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존스
주연 : 리차드 코일, 데이빗 서쳇, 클레어 포이
자기야! 이 영화는 뭐야?
일요일 저녁, 드디어 자유의 시간이 왔습니다. 토요일엔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구피를 대신해서 웅이와 함께 키자니아(어린이 직업 체험)에 가야 했고, 일요일엔 웅이와 놀이터에서 눈사람 만들며 노느라 온 몸이 꽁꽁 얼었던 저는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드디어 '이젠 나만의 시간이다.'를 외치며 컴퓨터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때 구피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자기야! 이 영화는 뭐야?' 구피의 질문에 어쩔수없이 거실로 나왔습니다. 구피가 질문한 영화는 채널 CGV 방영하는 [판타스틱 우체국]라는 영화였습니다. '글쎄... 저건 무슨 영화지?'라는 궁금증에 그만 거실에 주저앉은 저는 그렇게 3시간 30분(광고시간까지 합쳐서) 동안 [판타스틱 우체국]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우체국
분명 [판타스틱 우체국]은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디스크월드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일찌감치 사기 행각으로 악명을 떨쳤던 립위그(리차드 코일)는 그만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베티나리 경의 저택. 그는 립위그에게 우체국 국장을 맡으라는 제안을 합니다. 클랙스라는 새로운 전보 장치에 밀려 이전 퇴물 신세가 된 우체국. 게다가 전직 우체국 국장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립위그는 특유의 재치로 위기를 해쳐나가고 우체국을 재건해 나갑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선과 악의 구분은 뚜렷합니다. 클랩스를 운영하는 악덕 사장인 길트(데이빗 서쳇)가 악당이고, 립위드는 디어하트(클레어 포이)라는 여인을 만나 점점 개과천선하며 길트에 맞서 영웅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구태의연한 캐릭터 구조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를 케이블 방송의 무시무시한 사채 광고를 참아가며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디스크월드라는 이 영화의 배경이 꽤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늑대인간, 흡혈귀가 인간과 공존하고, 말하는 진흙으로 만든 골렘, 우체국 재건을 위해 우표 사업을 개발한다는, 판타지적인 상상력과 현실의 세계가 교묘하게 맞붙어 있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판타스틱 우체국]안에 [해리 포터]가 있더라.
그리고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이 영화 속에 대표적인 판타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발견할 수 잇었다는 점인데 주인공인 립위드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의 사기꾼 록허트 교수를 연상시켰고, 영화의 후반부엔 덤블도어 교장과 닮은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영국 판타지 영화가 그러하듯이 이 영화 역시 특수효과 부분에선 특별한 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분히 B급 판타지 영화의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영화의 공간, 배경과 부담없이 펼쳐지는 가벼운 스토리 라인이 나른한 제 일요일 밤을 가득 채워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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