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윤수
주연 : 신은경, 정준호, 심이영
검색 순위 상위권에 있어서 봤다.
뭐랄까... [두 여자]는 전혀 제 취향이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그러한데... 완벽한 삶을 살던 산부인과 의사 한소영(신은경). 그런데 완벽한줄만 알았던 남편 윤지석(정준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배신감과 궁금증에 남편의 여자인 최수지(심이영)를 뒤쫓던 소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지와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이게 뭐야??? [두여자]의 내용을 읽은 제 첫 반응이었습니다. 불륜 드라마라면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미 TV에서 지겹도록 봤고, 남편의 여자와 우정을 쌓는다는 내용은 영화 [걸프렌즈]에서 전혀 공감되지 않음을 이미 느꼈었습니다.(물론 [걸프렌즈]는 남편이 아닌 애인이었지만...)
신은경의 노출씬으로 관객의 이목을 끌려고 했던 이 영화의 마케팅도 [두여자]에 대한 제 관심을 멀어지게 한 이유였는데 저는 이유없이 벗는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여자]를 그럴 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두여자]는 제 관심 밖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이 영화가 영화 검색 상위권에 올라 있더군요. 그래서 조금 살펴보니 감독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아내가 결혼했다]의 정윤수 감독이었습니다. 앗! 이 감독이라면 이 흔해 보이는 불륜 드라마를 조금 특별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불륜 드라마의 전형성에서 탈피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의 기본 설정은 불륜입니다. 하지만 다른 소위 말하는 불륜 드라마와 이 영화가 다른 것은 불륜녀는 악녀이고 조강지처는 비련의 여성이라는 공식에서 탈피했다는 것입니다. [두여자]의 소영은 불륜녀인 수지를 만나 그녀와 친분을 쌓습니다.
그러한 설정에서 다시한번 뻔한 스토리 전개를 예상할 수 있는데, 남편인 지석만 나쁜 놈이고, 조강지처인 소영도, 불륜녀인 수지도 비련의 여성일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두여자]는 그러한 설정 역시 비껴갑니다. 역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아내가 결혼했다]로 한국 사회의 결혼 제도를 통렬하게 비웃엇던 정윤수 감독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소영은 남편의 불륜에 비운의 눈물을 흘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지와 함께 나쁜 놈인 지석에게 복수를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과 수지와의 우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합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지키고 싶었기에 오히려 이 영화는 결국 파국에 치닫습니다. 불륜 드라마의 전형성에서 탈피는 했지만 불륜에 인한 파국만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죠.
한국 사회의 결혼 제도... 당신은 행복한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정윤수 감독은 처음엔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 하지만 그러한 사랑이 식었다면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마땅한가? 라는 돌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예전에 사랑했던이 아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래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그냥 웃어 넘길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정윤수 감독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조금 더 과감한 질문을 던집니다. 1부1처제 사회인 한국 사회에서 그는 '사랑한다면 다처다부제가 왜 안돼?'라고 질문은 던진 것입니다. 이러한 정윤수 감독의 영화를 통한 과감한 질문들은 이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논란이 될만한 이들 영화가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캐스팅 덕분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박용우, 엄정화, 이동건, 한채영의 캐스팅은 그 화려한 만큼이나 각각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배역을 연기하며 영화를 심각한 주제와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 사이의 간극을 메꿉니다. 캐스팅의 묘미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최고의 묘미를 발휘했는데, 손예진을 캐스팅함으로써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나를 두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아내'를 무리 없이 표현해 냈습니다.
[두 여자]의 패착은 과욕이다.
하지만 [두 여자]는 흥행에 실패하고 맙니다. 신은경과 정준호라는 스타 캐스팅을 했고, 전작들과는 달리 노츨 수위가 상당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전윤수 감독에 결혼에 대한 세번째 이야기를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문제는 캐스팅과 노출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아내가 결혼했다]는 캐스팅 자체가 화려했지만 캐스팅된 배우들의 이미지 역시 캐릭터와 완벽하게 부합했습니다. 그런데 [두 여자]는 캐스팅은 화려했지만 배우들의 이미지는 캐릭터와 불협화음을 냅니다.
특히 코믹 배우로 활약하던 정준호의 캐스팅이 그러합니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진지한 연기를 펼쳤던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 실패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코믹 배우로써의 이미지를 벗고 싶은 정준호의 욕심은 잘 알겠지만 그의 코믹한 이미지가 [두여자]의 감상을 방해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신은경도 마찬가지인데... 이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할 소영이라는 캐릭터가 캐릭터의 심리보다는 노출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아내가 결혼했다]가 적절한 수위를 지켰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노출로 인한 흥행을 기대했던 정윤수 감독의 욕심이 오히려 영화를 망친 셈입니다.
한국 사회의 결혼에 대한 정윤수 감독의 과감한 질문은 [두여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정준호의 캐스팅 미스와 신은경의 노출로 영화 자체는 과감한 질문은 묻히고 오히려 3류 불륜 드라마만 부각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P.S. 극중 신은경이 기타를 치며 부른 '풍경화 속의 거리'라는 노래가 너무 듣기 좋아 배경 음악으로 첨부합니다. 신은경이 직접 부른 노래를 첨부하고 싶었는데 없어서 이승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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