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이탈리안 잡] - 이 영화가 최고의 스릴러가 될 수 없는 이유.

쭈니-1 2009. 12. 8. 16:22

 



감독 : F. 게리 그레이
주연 : 마크 월버그, 찰리즈 테론, 에드워드 노튼
개봉 : 2003년 10월 2일


[셋 잇 오프]와 [네고시에이터]를 통해 스릴러에 재능을 보여줬던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전작인 액션 블럭버스터 [디아블로]의 실패를 딛고 다시 자신의 특기인 범죄 스릴러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복귀에 동참한 배우는 연기파 배우인 마크 월버그와 에드워드 노튼, 그리고 섹시한 미녀 배우 찰리즈 테른입니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30일에 미국에서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로 손꼽히는 [니모를 찾아서]와 같이 개봉하여 [니모를 찾아서], [브루스 올마이티]에 이어 3위로 박스오피스에 데뷰하는 등 오랜 기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물며 폭발적이진 않지만 꽤 짭짤한 흥행을 기록하여 성공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로 평가받았습니다. 미국 개봉후 4개월만에 개봉되는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같은 날 개봉된 [스캔들]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개봉 첫주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하였고, 관객들의 높은 별점을 바탕으로 아직까지도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릴러 영화에 재능을 보여온 F. 게리 그레이 감독, 마크 윌버그, 에드워드 노튼 등 연기파 배우들과 [데블스 에드버킷]을 통해 제가 좋아하는 헐리우드 여배우로 등극한 찰리즈 테론의 출연 그리고 스릴러 영화에 꽤 까다로운 관객들의 높은 평점... 이 모든 것은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제겐 꽤 구미가 당기는 것들입니다. 과연 [이탈리안 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오션스 일레븐]처럼 유쾌하고 경쾌한 그러면서도 제 뒷통수를 칠만한 완벽한 범죄 스릴러가 될 수 있을런지...


 



1. 베니스 운하에서의 작전과 알프스 호수에서의 배신.

이 영화의 시작은 정말 좋습니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베니스의 운하를 배경으로 6명의 팀으로 이루어진 찰리(마크 월버그) 일행이 마피아의 금고안에 꼭꼭 숨겨진 3천 5백만달러의 금괴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빼돌리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가 [오션스 일레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범죄 스릴러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부풀려놓았습니다.
무엇보다도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베니스 운하의 그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라스베가스라는 제한된 공간에 머물렀던 [오션스 일레븐]보다 한수 위의 영상 감각을 보여줬으며,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베니스 운하에서의 대 추격 장면을 통해 [셋 잇 오프], [네고시에이터], [디아블로]로 갈고 닦았던 액션씬에 대한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범죄 스릴러의 최고의 오프닝씬으로 꼽힐만한 베니스 운하의 작전은 [이탈리안 잡]이 스릴러와 액션 그리고 수려한 영상과 멋진 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져 찰리 일행의 그 멋진 팀웍처럼 한 편의 멋진 범죄 스릴러가 될것임을 예감케했던 멋진 시작이었습니다.
베니스 운하에서의 멋진 오프닝씬이 끝나고 나면 찰리 일행은 곧바로 하얀 눈으로 뒤덮힌 알프스 호수에 모입니다. 이것이 진짜 눈인지 아니면 세트장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완벽하게 새하얀 공간에서 금괴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꿈을 한가지씩 말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는 찰리 알행. 그러나 스티브(에드워드 노튼)의 배신이 이어지고 존(도날드 서덜랜드)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치닫으며 이 영화가 언제까지나 유쾌한 분위기속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스티브는 일행을 배신하고 모든 금괴를 혼자 차지해 버리고 남겨진 찰리 일행은 존의 죽음앞에서 울부짖으며 복수를 맹세합니다.
이로써 이 영화는 모든 것을 갖춘 셈입니다. 베니스 운하에서의 치밀한 작전을 통해 이 영화는 치밀한 범죄 스릴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알프스 호수에서의 배신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치밀한 계획속에서 영화속 캐릭터들의 목표를 확고히 함으로써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 것입니다. 이제 이 영화는 오프닝씬에서처럼 기가 막힌 방법으로 배신자인 스티브와 관객의 뒷통수만 치면 되는 겁니다.


 



2. 필라델피아에서의 결의

알프스 호수에서의 배신이 있었던 1년후 이제 복수를 위해서 찰리 일행이 다시 뭉칩니다. 금괴를 가지고 꼭꼭 숨어버린 스티브의 행방을 알아내고, 금고털이인 존의 빈자리를 존의 딸이며 최고의 금고 전문가로 성장한 스텔라(찰리즈 테론)로 채워지며 찰리 일행은 모든 복수의 준비를 완벽하게 마칩니다.
이 대목에서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찰리즈 테론이라는 새로운 멤버를 넣음으로써 두가지 효과를 획득합니다. 첫번째 효과는 존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감정적인 측면입니다. 존이 찰리의 정신적인 지주라고는 하지만 찰리에게 존의 복수에 대한 모든 권한을 맡기는 것에는 어느정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영화는 존과 찰리의 돈독한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했으며 설명할 시간조차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스텔라는 다릅니다. 그녀가 존의 딸이라는 설정만으로 스텔라는 존의 복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며 관객들 역시 스텔라의 복수를 응원하게 되는 겁니다.
두번째 효과는 미녀 캐릭터를 통한 멤버의 구색입니다. 솔직히 팀의 홍일점 역할을 할만한 미녀 캐릭터의 등장은 이러한 흥미 위주의 영화에선 당연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전 개봉되었던 [S.W.A.T. 특수기동대]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S.W.A.T. 특수기동대]는 원작에도 없었던 여자 대원을 무리하게 영화속에 끼워넣었을 정도로 팀의 홍일점 구성에 최선을 다했으며 그러한 홍일점의 역할은 [S.W.A.T. 특수기동대]의 영화적인 재미를 풍부하게 했습니다. 스텔라라는 캐릭터의 등장은 바로 이러한 홍일점을 자연스럽게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찰리 일행에 끼워넣음으로써 팀의 구색을 맞춘 겁니다.
이제 이 영화는 스텔라의 합류와 함께 팀원인 운반 책임자 핸섬 롭, 컴퓨터 해커 라일, 폭파 전문 레프티 그리고 팀의 리더 찰리까지... 영화속 캐릭터들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소개함으로써 관객과 찰리 일행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그럼으로써 스티브를 향한 복수에 대한 무언의 승낙을 받아냅니다.


 



3. LA에서의 복수 그리고 해피엔딩

이제 클라이막스를 향한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끝이 났습니다. 예전의 동료들은 다시 뭉쳤고, 스티브를 향한 복수의 정당성은 이미 입증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오프닝씬에서 보여줬던 그 치밀한 계획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였음을 보여주는 일만이 남은 셈입니다.
찰리 일행은 철옹성같은 스티브의 저택의 약점을 면밀히 파헤치고 스텔라를 스티브에게 접근시키는 무리수를 동원하면서까지 계획을 진행시킵니다. 하지만 그들의 처음 계획에서 치밀함이나 기발함은 엿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객의 실망을 눈치챈듯이 찰리의 처음 계획은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스티브와 찰리 일행은 정면으로 맞서기에 이릅니다. 스티브는 금괴를 멕시코로 옮기려 하고, 찰리는 금괴가 공항에 닿기전에 저지하고 빼앗아야 합니다. 이제 슬슬 두 연기파 배우인 마크 월버그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로 올라갈때쯤 영화는 어이없이도 치밀한 계획을 보여주기도 전에 끝을 맺어 버립니다. 찰리가 세운 치밀한 계획은 약간의 억지가 섞여 있으며(이 영화를 안보신 분들을 위해서 찰리의 계획에 대한 억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도 LA에서의 계획은 베니스에서의 계획을 재탕함으로써 계획의 기발함마저도 상실합니다. 분명 베니스에서의 계획이 기발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클라이막스에 또다시 읅어 먹어도 될 정도로 관객은 어리숙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배신자인 스티브의 최후까지 제가 예상했던 것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말았으니...
베니스, 알프스, 필라델피아, LA로 이어지는 이 영화의 로케이션은 화려하면서도 수려하고 멋있습니다. 특히 도시의 불빛과 혼잡함마저도 수려하게 바꾸어놓은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솜씨는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마크 월버그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는 역시 최고였으며, 찰리즈 테론은 자신의 섹시한 매력을 맘껏 영화속에 발산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최고의 범죄 스릴러가 될 수 있는 80%의 요소를 모두 갖춘 겁니다. 이제 범죄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계획의 치밀함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해던 마지막 반전만 준비하면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 영화는 그것들을 준비하지 못하고 맙니다. 그럼으써로 러닝타임중 80%동안 재미있게 감상하던 절 마지막 20%의 순간에서 실망하게 만들었던 겁니다. 결국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다시한번 스릴러 영화의 가능성만 보여줬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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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아빠
다음 카페에다 쓰려다가 여기다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베니스에서의 수법대로 금고를 털지 않았다면 영화 제목이 굳이 <이탈리안 잡>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이탈리아(베니스)에서 쓴 수법을 그대로 반복하겠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이탈리안 잡>이라고 붙인 것 같거든요.

예전의 수법을 그대로 다시 쓰는 건 자기 패를 다 보여주고 게임을 하겠다는 것 아닐까요? 기본적인 패턴은 같지만 실제 내용에는 차이가 있는, 그래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실제 내용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겠다는 의도. 실제로 <이탈리안 잡>은 마크 월버그와 에드워드 노튼 간의 두뇌 싸움으로 영화가 전개되죠. 이건 다 마크 월버그가 '이탈리안 잡'을 고수하려 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요?
 2003/10/16   
구피의꿈
좀 더 긴장된 두뇌싸움을 기대해서인지 사실 좀 싱겁게 끝나 버려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워낙 헐리웃의 거대 스릴에 길들여진 탓인지....  2003/10/16   
쭈니 [이탈리안 잡]의 관객들에 대한 높은 평점이 느껴지는 군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솔직히 저도 [이탈리안 잡]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반전이 아쉬웠다는 거죠.
제가 스릴러 영화, 특히 반전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영화에는 인심이 후하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마지막 반전에 대한 모든 패를 오픈했으니 기가 막힌 반전을 기대한 저로써는 실망한 겁니다.
 200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