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젠틀맨 리그] - 매력적인 시각효과만으로도 만족한다.

쭈니-1 2009. 12. 8. 16:21

 



감독 : 스티븐 노링턴
주연 : 숀 코너리, 스튜어트 타운젠드, 페타 윌슨
개봉 : 2003년 8월 14일

[젠틀맨 리그]는 헐리우드의 속편 블럭버스터가 판을 치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캐러비안의 해적]과 함께 가장 독창적인 블럭버스터 영화로 평가받을만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캐러비안의 해적]과 [젠틀맨 리그]는 미국 흥행에서 희비가 교차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7월 11일에 동시에 개봉한 두 영화는 첫주 흥행 순위에서 [캐러비안의 해적]이 4천 6백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젠틀맨 리그]는 2천 3백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었습니다. 이렇게 개봉 첫주부터 흥행 성적이 2배나 차이가 나더니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은 점점 벌어졌습니다. 8월 10일 현재 [캐러비안의 해적]이 벌어들인 돈은 2억 3천 2백만 달러로 올여름의 진정한 승리자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이며, [젠틀맨 리그]는 1억달러가 넘는 제작비의 절반밖에 건져들이지 못한 6천만달러의 흥행 기록으로 [툼 레이더 2]와 함께 벌써부터 올 여름 최고의 먹튀 영화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이 두 영화를 이렇게 갈라놓았는지...
아직 [캐러비안의 해적]을 보지 못한 저로써는 [캐러비안의 해적]과 [젠틀맨 리그]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젠틀맨 리그]의 실패는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물론 아래의 흥행 실패 요인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
[젠틀맨 리그]의 실패 요인중 가장 큰 이유는 만화적인 상상력입니다. 이 영화가 알란 무어와 캐빈 오닐의 만화 '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을 원작으로 한 사실은 [젠틀맨 리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모두들 알고 계실겁니다. 문제는 알란 무어와 캐빈 오닐이 아니라 올해 만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너무나도 많이 개봉되어 이미 관객들이 만화 소재의 영화에 식상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증거로 최근 몇년사이 개봉되었던 만화 소재 영화들의 흥행 추세를 보면 됩니다. [스파이더 맨], [엑스맨 2], [데어데블]등 작년과 올초에 개봉된 만화 소재 영화들은 독특한 스타일과 영화적인 재미를 내세워 메가톤급 흥행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흥행 성공은 만화소재(특히 마블 코믹스)의 영화 제작의 붐을 일으켰고 결국은 관객에게 식상함을 안겨 준 겁니다. 그러한 결과는 올 여름에 개봉된 [헐크]에서부터 점차 드러납니다. 마블 코믹스의 만화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헐크]는 기대만큼의 흥행을 기록하지 못한채 간판을 내려야 했습니다. 물론 [헐크]의 실패의 책임이 대부분 이안 감독에게 돌려졌지만 이안 감독이 아니라 블럭버스터에 능숙한 다른 감독들이 맡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추세가 [젠틀맨 리그]에 와서는 관객들의 외면에까지 이른 겁니다.
솔직히 제 경우도 [젠틀맨 리그]가 개봉되기 전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만화 소재 영화들을 꼬박꼬박 극장에서 챙겨보며 환호했던 제 경우가 이러하니 일반 관객분들이 더하지 않았을까요?


 


    
이 영화의 실패 요인 두번째는 너무 많은 캐릭터의 난립과 그로인한 부작용입니다.  
이 영화는 알란(숀 코너리)를 비롯한 7명의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영웅들을 하나의 영화에 출연시킵니다. 뱀파이어, 불사신, 투명인간, 해적선장, 첩보원 등 이 영화에 출연하는 캐릭터는 각기 한편의 블럭버스터를 충분히 책임질 정도로 색다른 능력과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들 모두를 하나의 영화속에 응축해 놓은 겁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시도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재미없을 수 밖에 없는 요인중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요즘 관객들은 아무리 블럭버스터라고 할지라도 짜임새 있는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원합니다. 별다른 내용없이 막무가내로 때려부수며 화려한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터미네이터 3]와 [툼 레이더 2]가 전작의 흥행을 넘어서지 못한채 악전고투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관객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젠틀맨 리그] 역시 그러합니다. 많은 캐릭터들이 난립하다보니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잡아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러닝타임이 필요하여 짜임새있는 스토리 구성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결과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 팬텀과 내부 배신자의 정체는 너무 일찍 밝혀지고, 사건의 전말은 주인공들 스스로가 풀어내기보다는 팬텀이 친절하게도 주인공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형식입니다.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악당의 정체와 음모를 밝히기엔 영화의 러닝타임이 너무나도 짧았던 겁니다. 이렇게 짜임새있는 스토리를 포기한 대신 이 영화가 선택한 것은 바로 캐릭터간의 대결에 의한 영화적인 재미입니다. 캐릭터가 많다보니 각각의 캐릭터들의 영웅담을 하나하나 잡아야 하고 결국 그러한 것들에 촛점을 맞추다보니 영화의 짜임새는 애초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그러합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잡아내기 위해서 그의 과거와 인간적인 고뇌를 그리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예전의 블럭버스터들은 그러한 것들을 포기하고 영웅을 단지 영웅으로만 그리는데에 집착했지만 요즘 관객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스파이더 맨], [엑스맨], [헐크]와 같이 초인적인 영웅이라기보다는 고뇌에 찬 인간에 가까운 영웅들이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젠틀맨 리그]는 이러한 추세에서 오히려 역류합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하나하나 잡아낼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 결과 알란의 죽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은 단지 알란과 미국인 첩보원 톰의 긴밀한 관계를 설명하는데에 그쳤고, 어쩔수없이 뱀파이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미나(페타 윌슨)의 슬픈 운명은 그녀의 활약상으로 대체됩니다. 불사신인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드)조차 피할수 없었던 치명적인 약점은 그의 고뇌을 위해 사용되기 보다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위해 사용될 뿐이며, 지킬 박사의 이중적인 내면도 하이드의 액션에 가려지고, 투명인간 로드니는 단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만 그려집니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별다른 개성없이 너무나도 평면적인 캡틴 네모와 미국인 애송이 첩보원 톰 소여입니다.
이들 각각의 캐릭터는 유명한 고전 소설속의 주인공들을 차용한 것이라서 그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결국 관객들은 어느정도 이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과거의 아픔을 알고 있는데 영화는 그러한 것들을 제대로 그리지도 못한 겁니다. 물론 이 많은 캐릭터들의 그러한 면을 잡아낼려면 영화의 러닝타임이 한없이 길어질겁니다. 애초에 수많은 캐릭터가 난립하는 원작을 기초로 한 영화이니 그 각각의 캐릭터들을 모두 상세하게 잡아내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주인공중 하나의 구심점을 선택하여 그 캐릭터만큼은 제대로 그렸어야 했습니다.
[젠틀맨 리그]에서 캐릭터의 구심점은 숀 코너리가 연기한 알란입니다. 그는 7인의 영웅중에서도 리더이며, 영화 역시 그를 중심으로 화면을 잡아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 영화는 알란의 내면만이라도 정성껏 잡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알란이 실수로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모든 것을 마무리 짓습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처사는 많은 영웅들이 난립하는 흥미진진한 블럭버스터를 만들어 냈지만, 단순한 스토리와 캐릭터만은 나열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단 한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최근 보았던 영화들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화려한 시각효과입니다.
19세기말을 배경으로 한 전운이 감도는 유럽의 풍광에서부터 아프리카의 광활함, 몽골의 얼음 호수에 이르는 이 영화의 로케이션은 물론이고, 노틸러스호의 그 매력적인 모습에서부터 58개의 대형세트로 완성되었다는 각각의 세트 촬영의 매력적인 비주얼도 그 한몫을 합니다.
결국 이 영화가 절 사로잡은 것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7명의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 눈을 사로잡은 영화속 배경과 세트입니다. 마치 [배트맨]의 고담시를 연상하게 하는 19세기말의 유럽의 풍경과 [툼 레이더 2]를 연상하게 하는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광활함, [007 어나더데이]를 연상하게 하는 얼음 호수의 새하얀 스펙타클과 그 등장부터 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노틸러스호의 그 위풍당당함까지...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가 가지고 있는 시각효과의 매력을 한편의 영화속에 농축시킨 느낌을 줍니다.
이 멋진 시각효과처럼 캐릭터도, 스토리 라인도 멋지게 꾸몄다면 정말 최고의 블럭버스터가 되었을텐데...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P.S. 1. 이 영화를 보고난후 이 영화속 캐릭터들의 산실인 원작 소설을 읽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꼈습니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 [투명인간], [지킬박사와 하이드], [해저 2만리], [솔로몬의 왕] 등등... 원작소설을 통해 이 영화가 미처 그려내지못한 캐릭터들의 묘미를 느끼고 싶군요.

P.S. 2. 이 영화를 보고난후 [캐러비안의 해적]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졌습니다. 블럭버스터급 스타의 부재라는 공통된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젠틀맨 리그]와는 달리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 [캐러비안의 해적]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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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갈이
브루스올마이티 보기전에 캐리비안 광고를 했는데 왠지 끌리더군요
그때부터 그냥 보고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는데 보고싶네요 ^^;

젠틀맨 리그도 예전부터 그냥 보고 싶어서 봤지요 -.- (충동형 관객?)
 2003/08/16   
쭈니 영화의 관객들은 거의 대부분이 충동형이 아닐까요?
저도 보기싫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충동형 관객이니... ^^
 2003/08/16   
남자
이 리뷰는 패스 ㅋㅋ;;
이번 화요일 저녁으로 예매해놨습니다.
쭈니님 그거 아시나요?
대전은 영화를 가려서 상영합니다 ㅠ_ㅠ
도그빌의 경우 하루 한번 개봉만 했습니다
그것도 서울서 개봉한지 한주던가 지나서;;
 2003/09/01   
쭈니 저도 일년간 대전에서 산적이 있는데... 그땐 서울과 비슷하게 영화가 상영되었던것 같은데... 제가 있었던 곳이 둔산동이었는데 그 근처의 백화점에 멀티플랙스가 있었거든요. 이젠 극장 이름도 기억이 안나네요. ^^  2003/09/01   
남자
네타임월드스타식스하고롯데시네마..둔산동에영화보러갑니다^^
둔산동에서차로10분도안걸려서요~
일년동안대전에서무슨일을;;;여긴너무 영화를골라서 상영해요
대작은하는데관객이미비할거같은것은 가차없더군요^^
못본영화가한둘이아니죠 ㅠ_ㅠ
 2003/09/02   
쭈니 저도 둔산동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봤었답니다.
이제 기억나네요. ^^
그곳에서 뭐했냐고요?
과거는 묻지마세요. ^^;
 200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