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아이리스 : 더 무비] -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쭈니-1 2010. 12. 10. 11:15

 

 

감독 : 양윤호, 김규태

주연 :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드라마에 관심이 없지만...

 

회사에 갔다가 퇴근하면 웅이와 놀아주고, 가끔 친구도 만나고, 아들 노릇, 사위 노릇, 아빠 노릇, 남편 노릇을 하다보면 하루 24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가끔 제 자유 시간이 나면 전 언제나 영화 보기에 올인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올인하는데도 보고 싶었던 영화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드라마를 안보는 이유입니다. 그렇지않아도 부족한 제 여가시간에 드라마 시청까지 끼어들면 영화볼 시간이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보고 싶은 드라마가 생겼습니다. 바로 '아테나 : 전쟁의 여신'입니다. 정우성, 수애, 차승원, 김민종 등 톱 스타들이 출연하는 첩보 스릴러 장르의 이 드라마는 영화를 방불케하는 캐스팅과 스케일로 제 관심을 끌어냈습니다.

그렇게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 관심을 갖다보니 예전에 제가 놓친 드라마 한 편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아이리스'입니다. '아이리스' 역시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드라마로 역시 첩보 스릴러 장르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즉 번외편이라고 하더군요. 

 

20부작 드라마를 단 2시간에...

 

그러던 중에 '아이리스'를 농축해놓은 2시간짜리 영화 [아이리스 : 더 무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부작의 드라마를 전부 보려면 넉넉잡고 20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러한 20시간짜리 드라마를 10분의 1인 2시간으로 농축시켜 놓았다니 저처럼 시간이 없어 드라마 보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에겐 딱 알맞은 영화인 셈입니다.

과연 [아이리스 : 더 무비]는 20시간짜리 이야기를 2시간으로 농축시킨 영화인 만큼 처음부터 앞으로 곧장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김현준(이병헌)과 최승희(김태희)는 애초부터 '저 둘은 깊게 사랑하고 있다.'라는 전제로 깔아 놓아야 하고 , 김현준의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그를 배신하는 진사우(정준호) 역시 '최승희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라는 전제가 깔려야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TV 드라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로케이션 촬영과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액션, 그리고 남과 북의 통일과 이를 방해하는 '아이리스'라는 비밀 조직의 음모 등이 숨가프게 펼쳐져 2시간 동안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집중해서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남겨진 의문은 친절한 지식인에...

 

하지만 역시 10분의 1로 농축된 영화라서 영화를 보고나서도 잘 정리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현준, 승희, 사우의 삼각관계는 충분히 '그렇다더라'식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서로 속고 속이는 치열한 첩보 전쟁을 압축하다보니 누가 누구의 편이고, 누가 무슨 음모를 펼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평화 통일 분위기가 무르 익는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트리려는 북한의 세력과 이를 묵인하는 NSS 부국장 백산, 그리고 북한 호위부인 박철영(김승우)과 김선화(김소연)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후반부는 드라마를 단 한 편도 보지 않은 저로써는 스토리 라인을 쫓아가기 조금 벅찼습니다. 드라마에서조차 밝혀지지 않았다는 현준 저격범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결국 '내가 졌소'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을 통해 '아이리스' 전체 줄거리 읽기를 선택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지식인에 열심히 검색해보고... 바로 이러한 점이 드라마의 압축판인 [아이리스 : 더 무비]의 치명적인 약점이죠. 하지만 저와는 반대로 드라마를 이미 즐기셨던 분들에겐 드라마를 다시 한번 회상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을테고, 드라마를 안 본 저와 같은 분들에겐 짧은 시간에 드라마 한 편을 모두 볼 수 있는 기회이니... 그러한 약점은 결국 눈 감고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