한 여자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지워에 의해 표현된 지수는 특별했습니다. 직업으로 인하여 두번의 이혼을 해야 했던 그녀는 종우(김명민)의 병을 알면서도 그와의 사랑을 시작합니다. 때로는 힘들지만 그녀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합니다. 그렇게 눈물을 참아가며 그녀는 종우와의 사랑을 키워갑니다.
지수가 특별한 것은 귀여우면 안될 것 같은 캐릭터에 귀여움을 불어 넣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신마비가 된 종우 앞에서 낯 뜨거운 분홍 원피스를 입고 핑클 춤을 따라하는 모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햇던 장면으로 눈물만이 가득할 것 같은 이 영화에 미소를 안겨준 마술같은 장면이었습니다.
기적은 없다. 하지만 사랑은 있다.
하지만 결국 기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대로 종우는 점점 병세가 깊어지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에서 항상 있는 구태의연한 장면도 등장합니다. 종우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지수에게 일부러 모질게 구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선 흔히들 '정을 떼려한다.'라는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하지만 저는 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 중 과연 무엇이 더 클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그 아름다운 추억이라도 간직할 수 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 좀처럼 치유되지 않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저을 떼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뒤늦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까지 떠앉게 되는것입니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는 구태의연한 장면보다는 이미 [너는 내 운명]에서 선보였던 박진표 감독의 최루성 멜로에 대한 진솔함이 더욱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결국 기적은 없었지만 종우와 지우의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보다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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