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트라이앵글] - 잔인하지만 매혹적인 열린 결말... 새로운 지옥도를 보다.

쭈니-1 2011. 1. 13. 11:46

 

 

감독 : 크리스토퍼 스미스

주연 : 멜리사 조지

 

 

남의 추천작은 잘 안보지만...

 

지난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아주 짧은 영화평' 때도 언급했지만 저는 지난 영화, 국내 미개봉작을 그다지 챙겨보는 편이 아닙니다. [트라이앵글]이 딱 그러한 영화인데 2009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다가 국내에선 개봉한 적이 없는 영국의 공포 스릴러 영화입니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감독이 연출한 영화도 아니며, 국내 개봉은 하지 못했지만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도 아닙니다. 대개의 이러한 경우 저는 그 영화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트라이앵글]은 굳이 보게 된 이유는 제가 개인 홈페이지 운영하던 시절부터 넷상에서 친분을 쌓았던 'Park'님이 [트라이앵글]을 특별히 언급해주셨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투경찰에 복무중이신 'Park'님이 이 영화에 대한 잔상 때문에 괴롭다고 하시니... 제가 이 영화를 보고 깔끔하게 정리를 해줘야 겠다는 묘한 의무감(?)이 마구 샘 솟더군요.

예니님의 추천으로 보게된 [피아니스트의 전설]에 이어 쭈니의 블친을 향한 충성 제 2탄 [트라이앵글]의 '아주 짧은 영화평'은 이렇게 의무감으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고 싶었는데...

 

[트라이앵글]의 스토리 전개가 꽤 복잡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은 저는 처음부터 정신을 빠짝 차리고 영화 보기에 임했습니다. 구피가 귤 먹으면서 보자는 제인도 영화보는데 방해된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제 모든 신경은 [트라이앵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이건 뭐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니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점입가경으로 저를 몰고 가더군요. 결국 제시(멜리사 조지)와 그의 일행이 이상한 폭풍우에 난파되어 에이올스라는 유령선 같은 거대한 배에 올라타면서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의 한계가 그만 끊기고 말았습니다.

처음 저는 배의 살인마가 제시 일행을 한 명, 한 명 죽이는 공포 스릴러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제가 죽을꺼야.'라며 단순한 예상을 했었는데, 이게 왠걸... [트라이앵글]은 그렇게 한 명, 한 명 캐릭터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공포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제시 친구들은 배에 올라타자마자 몇 분 지나지 않아 모두 죽음을 당하고 제시는 자신의 친구들을 죽이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를 본 이후 내린 첫번째 추론(이후부터 스포 가득)

 

그렇게 몇 명의 제시가 등장하고 제시 일행 역시 모두 죽고나면 다시 에이올스 호에 올라탑니다. 그렇게 사건은 계속 반복되고 그 반복되는 사건 속에서 처음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던 제시가 결국은 예정대로 살인마로 돌변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제가 내린 첫번째 결론은 제시는 자폐증에 걸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무한 반복되는 살인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을 학대하던 자기 자신을 죽이고 아들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던 제시는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그 사고로 아들이 죽게 되죠. 그 순간 제시는 택시에 올라타 요트 여행을 준비 중인 친구들이 있는 항구로 갑니다. 그녀는 이 요트 여행을 통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요트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트에서 잠을 자며 기억이 지워지고,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제시의 에이올스 호에서의 살인 행각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죠.

 

네티즌의 리뷰를 읽으며 내린 두번째 추론

 

하지만 오늘 아침 회사에 출근하여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트라이앵글]에 대한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으며 저는 어제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단 논리적으로 제시는 교통 사고로 아들과 함께 이미 죽음을 당했고, 자폐증에 걸린 아들에 대한 벌로 이 영화에서도 언급된 그리스 신화의 시시푸스의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추론이 더욱 그럴듯해 보입니다.

시시푸스의 형벌은 바위를 산의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인데 문제는 바위가 산의 정상에 오르면 다시 산의 아래로 굴러 떨어져 시시푸스의 형벌은 무한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제시가 올라탄 정체불명의 유령선인 에이올스 호는  시시푸스의 아버지인 바람의 신 에이올스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결국 제시의 친구들은 제시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이고, 자폐 아들에게 가한 제시의 폭력에 대한 형벌로 그녀는 자신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가상 인물들을 끊임없이 죽이는 형벌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열린 결말은 좋지만 영화 자체는 너무 잔인하다.

 

사실 전 이런 식의 열린 결말이 좋아합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결말을 가질 수 있는 영화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오랫동안 그 여운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좋아하기엔 영화의 소재가 너무 잔인합니다. 아동학대, 무한 살인, 그리고 반복되는 지옥과도 같은 형벌. 이 영화가 펼쳐내는 이 지옥도는 영화를 보는 저도 불편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보고 그 영화에 대한 다른 분들의 영화 리뷰를 읽으며 그때마다 제가 생각했던 결말이 시시각각 달라졌던 경험은 참 흥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