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터틀타웁
주연 : 제이 바루첼, 니콜라스 케이지, 알프레드 몰리나, 모니카 벨루치
어쩌다보니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지난 7월에 개봉했던 [마법사의 제자]는 오락 영화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존 터틀타웁이 연출을 맡았고,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며, 제가 선호하는 장르인 판타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마법사의 제자]보다 매력적이었던 [인셉션]이 같은 날 개봉하였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마법사의 제자]가 쫄딱 망했으며, 국내 네티즌의 리뷰도 악평이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다보니 이 영화가 개봉한지 거의 4개월만에 보게 되었네요.
기본 설정은 매력적이지 않다.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은 인간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나쁜 마법사에 대항하는 착한 마법사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부터 그러한 설정들이 관객들에게 설명되지만... 솔직한 생각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더군요.
일단 너무 평범합니다. 절대악과 그에 대항하는 착한 이들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별에 아주 평범한 아이가 사실은 비범한 재능이 있어서 절대악을 물리친다는 설정 역시 그 동안의 판타지 영화에서 너무 많이 보았었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판타지 영화의 홍수 속에서 [마법사의 제자]는 평범한 설정으로 차별화된 재미를 획득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특수효과는 볼만 하더라.
하지만 몇 편의 명품 판타지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판타지 영화들이 평범한 설정 속에 갇혀 있음을 상기한다면 그것만으로 [마법사의 제자]를 무조건 재미없는 영화로 매몰차게 박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러기엔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해리 포터]만큼은 아니지만 마법사들의 마법 대결은 할리우드의 특수효과의 재미를 잘 살려내었는데 거울에 갇히는 장면, 독수리 동상이 날으는 장면, 차이나타운에서 용이 출몰하는 장면 등은 극장 화면에서 봤다면 최소한 8천원이라는 영화 관람료가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라 생각되었습니다.(솔직히 그 이상은 조금 아까웠을지도...)
문제는 캐릭터였다.
비록 평범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매력적인 특수효과도 동시에 지닌 이 영화, 그렇다면 캐릭터만 잘 구축했다면 정말 괜찮은 오락 영화 한 편이 탄생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의 제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그러한 캐릭터 구축에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선한 마법사 발타자 블레이크(니콜라스 케이지)와 선한 마법사였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베로니카(모니카 벨루치)가 발타자 블레이크를 사랑하자 그에 대한 앙심으로 어둠의 마법사가 된 맥심 호르바스(알프레드 몰리나)입니다. 이 셋의 관계와 캐릭터만 잘 구축되었다면 꽤 근사한 영화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법사의 제자]는 캐릭터 구축에 별 관심이 없었고, 이들 캐릭터를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포장해내 영화를 한 없이 가볍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했던 발타자 블레이크의 아픔,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겼던 맥심 호르바스의 분노만 잘 표현되었더라도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내게 기본은 했다.
미국에서 이 영화는 1억5천만 달러라는 제작비가 무색하게 고작 6천3백만 달러라는 흥행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여 2억1천5백만 달러라는 전 세계 흥행 수입을 올렸지만 제작비를 회수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게 이 영화는 최소한 기본은 했습니다. 서로 간의 아픔을 간직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장난처럼 가볍게 처리함으로써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고, 그렇다고 매력적인 기본 설정을 지니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특수효과를 보는 것만으로도 전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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