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장진
주연 : 김수로, 한재석, 이지용, 류승용, 류덕환, 심은경
지난 추석... 난 이 영화를 주목했었다.
지난 추석은 정말 한국영화의 일대 전쟁터였습니다. 이미 개봉해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아저씨], [해결사]를 비롯하여 [시라노 : 연애조작단], [무적자], [그랑프리] 등 [퀴즈왕]을 포함해서 무려 여섯 편의 한국 영화가 추가로 개봉되며 추석 극장가를 장악하기 위한 일대 결전을 벌였습니다.
결국 추석 시즌에 새로 개봉한 영화 중에서 처음엔 [영웅본색]의 한국판 리메이크로 화제를 모았던 [무적자]가 치고 올라가더니 나중엔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호평을 얻은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 역전을 하며 최종 승자가 되었죠.
그러한 상황에서 김태희, 양동근 주연의 [그랑프리]와 장진 감독의 화려한 인맥이 총 동원된 [퀴즈왕]은 관객에게 철저하게 잊혀진채 쓸쓸히 퇴장을 해야 했습니다.
사실 장진 감독을 좋아하고 [퀴즈왕]의 그 화려한 캐스팅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당연히 [무적자] 다음으로 [퀴즈왕]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영부영하는 사이 [퀴즈왕]은 극장가에서 사라져 버렸고, 그렇게 저는 [퀴즈왕]을 극장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한 사람이 한번씩만 웃겨도 대박이다?
[퀴즈왕]은 장점이 분명한 영화입니다. 장진 감독은 그 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했고, 그렇게 한국영화계에서 명성을 쌓으며 장진 사단을 탄생시켰습니다. [퀴즈왕]은 그러한 장진 사단의 총집합이며, 그들의 화려한 캐스팅과 장진 감독의 유머 감각이 제대로 발휘만된다면 [퀴즈왕]의 흥행 성공은 떼논 당상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흥행에서 실패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장진 감독의 독특한 웃음 코드가 이번엔 관객에게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연한 사고로 상금이 130억원이 걸려 있는 퀴즈쇼의 마지막 정답을 알아낸 사람들이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일대 소동극이 [퀴즈왕]의 주요 스토리 라인입니다.
하지만 출연진이 너무 많다보니 그들의 소동극은 웃음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냥 말 그대로 소동에만 그쳤습니다. 너무 정신 없이 많은 캐릭터들이 시끌벅적 떠들다가 퇴장한 느낌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 속담이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가지치기를 했어야만 했다.
화려한 캐스팅도 좋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해서 영화가 재미있어 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진 감독은 어느 정도 캐릭터들을 정리하고 집중해야할 몇몇 캐릭터들을 추려내어 그들을 위주로 영화를 진행시켰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라고는 딱히 없는 이 영화는 캐릭터가 너무 많은 탓에 오히려 제대로 된 캐릭터가 없었고, 주인공이 없는 탓에 스토리 라인은 산만하기만 했습니다.
아~ 물론 웃기기도 했습니다. [퀴즈왕]의 캐릭터들은 웃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니까요. 하지만 캐릭터 구축이 부족한 상황에서 웃기기만 하려고 하니 그 웃음이 그냥 실웃음으로 흘러가버립니다. [퀴즈왕]의 상영시간은 2시간이 넘습니다. 그러한 러닝 타임동안 캐릭터들을 제대로 구축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들이 넘쳐났다는 것은 분명 장진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고 밖에 설명이 안됩니다.
내겐 장진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별로였다.
제가 장진 감독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감독 데뷔작인 [기막한 사내들]부터였습니다. 이후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등 그의 영화들은 언제나 독특한 소재를 웃음으로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영화 중에서 제가 싫어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바로 [거룩한 계보]입니다. 당시 한국영화의 주류 장르인 조폭 코미디를 장진식 코미디로 풀어나가려 했던 영화였는데 전 상당히 썰렁하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순위가 바뀔 것 같네요. [거룩한 계보]보다 [퀴즈왕]이 더 재미없었습니다. [아는 여자]에서 본 듯한, 사랑을 품은 여자의 자살씬처럼 [퀴즈왕]만의 독특한 개성이 없었고, 수 많은 캐릭터에 함몰되어 스토리 전개는 납득하기 어려웠으며, 장진 감독 특유의 마지막 반전 역시 밋밋하여 영화를 보고나니 정신만 산만할뿐 도대체 내가 뭘 봤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더군요.
아무리 장진 감독이라 할지라도 장진 사단의 배우들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착각은 곤란합니다. A급 선수들만 구성된 프로 스포츠팀이 콩가루 팀웍으로 꼴찌를 하는 모습처럼 [퀴즈왕]을 보는 제 심정이 꼭 그랬습니다.
'아주짧은영화평 > 2010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리스 : 더 무비] -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0) | 2010.12.10 |
---|---|
[슈퍼 배드] - 악당은 어쩌다가 착한 놈이 되었는가? (0) | 2010.12.06 |
[마법사의 제자] - 그렇게 망할 수준은 아니던데... (0) | 2010.11.22 |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 스릴러와 멜로의 어색한 동거. (0) | 2010.11.22 |
[조나 헥스] - 코믹스 영웅물에서 캐릭터를 빼면 이렇게 된다. (0) | 2010.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