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아리스토메니스 츠바스
더빙 : 에반 레이첼 우드, 루크 윌슨, 브라이언 콕스
아바타 이전... 테라가 있었다.
2009년 12월에 개봉되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렸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아바타]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다른 SF영화와는 달리, 인간의 외계 행성 침공을 다루며 오히려 외계 토착민에 동화되어 가는 주인공을 다뤄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아바타]는 3D영화의 신기원을 이루어 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이벤트성으로 기획되었던 3D영화가 영화의 미래임을 입증시켰고, [아바타]이후 전 세계는 3D영화 만들기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감히 그런 [아바타]를 언급하며 [아바타]의 원조임을 주장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우리나라에선 2010년 11월에 개봉되었지만 미국에선 2009년 5월에 개봉되어 [아바타]보다 7개월 가량 일찍 개봉되었었습니다.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분명 [아바타]와 비슷한 점이 많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인간의 외계 행성 침공을 소재로 담고 있으며, 주인공 역시 외계 토착민에게 동화되어 가는 간다는 점 역시 [아바타]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바타]와는 달리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의 흥행 성적은 처참했습니다. 박스오피스 사이트 모조에 의하면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봉 첫주 12위에 머문 것을시작으로 단 한번도 톱10에 오르지 못했으며 북미 흥행 성적은 1백6십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니까요.
러닝 타임에서 그 차이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과연 [아바타]와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이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서 흥행 성적에서 하늘과 땅 차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많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바타]는 세계적 흥행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화제작이었고, 그의 이름값 만큼이나 제작비도 어마어마하게 투입되었으니까요. 그에 비해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무명의 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제작비 역시 [아바타]에 비한다면 새발의 피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두 영화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러닝타임에서 부터입니다. [아바타]의 러닝타임이 160분인데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85분에 불과합니다. 거의 두배가 차이나는 셈입니다. 그러한 러닝타임의 차이는 이야기의 짜임새에서 차이가 드러납니다.
당신은 짐 스탠튼의 결정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었습니다. 인간은 금성과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지만 독립 전쟁에 휘말리고 결국 지구도, 금성도, 화성도 모두 파괴되고 맙니다. 살아남은 인간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새로운 별을 찾아 오랜 기간을 우주에서 떠돕니다. 하지만 노쇄한 우주선은 수명을 다해가고 인간은 최후의 선택으로 테라 행성을 지구화시켜 정착하려 합니다. 그러나 테라 행성을 지구화시키면 테라 행성의 토착민들은 오히려 산소에 질식하여 모두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리겠습니까?
8살 때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뼈속까지 군인인 짐 스탠튼(루크 윌슨)은 테라 행성에 불시착을 하게 되고 우연히 테라의 토착민인 말라(에반 레이첼 우드)에 의해 구해집니다. 그렇게 테라 토착민과 조우한 짐은 테라인의 평화로운 생활과 자신을 구한 말라를 위해서 어쩌면 인간에겐 반역에 가까운 행위를 저지릅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이 러닝타임이 짧다보니 상당히 간략하게 표현됩니다. 인간이 처한 상황도 단 몇 줄의 설명으로 끝나버리고, 테라 행성의 평화로움도 초반 몇 분간의 장면에 모든 것을 담아 내려 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짐이 인간이 아닌 테라인의 편에 서게되는 것에 영화를 보며 동의하기 상당히 힘들어 지더군요. [아바타]가 긴 러닝타임동안 관객 역시도 나비족에게 동화되도록 유도했던 것과는 달리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그런 넉넉한 러닝타임을 가지지 못한 탓에 짐 스탠튼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감정이입할 주인공의 부재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아바타]는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인간인 제이크(샘 워싱턴)으로 설정했고, 자연스럽게 제이크가 나비족에게 동화되어 가면서 제이크에게 감정이입을 한 관객들 역시 나비족에게 동화되도록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의 주인공은 인간인 짐이 아닌 테라의 토착민인 말라입니다. 아무래도 관객의 입장에서 말라에게 감정이입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유일한 인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짐은 캐릭터 부족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낼 능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 순간부터 관객의 입장에선 제 3자의 입장에서 멀찌감치 인간과 테라의 전쟁을 구경만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영화 속에 직접 뛰어드는 것과, 감정이입할 주인공을 찾지 못하고 제 3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구경하는 것은 천지차이일 수 밖에 없습니다.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의 패착은 개인적으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첫장면은 평화로운 테라가 아닌 위기에 빠진 지구였어야 하고, 말라가 아닌 짐에게 좀 더 러닝타임을 활용하여 캐릭터를 완성시켰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테라인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촌스러운 결말(스포 주의)
[아바타]가 성인 관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실사 영화입니다. 하지만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어린 관객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어린 관객이 좋아할만한 소재도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바타]가 상당히 현실적인 결말에 도달하는 것과는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상당히 이상적인 결말에 도달합니다.
공존...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과연 서로 전쟁을 하던 종족이 단 한 명의 희생으로 그렇게 금방 화합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그렇다면 지구상의 그 수많은 분쟁은 모두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자손번식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인간이 그 좁은 공간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결국 [테라 : 인류 최후의 전쟁]은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영웅주의와 억지 해피엔딩으로 순진하면서도 촌스러운 결말에 도달하고 맙니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아바타]와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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