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터미네이터3-라이즈 오브 더 머신]-13년동안의 기대감만 말끔히 지운다면.

쭈니-1 2009. 12. 8. 16:19

 



감독 : 조나단 모스토우
주연 : 아놀드 슈왈츠네거, 닉 스탈, 클레어 데인즈, 크리스타나 로켄
개봉 : 2003년 7월 25일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은 정말로 제게 많은 갈등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무려 13년만에 돌아온 이 가공할만한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는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기대감으로 부풀어 버렸고, 그 기대감은 곧바로 [터미네이터 3]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먼저 이 영화에 대한 불안감은 이 시리즈의 아버지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부재입니다. B급 SF영화에 불과했던 [터미네이터]로 일약 스타감독의 반열에 오르고 [에일리언 2], [터미네이터 2], [트루 라이즈]를 거쳐 [타이타닉]으로 [ET]가 수십년동안 보유하고 있던 미국 흥행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운 이 전설적인 블럭버스터 감독은 자신이 탄생시켰으며 그로인해 그 스스로 명성을 얻은 [터미네이터]의 새로운 시리즈를 거부함으로써 [터미네이터]의 오랜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부재보다도 더욱 불안한 것은 조나단 모스토우라는 새로 영입된 감독의 존재입니다. [U-571]을 통해 흥행성을 입증받아 [터미네이터 3]의 감독으로 낙점이 된 이 신예급 감독은 그러나 제겐 상당한 불안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전 [U-571]를 재미있게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그 따위 따분한 잠수함 영화를 만들었던 그가 어떻게 [터미네이터 3]를 만든단 말인가?', '풋내기 감독에 불과한 그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 모든 의구심은 자연스럽게 [터미네이터 3]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엔 [터미네이터 2]를 이끌었던 영웅 린다 해밀턴과 에드워드 펄롱까지도 나오지 않습니다. [에일리언]시리즈의 시고니 위버에 버금가는 여전사로써의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줬던([터미네이터]에선 나약한 도망자에 불과했지만...) 린다 해밀턴의 이름은 [터미네이터 3]의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고, 그 긴 앞머리를 휘날리며 반항적인 십대의 모습을 보여줬던 에드워드 펄롱(한때의 그의 긴머리를 너무나도 해보고 싶어서 대책없이 앞머리를 기르기도 했었답니다. ^^)은 닉 스탈이라는 상당히 못미더운 배우로 교체되었습니다. 결국 13년간의 기다림동안 돌아온 것은 아놀드 슈왈츠네거뿐이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도, 린다 해밀턴도, 에드워드 펄롱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채 [터미네이터 3]는 그렇게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겁니다. 그러니 어찌 이 영화를 보기에 앞서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봤습니다. 제임스 카메론과 린다 해밀턴의 부재에 대한 불안감도, 에드워드 펄롱이 닉 스탈이라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이상하게 생긴 배우로 교체된 것에 대한 불안감도 결국은 13년이라는 기다림동안 커질대로 커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힘겨운 야근을 겨우 마치고 토요일 심야에 컴컴한 극장에 앉아 [터미네이터 3]의 실체를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터미네이터 3]는 제가 우려했던대로 제가 기대했던 그런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본다면 썸머시즌을 겨냥한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로써는 썩 괜찮은 영화임에는 분명했습니다.  
1984년에 제임스 카메론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진 [터미네이터]는 B급 영화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그 특성을 이용하여 긴장감을 연출시키는 특이한 힘을 발휘했었습니다. 사실 지금 [터미네이터]를 본다면 이 영화의 허술한 특수효과에 웃음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허술한 특수효과와 쫓고 쫓기는 숨박꼭질을 반복해 보여주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그 인상적인 근육과 그에 비교되는 마이클 빈의 그 허술한 근육을 이용하여 관객에게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마이클 빈이 절대로 상대가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아놀드 슈왈츠네거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일때의 그 긴장감... 제임스 카메론은 이 절묘한 대비로 인하여 최소한의 제작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쾌거를 이룩한겁니다.
그리고 7년후, 그 사이에 헐리우드의 스타급 감독과 배우의 반열에 오른 제임스 카메론과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명성에 걸맞게 [터미네이터 2]는 완벽한 블럭버스터로 재탄생합니다. 거의 모든 속편 영화가 그러하듯이 이 영화는 전편에 비해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되었으며 그럼으로써 영화적인 재미를 획득합니다. 새로운 암살 로봇인 T-1000의 그 멋진 변신술은 헐리우드의 기술력만이 이룩할 수 있었던 경이로움이었으며, 1편에서 갸날픈 여인에서 멋진 여전사로 탈바꿈한 린다 해밀턴의 활약상도 멋있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된 기술력을 선보인 특수효과도 환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터미네이터 2]의 백미는 1편에 대한 뒤집기였습니다. 1편에서 무시무시한 근육질의 살인기계 터미네이터로 등장했던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구모델 터미네이터로 등장하여 인간의 편에서서 마이클 빈을 연상시키는 갸냘픈(?) 근육의 신모델 터미네이터 T-1000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함으로써 1편이 가지고 있던 긴장감을 재치있게 뒤집어 버린 겁니다. 그러한 제임스 카메론의 결단은 [터미네이터 2]를 전편을 능가하는 몇편되지 않는 속편으로 관객들에게 인식시켰습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3]는 20여년전에 만들어진 [터미네이터]에 비해 영화적인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으며, 13년전에 만들어진 [터미네이터 2]에 비해서 기술력의 진보 역시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지 때리고 부수기만을 반복하는 이 영화는 2편의 로버트 패트릭보다 더욱 갸냘픈 새로운 T-X라는 여성 터미네이터를 내세우지만 그러한 시도 역시 2편에서 이미 한것이기에 신선함을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린다 해밀턴을 대신하여 등장한 클레어 데인즈도 별로 시원치 않았고(언제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귀여운 클레어 데인즈가 이토록 폭삭 늙어버렸단 말인가?), 존 코너의 미래의 애인인 13년이라는 단절을 해소하기위해 너무 설명조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이 영화의 커다란 단점중의 하나입니다.
결국 [터미네이터]의 시리즈가 내포하고 있는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도달한 [터미네이터 3]는 그 중요한 시점에서 1편이 가지고 있었던 긴장감도, 2편이 가지고 있었던 기술력의 진보와 1편에 대한 뒤집기를 통한 신선함도 획득하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터미네이터 3]는 한여름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킬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임에는 분명합니다. 13년동안 쌓일대로 쌓인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떨쳐버린다면(만약 그럴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시종일관 시원한 액션을 터붓는 썸머시즌용 블럭버스터의 모든 면모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끝날때까지 이어지는 액션의 파노라마는 건물 몇 채와 차 수십대, 그리고 도로 등등 닥치는대로 부수며 관객들에게 더위를 말끔히 씻어버리라고 독촉합니다. 분명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은 이 영화가 시대에 뒤떨어진 세기말적인 메세지를 내포한 심오한([매트릭스]처럼...) 블럭버스터가 되길 원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이왕 [터미네이터]라는 블럭버스터 연출을 맡은김에 아낌없이 시원한 액션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한 듯이 보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액션을 터붓는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어지는 효과를 안겨줍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긴장감에 손에 끈적끈적한 땀을 쥘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13년전에 비해 더욱 편안해진 의자와 극장시설을 이용하며 아무 생각없이 이 무지막지한 액션을 감상하면 되는 겁니다.
결국 어차피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를 만들지 못할바엔 액션을 즐길만한 [터미네이터]를 만들겠다는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의 계산은 13년동안 [터미네이터]를 기다려온 골수팬들에게는 실망적이었겠지만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에게 시원시원한 액션외에 바라는 것이 없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팬들에겐 꽤 성공적인 영화인 셈입니다.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은 두마리 토끼중 한마리를 잡은 셈이니 [터미네이터 3]를 완벽한 실패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군요. ^^


 



P.S. [터미네이터 3]와 [투캅스 3]의 공통점.

[터미네이터 3]를 보고나서 제일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 영화는 의외로 [투캅스 3]였습니다. 강우석 감독의 메가톤급 히트작 [투캅스] 시리즈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비슷한 점은 생각해보면 꽤 많습니다. 일단 첫번째는 3편에 와서 감독이 모두 교체되었다는 점입니다. 1편과 2편의 감독이었던 강우석 감독은 [투캅스]의 성공으로 인하여 충무로의 스타급 감독으로 성장했으며, 시네마 서비스라는 영화 제작및 배급 회사를 창립함으로써 충무로 파워맨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탄생시켰고 자신을 성공의 자리에 있게해준 [투캅스]의 새로운 시리즈인 3편의 연출을 후배 감독인 김상진 감독에게 양보했으며, 결국 [투캅스 3]는 아버지인 강우석 감독의 부재속에서 실망스러운 흥행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강우석 감독의 부재... 결국 [터미네이터 3]의 경우 아직 흥행 실패작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개봉 2째주에 박스오피스 1위자리를 힘없이 내준 것을 보면 역시 제임스 카메론의 부재가 꽤 큰 듯 합니다.
두번째는 주요 배우의 교체입니다. 1,2편을 통해서 [투캅스]를 이끌었던 박중훈의 부재는 3편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터미네이터 3]가 린다 해밀턴과 에드워드 펄롱의 부재를 메꾸지 못한 것처럼...
세번째는 두 영화 모두 여성의 등장으로 3편의 영화적인 재미를 이끌어내려 했다는 점입니다. 안성기 박중훈, 박중훈, 김보성 커플에 이어서 [투캅스 3]가 내세운 새로운 커플은 김보성과 권민중이었습니다. 남성 커플로 이어지던 시리즈의 전통을 깨뜨리고 의욕적으로 등장한 권민중은 그러나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라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새로운 스토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 줬습니다. [터미네이터 3] 역시 그러합니다. 영화의 개봉전부터 그토록 기대하게 했던 섹시한 살인 기계 T-X의 위력은 오히려 13년전 T-1000보다 함참 못한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여성 살인 병기를 등장시킴으로써 새로운 스토리 구조와 재미를 창조하려 하지는 않고 오히려 크리스타나 로켄의 섹시함을 강조하여 영화의 볼거리를 강조하는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결국 3편이라는 시리즈의 한계를 여성이라는 새로운 분출구를 통해 벗어나려 했지만 이 두 영화 모두 그러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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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
터미네이터 요번에 안죽었겠죠....2편에서 용암에 죽은것같은데 그러고보니
요즘은 속편은 거의다 나오는 2003년해네요....13년이 지나두 늙어다고 생각이 안드네요
 2003/07/30   
쭈니 요번에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4편에도 나올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3편에서 아놀드가 4편에 다시 나올것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대사가 있었거든요.
미래에 존 코너를 죽인 기계가 바로 아놀드라는...
 2003/07/30   
아랑
아놀드아저씨가 좀 늙어벌서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봤어요^^  2003/07/31   
쭈니
저와 제 아내도 의외로 재미있게 봤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전에는 이 영화에 대해서 별로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감히 제임스 카메론없이 만들어진 [터미네이터 3]를 신랄하게 비판하기 위해서 였답니다.
하지만 의외로 볼만... ^^
 2003/07/31   
나루
그렇군요........4편두^^ 요번에 일찍나왔으면 좋게네요 13년은 너무오래걸려는덴...
저기 저청년 터미네이터1에서 아기배속,터미네이터2에서 꼬마아이, 터미네이터3에서 청년
터미네이터4에서 할아버지?? Etn연예정보에서 이런애기를 하더군요.....
 2003/08/02   
쭈니 이번엔 2년안에 나올것 같습니다.
3편이 오래 걸린 이유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애초에 2편으로 기획한 영화이고 3편 제작엔 뜻이 없었기에 있지도 않은 3편을 만들려니 시간이 오래 걸린 듯 합니다.
하지만 3편을 보면 4편이 조만간 나올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잇으니 늦어도 2년이면 나오지 않을까요? ^^
 2003/08/03   
산와머니
터미네이터 4 <미국,독일,영국>

에드워드 펄롱 Edward Furlong : 존 코너, 미확정 역
마커스 쉔큰버그 Marcus Schenkenberg
2009년 개봉이라네요.


 2007/10/05   
쭈니 역시 4편도 나오는군요.
기대해야할지... 말아야할지...
 200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