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나탈리] - 한국형 3D영화의 첫 단추를 잘 못 꿰었다.

쭈니-1 2010. 12. 28. 11:27

 

 

감독 : 주경중

주연 : 이성재, 박현진, 김지훈

 

 

한국 최초의 3D영화?

 

사실 제가 [나탈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한국 최초의 3D영화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아바타]로 인하여 불어닥친 3D열풍 속에서 할리우드 영화들이 너나 할 것 같이 3D영화들을 제작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기술력과 제작비의 문제로 3D영화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제대로된 3D영화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나탈리]가 그 한국의 3D영화에 스타트를 끊은 것입니다.

사실 [아바타]의 성공으로 3D영화는 거대한 스펙타클을 담은 SF, 판타지 영화에 어울린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미 미국에선 공포영화, 댄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3D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탈리]는 에로틱, 멜로 영화에 3D 기술을 도입하는 어쩌면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D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부분에도 불구하고 [나탈리]는 지난 10월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평론가는 물론 네티즌에게조차 악평에 시달렸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바로 부실한 시나리오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문제는 그 간단한 내용을 둘러싸고 있는 스토리 전개 및 배우들의 대사입니다.

조각가인 황준혁(이성재)과 그의 작품을 비평하겠다고 찾아온 제자 장민우(김지훈),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동시에 사랑한 여인 오미란(박현진)이라는 단촐한 출연진과 단순한 갈등 구조를 지니고 있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다짜고짜 황준혁과 오미란의 정사씬으로 시작해서, 계속 벗는 장면을 보여주기 식의 억지 구성을 이끌고 갑니다.

 

80년대 영화도 이런 유치한 대사는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한 억지 구성보다 더 큰 문제는 유치찬란한 대사입니다. 예를 들어서 '세상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지. 뭐 음과 양의 법칙라고나 할까?' 라는 식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툭툭 튀어 나옵니다.

요즘 드라마를 보더라도 세련된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80년대 비디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옵니다. 그것도 대학교수와 미술 비평가의 대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치찬란합니다. 영화를 보며 이 영화를 천박하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옷벗기기가 아닌, 바로 저런 유치한 대사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 단추를 잘 못 맞 꿰었다.

 

[나탈리]를 보면서 생각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성인 애니메이션 [블루 시걸]입니다. [블루시걸]이 제작되었던 1994년은우리나라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을 때였고, [블루 시걸]이 성공한다면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층을 성인에게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활로는 더욱 넓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블루 시걸]은 스토리 라인에 신경쓰지 않고 영화 속 캐릭터들의 신음 소리만으로 관객을 유혹하려 했고, 그러한 [블루 시걸]의 유치한 시도에 관객들은 '블루 시발'이라는 욕으로 되갚아 줬습니다. 

[나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경중 감독은 여성의 음모까지 드러나는 파격적인 섹스씬을 몇 장면 넣으면 만사오케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관객들의 수준은 그렇게 낮지 않습니다. 수준높은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력, 스토리 전개의 짜임새 등등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의외로 많단말입니다. 결국 [나탈리]는 한국형 3D영화의 첫 단추를 잘 못 꿴 영화입니다. 부디 다음 3D영화는 잘 못 맞춘 단추까지도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