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더 도어] - [나비효과]와 필적할만하다

쭈니-1 2010. 12. 22. 09:01

 

 

감독 : 안노 사울

주연 : 매즈 미켈슨, 제시카 슈바르쯔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우리들은 매 순간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간혹 잘못된 선택을 하여 후회를 하기도 하죠. [더 도어]는 바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망가진 삶을 살던 한 남자가 5년 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의 문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지만 오히려 그로 인하여 더 큰 파국을 맞이한다는 내용의 독일 판타지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쯤에서 저는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나비효과]입니다. [더 도어]의 기본적인 설정은 [나비효과]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몰입도와 영화가 끝난 이후의 여운 역시 [나비효과]와 비슷합니다. 결국 감기몸살 기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잠들 것을 포기하고 [더 도어]를 본 제 선택에 매우 만족했던 화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딸의 죽음을 막지 못한 남자

 

[더 도어]의 주인공은 다비드(매즈 미켈슨)입니다. 그는 성공한 화가이지만 아내 마야(제시카 슈바르쯔)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며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그는 함께 놀아달라는 딸의 성화를 무시하고 자신의 정부인 이웃집 여자를 찾아 섹스를 즐깁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선택의 결과는 가혹했습니다.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땐 딸은 집 마당 수영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것입니다. 그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마야도 떠나고 그렇게 혼자 폐인이 되어 5년이라는 세월을 낭비합니다. 그리고 결국 자살을 결심하죠.

[더 도어]는 다비드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몹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 그 누구라도 다비드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그와 같이 죽고 싶을 정도로 죄책감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 몰렸기에 5년 전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시간의 문은 그에겐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입니다.

 

행복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하지만 장애물은 바로 자신이다.

 

그렇게 5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와 딸을 살린 다비드. 하지만 그는 5년 전의 자신과 마주치게 되고 몸싸움을 하던 도중 과거의 자신을 죽이게 됩니다. [더 도어]는 다비드가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장면을 우발적인 사고로 그리고 있지만 만약 그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는 어쩌면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요.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다시 자상한 아빠와 남편으로 돌아온 다비드. 그는 서서히 자신이 잊고 있었던 행복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되찾은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 뿐만 아니라 시간의 문을 통해 5년 전 과거로 돌아와 과거의 자신을 죽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한 후반부의 섬뜩함.(스포 포함)

 

[더 도어]의 진정한 재미는 후반부에 있습니다. 5년 전의 실수를 되돌리고 행복을 되찾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죽였던 다비드.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그러한 다비드의 살인이 드러나며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평범한 결말을 준비해두지 않았습니다.

후반부 5년 후의 마야가 다비드를 찾는 장면에서 저는 뒷통수를 강하게 얻어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던 것입니다. 5년 전 과거의 마야를 죽이고 현재의 마야와 다시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로 돌아온 현재의 마야를 배신하고 과거의 마야와 이 행복을 지켜낼 것인지...

다정했던 이웃들이 모두 과거의 자신을 죽인 이들이라는 부분에 이르면 다비드가 느꼈을 섬뜩함이 영화를 보는 제게도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그는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잘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해야할 그 수 많은 선택들도 마찬가지겠죠. 사람은 누구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 집착하며 살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과거를 되돌리려 했던 다비드의 그 공허한 눈빛이 과거의 선택에 집착한 이의 말로를 보여주는 듯 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