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여의도] - 뻔한 반전, 촌스러운 전개.(스포 있음)

쭈니-1 2011. 1. 20. 12:47

 

 

감독 : 송정우

주연 : 김태우, 박성웅, 황수정

 

 

내 관심사는 처음부터 황수정이었다.

 

제가 [여의도]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오로지 황수정 때문이었습니다. 1999년 드라마 '허준'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녀는 청순한 이미지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였습니다. 하지만 2001년 필로폰 복용혐의로 구속되었고, 그녀의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 황수정이 복귀한다고 합니다. 물론 마약 스캔들 이후 그녀는 2007년 '소금인형'이라는 드라마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으로 연예계 복귀를 하긴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소금인형'은 시청률 부진에 시달렸고, [밤과 낮]은 애초부터 흥행을 목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 홍상수 감독의 작가주의 영화이니만큼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요.

하지만 [여의도]는 다릅니다. 엄연한 상업 영화이고, 주연은 김태우와 박성웅이지만 유일한 홍일점으로 황수정의 비중도 꽤 크기 때문입니다.

 

그럼 영화 [여의도]는?

 

제가 [여의도]를 보는데 있어서 영화보다는 황수정의 컴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영화를 본 이유는 [여의도]라는 영화 자체에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여의도의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우진(김태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그는 회사에선 정리해고 1순위이고, 아버지의 병원비로 인하여 사채빚을 져서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내(황수정)와의 관계도 소원해진 상태입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인 그에게 어릴적 친구인 정훈(박성웅)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날 우진의 직장 후배가 살해를 당하고 우진은 회사에서 기사회생합니다.

이 부분에서 송정우 감독은 스릴러로써의 승부수를 겁니다. '과연 정훈이 우진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그런데 그러한 승부수 자체가 너무 속이 뻔히 드러다보이는 순진한 발상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처음부터 이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반전은 무엇일지 눈에 훤히 보였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더 팬]? 에이 설마... 그럼 [파이트 클럽]이다.

 

송정우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더 팬]과 같은 영화라고 착각해주길 바란 듯이 보입니다. [더 팬]은 길(로버트 드니로)이라는 남자가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 선수인 바비(웨슬리 스나입스)가 부진에 빠지자 그 선수의 팀내 라이벌 선수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이 바비를 돕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며 벌어지는 스릴러입니다. 만약 정훈이 우진을 위해 우진의 직장내 동료를 살해한 것이라면 정말 [여의도]는 [더 팬]과 비슷한 영화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걸 믿는 순진한 관객은 드물 것이라고 봅니다. 처음부터 정훈은 또 다른 우진의 모습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명품 스릴러 [파이트 클럽]의 노골적인 베끼기인 셈입니다. 송정우 감독은 [더 팬]처럼 진행을 했다가 [파이트 클럽]으로 마무리하며 그걸 반전이라고 내세웁니다. 보면서 '피식' 웃음만 나오더군요.

 

여의도를 중심으로한 직장인의 우울한 자화상?

 

물론 송정우 감독의 의도는 알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스릴러라는 장막을 벗겨보면 여의도라는 삭막한 섬에서 벌어지는 현대 직장인들의 우울한 자화상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화상들은 너무 극단적이거나 인위적입니다.

우진이 처한 상황에 공감이 되어야 하는데 공감이 되긴 커녕 답답하기만 합니다. 우진을 음해하려는 조부장이라는 캐릭터 역시 캐릭터 성격은 없고 단지 나쁜 놈으로만 비춰져 요즘처럼 악당 캐릭터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영화들에 비해 상당히 촌스럽게만 느껴졌습니다.

결국 [여의도]는 스릴러 영화로써도 실패했고, 감독의 메시지 전달도 그다지 세련되지 못했습니다. 아! 황수정의 컴백은 어땠냐고요? 글쎄요. 너무 오랫동안 연기를 쉬어서인지 그다지 두드러지는 연기를 펼치지 못하더군요. 하지만 마약 스캔들로 인하여 보냈던 힘들었던 세월이 묻어나는 듯한 지친 표정은 꽤 공감이 갔습니다. 그녀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게 피로감을 줬을 정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