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지미 헤이워드
주연 : 조쉬 브롤린, 메간 폭스, 존 말코비치, 마이클 패스벤더
개봉을 기다렸다.
전 코믹스 영웅물의 열렬한 팬입니다. 어렸을 적에 [슈퍼맨]을 보며 자랐고, 영화광으로 입문할 즈음엔 [배트맨]에 환호했고, 한참 영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제게 영화볼 시간마저 앗아간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대항할때에도 그 중심엔 [스파이더맨]이 있었습니다.(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2002년 [스파이더맨]에 대한 제 영화 이야기를 참고해 주세요. http://blog.daum.net/jjooni73/80)
여하튼 저는 마블, DC 코믹스의 영웅물이라면 무조건 극장에서 볼 정도로 열렬한 팬입니다. 그런 제가 오랫동안 기다린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조나 헥스]입니다. 이 영화는 DC코믹스의 영웅물로 코믹스 영웅물로는 특이하게 서부 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여했지만 남부군을 배신했고, 그에 대한 응징으로 가족들이 몰살당한 조나 헥스(조쉬 브롤린)의 복수극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아마루 기다려도 [조나 헥스]는 개봉을 하지 않더군요. 결국 Daum 영화 사이트에서 굿다운로드 시장에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나 헥스]는 국내 극장 개봉은 물건너 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스폰 + 고스트 라이더
극장에서 보는 것을 포기하고 결국 집에서 [조나 헥스]를 봤습니다. 그래도 코믹스의 영웅물이라면 극장에서 상영하더라도 어느 정도 관객은 들어올텐데 어쩌다가 극장 개봉도 못하고 다운로드 시장에 나온 것인지 궁금하더군요. 흠... 일단 이 영화에 대한 첫 느낌은 [스폰] + [고스트 라이더]입니다.
[스폰]은 미국의 특수요원이었지만 상관의 음모로 죽음을 당하고 지옥에 떨어졌다가 사랑하는 아내를 보게 해주겠다는 악마와의 계약으로 지옥의 전사 스폰으로 부활한 알 시몬스의 복수를 담은 영화입니다. [고스트 라이더]는 젊은 시절 멋모르고 한 악마와의 계약으로 인하여 아버지를 잃은 쟈니가 고스트 라이더가 되어 오히려 아버지를 죽인 악마의 노예가 된다는 설정을 가진 영화입니다.
[조나 헥스]는 가족을 잃고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조나 헥스. 그때문에 그는 망자와 대화를 나누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일단 조나 헥스는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초인적인 힘을 가진 영웅은 아니지만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게에 서있다는 점과 불타는 복수심이 힘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그런데 조나 헥스의 캐릭터는 어디에 팔아 먹었나?
문제는 [조나 헥스]가 [스폰]과 [고스트 라이더]아 닮은 점이 또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캐릭터 구축에 별다른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조나 헥스가 복수심에 불타는 과정을 이 영화는 초반 오프닝씬으로 후다닥 처리해 버립니다. 제가 보기엔 그렇게 날림으로 처리된 오프닝씬이야 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그가 왜 남부군을 배신하게 되었는지, 남부군의 사령관인 퀜틴 텀벌 장군(존 말코비치)과의 악연, 그리고 그 가운데 불타운 복수심이 서서히 자리잡는 과정이 이 영화는 통째로 생략해 버린 것입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코믹스 영웅물중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들 대부분은 영웅의 고뇌에 초점을 맞췄던 것은 결고 우연이 아닙니다. 코믹스 영웅물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영웅의 캐릭터이고, 그러한 캐릭터를 완성하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 고뇌를 세세하게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나 헥스]는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초반을 생략함으로써 캐릭터를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조나 헥스의 불타는 복수심은 영화를 보는 제게 그다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망한 영화에는 그 이유가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조나 헥스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이 영화 전체의 캐릭터 자체가 없다는 점입니다. 텀벌 장군은 그냥 미치광이 악당에 불과했고, 조나 헥스의 유일한 동료인 라일라는 그냥 매끈한 다리를 드러낸 눈요기 캐릭터에 불과했습니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고작 80분입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을 제외하면 70분 정도에 영화 속의 모든 상황이 종료됩니다. 70분 만에 영화를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 자체를 구축하지 않고, 그냥 이야기만 진행시켰기 때문입니다. 만약 더도 덜도 말고 딱 30분 정도만 러닝타임을 늘려 조나 헥스, 텀벌 장군, 그리고 라일라의 캐릭터를 구축했다면 최소한 이 영화보다는 몇 배는 재미난 영화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참고로 이 영화의 제작비는 4천7백만 달러이고, 미국에서의 흥행 수입은 1천만 달러입니다. 한마디로 쫄딱 망한 셈이죠. 역시 망한 영화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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